아이들이랑 같이 읽을 암석과 광물에 관련된 몇 권의 책을 해외 주문으로  받았는데 이 책도 그 중 한 권이다.  해외 주문 특성상 비교적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되기에 책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기다린 시간 만큼 더 컸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감동은 그 기다림으로 한 없이 커져버린 내 기대의 그릇을 가득 채우고도 남아, 넘쳐 흐르기까지 했다.

사실 이 책을 포함한 여러 책을 주문 할 땐,암석/광물에 관련된 지식을 아이에게 전달하고 싶은 맘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처음 이 책을 고른 동기도 광물학자가 하는 일이나, 혹은 그에 관련된 과학 상식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해서였다. 만약 이런 생각에서 이 책을 선택하려한다면 주문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이 이야기는 그 돌(암석)에 대한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머리에 가득차 있는 돌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주인공, 작가의 아버지는 '돌'을 모으는 것이 취미다. 누군가가 우표를, 동전을, 인형을 모으는 것처럼 어린 소년 시절 부터 돌을 찾고 모은다. 사람들은 돈도 되지 않는 돌을 열심히 수집하는 주인공에게 말한다. 머리에 돌이 가득차 있다고. 아버지 역시 그렇다고 대답한다.

"You've got rocks in your head."

"Maybe I have, Maybe I have."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비난도 돌로 가득찬 그의 머리에 비집고 들어가진 않나 보다. 그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담담히 호주머니에서 돌을 꺼내 이렇게 말하니..

"Take a look at this one."

이렇게 돌 말고는 다른 일에는 성공을 하지 못하는 아버지는 일을 찾지 못해 힘들 때 들리는 과학 박물관의 암석 전시실에서 자신의 머리에 있는 '돌'을 소중히 보아 준 사람을 만난다. 바로 박물관장인 존슨 부인이다. 그녀는 아버지를 박물관의 야간 잡역부로 고용하지만, 후에 이사회를 설득시켜 대학교육도 받지 못한 아버지를 박물관의 광물학자(광물학 큐레이터)로 고용하기에 이른다.

아버지는 그 소식을 들으며 묻는다."What about the college education?"

존슨 부인은 대답한다. 

"I told  them I need somebody  with  rocks in his  head  and   rocks in his pockets. Are you it?"

"Maybe I am," "Maybe I am"

그러며, 호주머니의 돌을 꺼내 말한다.

"Take a look at this one."

이렇게 끝을 맺는 이 책을 덮으며 내 맘이 왜 그리 돌로 가득찬 것처런 답답해졌는지 모르겠다. 마치  머리에 가득차야 할 돌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해 내려 앉은 것처럼 말이다. 내가 소중히 간직했던 돌들이 무엇이었는지 사실 기억도 희미한 게 더 서글퍼졌는지도 모르겠다.

뒷표지 날개에 있는 작가의 말을 빌자면, 사실 아버지를 매혹시켰던 것은 돌 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배움이라고 한다. 후에 존슨 부인의 도움으로 대학에 가 광물학을 공부하고(학교에서별명이 할아버지!)  나중에는 과학박물관장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작가 자신이 아는 사람 중 가장 행복했던 사람이라고 말한다....그래...얼마나 행복했을까....

잔잔히 흘러가는 이 이야기는 참 담담하다. 이에 James Stevenson의 무심한 듯 섬세한 수채화 그림도 꾸밈없는 작가의 글과 훌륭하게 조화 된다.

우리 아이들....정말 열심히 공부 하는데...머리에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단단한 '돌'을 갖고 있을까? 얼마 전 신문의 한 칼럼에서 '너 뭐 될래?'라고 물으면 중,고등학생 반넘게 '몰라요'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이 자신의 '돌'을 찾길 바라며 이 책을 권한다.전반적인 영어 단어와 문장은 책 날개에 유치원이상(K up)이라고 되어 있듯 어렵지 않다. 하지만 책 내용을 고려하면 자신의 미래와 꿈을 진지하게 생각할 아이들이(아이들마다 틀리겠죠..그 나이가) 읽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