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달고양이라는 출판사에서 열두 개의 달 시화집을 출판했다.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이 시화집은
1월부터 12월까지 각 12명의 화가를 선정해
각각의 달에 어우러지는 시들과 함께  출판했다.
1년 365일 시 한 편씩, 을 출판 기획 의도로 삼은 듯
시집 구성 또한 1일부터 시작해서 31일까지로 총 31편의 시가 담겨있다.
화가와 달리 시인은 여러 명으로 구성돼있지만
각각의 월에 관련된 시를 선정하다보니 시인은 여러번 중복되기도 한다.
내가 읽은 '3월'은 귀스타브 카유보트라는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들과
 백석 윤동주 에밀리 디킨슨 마쓰세 사이사이 등 국적도 다양하게 여러 나라 시인들의 시가 실렸다.
또 뒷부분에는 각각의 시인에 대한 소개와 명화가 썸네일로 제목과 함께 실려
독자 입장에선 아주 알차게 구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럼에도 한손에 잡히는 작고 얇은 시집이라 가방 안에 넣고 틈틈이 읽기에 매우 좋은 사이즈였다.
특히 외국 시는 (아마도 외국시가 많이 실리지 않아 가능했겠지만) 원문까지 실려 있어
시를 읽다가 원문이 궁금한 경우 그 갈증 또한 해소시켜주어서 독자 입장에선 정말 마음에 드는 시집이었다. 
다만 다른 달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3월의 경우 개인적으로 그림은 시와 잘 매치되지 않아 좀 아쉬웠다.
3월은 애매한 달이다. 봄이라기엔 춥고 겨울이라기엔 덜 추운 모호한 달.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의 첫소식을 제일 먼저 들을 수 있는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달이 3월이 아닌가 싶다.
그 감성을 잘 담아낸 시들은 정말 반가웠다.
"3월.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

 

표지부터 마음을 확 잡아끄는 <프랑스의 아름다운 마을들>
전에 여행을 하면서 프랑스 마을을 조금이나마 경험한 터라 내심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
파리에선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아름답기로 유명한 액상 프로방스 지방을 돌면서 프랑스의 색다른 정취를 느꼈고
아름다운 창이 난 좁은 골목길은 인적도 드물어 하루종일 걸어도 좋았다.
창턱에 온갖 화분을 늘어놓거나 아기자기한 소품을 올려놓거나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그런 소소한 데서 크게 느껴졌다.
화강암이 깔린 바닥은 울퉁불퉁했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역행해
중세 시대를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수 있었고
꼴롱바주 양식은 문화가 달라도 이렇게 예쁜 집에 사는 사람들은 마음도 예쁠 것 같다는
친근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게 느껴졌다.
그러한 고요함에 얼마나 빠져 들었던지, 다시 도시로 나와야 했을 땐 작은 마을들의 정취에 너무 익숙해져
두려움마저 느낄 정도였다.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목차부터 펼치고 마을 이름들을 죽 훑어봤다.
역시 처음 보는 낯선 마을 이름들.
책은 매우 디테일했다.
마을마다 역사가 담겼고 그 마을의 대표적인 특징이 된 사건(문화나 축제같은)들의 유래가 소개되었고
여행기보다는 주로 이러저러한 정보가 많이 담겨서
프랑스 마을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매우 유용할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진, 이 좋았고 사진이 아쉬웠다.
사진 때문에 마을을 더욱 가깝고 실감나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지만
내용에서 소개되었으나 없는 사진들이 많아 조금 더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만 솟아나
책을 보는 동안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아마 이 책을 보는 분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 떠나고 싶다~ 하는 한숨과 함께.

 

 

칸델라 푸에르테스는 28세의 탐사전문 여기자다. 그녀는 금융계의 거물인 아나스트 세스터와 그가 속해있는 반슈타인 클럽 일당의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아나스트의 미로에 자의로 뛰어들었다.
아무도 탈출에 성공한 적이 없는 미로. 시간 내에 나가지 못하면 이미 노출되고 만 독가스 해독제를 얻지 못해
죽고마는 죽음의 미로.

이를테면 독자는 그녀가 되어 혹은 그녀와 함께 죽음의 미로 속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러나 살아서 나갈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녀가 미로에서 눈을 떴을 때 주어진 시간은 56분.
퍼즐 하나 하나를 풀 때마다 시간은 생명력처럼 점점 줄어든다.
그녀가 해야 할 일은 그 뿐만이 아니다. 반슈타인 클럽 일당의 시장 조작 행태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그녀는 무엇보다도 이 증거 확보를 위해 위험천만한 미로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위법성을 입증해 유럽의 붕괴, 유로화를 파산시키려는 그들의 음모를 막아야만 한다.

이 책은 페이지 순서대로 읽는 기존 책과는 다르다.
아주 오래전에 한때 유행했던 "대답이 yes면 00페이지로, no면 00페이지로 가시오."류의
하이퍼텍스트 형식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책을 집어들었다.

방탈출 카페를 책으로 옮겨놓은 모양새라 더욱 흥미로웠다.
그러나 단순히 퍼즐책이라기 보단 주제의식이 매우 강했다.
경제붕괴, 모기지론 등 우리가 겪었던 그래서 낯설지 않고 더욱 실감할 수 있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미로라는 형태와 조합한
독자 참여형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내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다.

처음엔 퍼즐을 못 풀면 어쩌나 싶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크게 어렵지 않아 독자가 텍스트에 다가가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물론 힌트를 봐도 도무지 내 뇌구조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샘 로이드의 퍼즐에 비하면 난이도는 중 정도로 괜찮았다.
다만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17개의 퍼즐을 풀어야만 하는 주인공의 천재성에 대해선
놀랍기 그지 없었지만.
여하튼 새로운 책을 만나 반가운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