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아마도 최근에 봤던 영화가 떠올랐을 테고
일련의 판타지스러움을 책 읽기전에 선입견으로 장착했던 것 같다.
사고를 겪은 후 어느 날 갑자기 시간이 멈춰버리는 주인공이 나왔던 영화, <아델라인:멈춰진 시간>도 있고
또 이 작품이 영화화 될 때 주인공으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내정되어 있다보니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최근 출연해서 시간을 자유자재로 다루었던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면서
그런 류의 줄거리를 떠올렸던 것 같다.
영원한 삶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이야기 속에서 끊임없이 시간을 거슬러 영원히 사는 존재를 창조해내니 말이다.
그렇다. 이와 비슷한 포맷을 가진 이야기는 많다.
그런데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가 무얼까.

먼저 서두에서 밝혔듯 이 책은 소재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판타지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낭만과도 거리가 멀다. 오히려 내포된 의미를 생각해보면 슬프기까지 하다. 
영원히 사는 인간에게 시간을 멈추는 방법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니까.
영원히 산다고 해서 부자로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고
행복 퍼레이드가 주구장창 열린다는 얘기도 아니니까.
늙음의 속도가 느리다고 해서 이 사람에게만 시간이 거꾸로 흐르거나
또 원하는 시간대로 점프 점프하며 마구 옮겨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이 작품은 그래서 현실과 매우 닮아있다.
온갖 전쟁, 기근, 질병, 변화의 소용돌이를 다 몸으로 겪어내며
자신의 팔을 인두로 지져 살아있다는 증거를 확인하고자 하는 주인공이니까.
그리고 그 긴긴 세월동안 붙잡혀있는 외로움,은 살아가는 세월이 길수록 더욱 질기게 두텁게 달라붙으니까.
시간을 멈추는 법, 이란 제목이 여러 층위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어쩌면 시간이란 길고 짧음에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누군가는 순간 속에서 영원을 살고, 또 누군가는 영원 속에서도 찰나의 한 순간밖에 살지 못하므로.

 

 

냥이 집사들의 마음을 홀리는 책이 나왔네요.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기다렸는데 책을 받자마자 집사의 입꼬리가 올라갑니다.ㅎㅎ
책이 참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어쩔 수 없는 집사 본능 ㅜ
<고양이 집사 업무일지> 외에도 뒤에 부록처럼 고양이 집사 다이어리와 스티커가 있어 집사들이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강아지가 함께 살고 있어서인지 우리집 냥이는 거의 개냥이 수준입니다
사람이 오면 피하거나 숨기보단 마중나가는 아이이고
부르면 강아지보다 더 자주 오는 아이죠.
그래도 고양이로서의 본성이 있어서 나의 진득한 구애에 걸핏하면 발톱을 세우고 물긴하지만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정말 신비로운 동물이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드는데요
그래서인지 냥이들에 대해 더 자세히 잘 알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정말 요모조모 다양하게 초보집사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는 것 같아요
묘종에서부터 주의해야 할 음식, 옮을 수 있는 병, 알러지, 냥이의 본성,  음수량이나 아플 때의 증상 등
집사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정보들이 지루하지 않게 단순 설명 나열 식이 아닌
일러스트와 더불어 알기 쉽게 만화로 설명해주고 있어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적절히 잘 배치된 편집 디자인이 아주 맘에 쏙 듭니다.
<강아지 집사 업무일지>라는  책도 있던데, 한번 보고 싶네요.
여하튼 고양이 대백과사전 같은 아주 유용한 책입니다. 초보집사들이 집안에 모셔두고 두고두고 꺼내봐야 할 책같아요.

  

 

비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입에서 나온 말이긴 하겠지만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소비하는 태도) 좋아하다 골로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문득 이 책은 그 비아냥에 SO WHAT?이라고 대답하며 그러한 삶에 대해 또다른 질문을 던지며
실제로 한번 볼래? 하고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쓴 부부, 팀과 라미는 이를테면 욜로 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은 집을 장만하기 위해 저축하지도 않고 노후 준비를 위해 투자를 하지도 않는다.
물질적인 집착도 없어 무엇을 소유하기 위해 애를 쓰지도 않는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대신 이 부부는 자신들의 삶에 오롯이 충실하기로 마음먹는다.
부부는 반려견 링고와 함께 전국을 여행하며 자연과 가까이 지내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삶은 상징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실재적인 언어 그 자체로 여행이다.
그러한 와중에 부부는 팀 아버지의 죽음을 맞닥뜨린다. 아버지 병간호 중에 어머니도 말기 암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부부는 그들이 마음 한 켠에 두고 계속 미뤄왔던 화제를 입에 올린다.
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어머니에게 묻는다. 몇 가지 대안도 제시한다. 요양원에 가는 방법도 있지만
자신들과 함께 살면 어떻겠느냐 묻는다.
선택은 어머니 자신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리고 노마(어머니)는 병원 침대에서 죽음을 맞이한 남편과는 다르게 죽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들의 여행은 시작된다.

아직 부모님이 건강하시다면, 나이든 부모를 가진 모든 자식들이 한번쯤 맞닥뜨리게 되는 화두가 있다.
바로 부모님의 죽음이라는 화두다.
죽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자신을 포함하여
분명히 언젠가는 죽음과 마주하게 될 날이 오기 마련인데,
그렇다면 죽음을 가장 덜 아프게 혹은 우아하게 내지는 가장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작가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이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것을 되도록이면 미루고  피하고 금기어처럼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질문에 대해 하나의 방법론을 보여준다.
이 책을 부모님께 선물해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