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제목으로 보면 뭔가 환상의 빛이 어른거릴것만 같은,, 멋진 도시가 그려진다.  하지만 책을 들여다보면 그 반대의 이야기가 가득 펼쳐져 있다.  유메노라는 일본 도쿄 인근에 있는 신도시... 아니, 일본 버블경제의 거품이 꺼져버린후 죽어버린 도시라고 해야겠다.  그 변두리 도시에서 미래에 대한 열정의 꿈을 갖고 살아가는 몇명의 이야기가 돌아가며 그려진다. 

 

생활보호 대상자를 관리하며 불필요하게 수급을 받고 있는 이들을 정리해야 하는 공무원,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의 진학을 바라며 멋진 여대생이 되는 꿈을 꾸는 여고생,   변두리 신도시에 있는 많은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판매를 하는 전직 폭주족 출신의 세일즈맨, 용역업체에 소속되어 매장의 물건을 훔치는 이들을 적발하는 계약직 사원, 더 높은 정치가의 꿈을 꾸며 살아가는 사업가 겸 시의원... 그들이 한명한명 화자로 바뀌어 돌아가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한명한명의 이야기가 끝나는 형식이 아니라 계속해서 물레방아를 돌듯 돌아가는 이야기인지라 자칫 딴생각을 하거나 리듬을 놓치면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어긋나겠지만, 다행히 그리 복잡한 구조는 아니라 조금만 몰입해서 읽는다면 그럴 염려는 않아도 되겠다.

 

여러명의 주인공들은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열심으로 살아가지만 그 살아가는 방식과 결과물은 그저 어둡고 암울하기만 하다.  그들과 얽혀있는 주변인물들이 번번이 그들의 발목을 잡는 바람에 일은 자꾸만 꼬여가고, 결국은 엉망진창으로 뒤엉킨채 종래에는 같은 장소에 모이게 된다.  그야말로 완전히 망가진 상태로 말이다..  희망을 품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가진 배경은 그야말로 처절하다. 

 

매일매일 노력하지는 않고 그저 입을 벌리고 있는 까치 새끼마냥 노력없이 시의 세금을 축내며 살아가는 거짓된 생활보호 대상자를 색출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공무원 아이하라는 거짓 대상자의 잘못된 현장을 잡기 위해 파친코 매장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다 성매매를 하는 주부들을 보게 되고, 그들을 훔쳐만 보다 자신도 그들의 고객이 되고.. 어쩌다보니 이혼한 아내까지 고객과 매춘녀의 입장으로 만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벌어지게 되고야 만다.  그 와중에 생활보호 대상자 지원을 거부하다 그들중 한사람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기까지...

 

여대생의 꿈을 꾸며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여고생은 게임중독에 빠진 비정상적인 소심한 남자에게 납치되어 게임속 공주가 되어 잡혀있게 된다거나,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신흥종교의 싸움에 얽혀 직장을 잃고 오히려 자신이 매장에서 물건을 훔쳐 잡히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책은 환상의 무지개빛 꿈의 도시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어두운 경제를 배경으로 한 작은 변두리 도시에서의 문제점을 담고 있다.  630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속의 답답한 상황을 담아낸 이야기는 내 나라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이다보니 왠지 가슴이 묵직해진다.

 

처음으로 만나는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면장선거' 등... 그의 많은 작품은 제목은 낯익지만 하나도 읽어보지 못했었기에 처음 만나는 그의 작품에 혼잣말을 한다.  '으음.. 이런 글을 쓰는 작가였구나... ' 라고.   다음에는 그의 작품중에서 조금 더 유쾌하고 가벼운 소설을 선택해서 읽어보아야겠다.

일주일에 한번씩,, 아이를 데리고 청소년 수련관에 간다.  매번 전철 시간에 쫏겨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밀고 빠른 걸음으로 전철역을 향한다.  아슬아슬하게 타거나, 혹은 놓쳐 담번 전철을 타고... 내려서는 수업시간에 늦을까 또 발걸음이 빨라진다.  계획을 세워 딱 맞춰 집에서 나오다보니 늘상 이런식이다.  하나 잘못 계산한 것이 있다면 나 혼자가 아닌 '아이와 함께' 라는 것 .  이제 31개월의 세살박이 녀석은 그 또래의 월령답게 호기심도 왕성하고 모든것을 '제 손' 으로 하려고 한다.  집에서 나오며 현관 문도 제손으로 열어야 하고, 엘리베이터 버튼도 눌러야 한다.  그리고 전철역에 도착하면 티켓팅도 제 손으로 해야해서 유모차에 탄채 손을 내밀어 내게 카드를 요구한다.  승강장까지 가는 엘리베이터도 제 손으로 눌러야 하고 말이다.  하지만 엄마는 바쁘기만 하다.  안돼안돼~!!  이따가 집에 올때 하자.  지금은 바쁘거든.. 미안미안...

 

올때는 물론 모든것을 다 하게끔 해주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늘 후회한다.  왜 집에서 나올때도 하게 해주지 못할까.. 하며.  그저 10분,, 혹은 20분만 더 서둘러 나오면 될것을 시간맞춰 나오느라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한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담주부터는 꼭,, 좀만 더 일찍 나오자 하고 늘 마음을 먹는다.  뜻대로는 안되지만.

 

자기주도형 아이가 무엇일까.  아이의 능력을 키워주는 부모란 또 어떤 것일까.  7세 이전 엄마의 반응성으로 아이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글귀가 엄마라면 누구나 가슴을 덜컹하고 흔들어버리지 않을까.  나 또한 조금은 강성인 엄마이기때문에 우리 율군이 기죽은 아이로 자라나는건 아닌지 가끔 걱정이 될 때가 있다.  나는 너그러울때는 한없이 놓아주지만 '해서는 안되는 일' 에는 더없이 엄격하다.  해도 되는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의 구분이 당사자인 율군이 아니라 엄마인 내가 결정하는 것이기에 일방적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해서 안되는 것들은 '예의' 와 '안전' 이다. 

 

누군가에게 버릇없이 구는 일... 가족이든 타인이든..  함부로 대하는 말과 폭력등은 절대 봐줄 수 없는 문제이다.  그리고 아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것이 아니라면 웬만한 것들은 다 놓아두는 편이다.  책은 말한다.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라고.  아이의 주도에 엄마는 따라주고, 아이에게 맡기고 지켜보라고.  하지만 그렇게 믿고 기다려 주는 것과 모든걸 아이가 원하는 대로 그저 마냥 놓아두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아이에게 화 한번 내지 않고 그저 이끌려 가는 것과 반응하는 엄마는 분명 다를것이다.  그 차이점을 이야기 해주는 책 속에서 또 한번 생각해본다.  내가 과연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육아서는 늘 시간을 반영한다.  지금 시대에 맞는 육아법이 늘상 바뀌다보니 어느 장단에 맞추어주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으면 이런 이야기가 맞는것 같고, 저런 책을 읽으면 또 저 책이 맞는것만 같다.  자신이 모자란 부분, 알지 못했던 부분, 의심하는 부분, 불안한 부분등을 육아서를 통해 배우고 고쳐나가는 것이 육아서를 읽는 이유가 아닐지.

 

"자녀가 어떤 말을 꺼낼 때 '그래, 좋아' 라는 긍정의 언어로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  -120쪽. 

책은 그동안 내가 들어왔던 많은 이야기들을 완전히 뒤엎고 있다.  말이 느린 아이가 수다스럽지 않은 엄마 탓이 아니라거나, 아이의 말을 따라하되 제대로 바로잡아 주지 말라는 것, 아이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욕심으로 아이에게 무언가 권하지 말라는 것,  조금만 더 율군의 말을 들어주고, 기다려주고, 반응해주는.. 내가 먼저 주도하지 않고 따라주는... 과연 잘 될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되어줘 보아야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게 살며시 다가와 방긋 웃으며 입을 맞추고 가는 녀석을 위해서 말이다.  아이가 하는 모든 것을 가치있게 여겨주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어른들은 이중 기준으로 아이를 대하곤 합니다.  어떤 때는 일일이 가르쳐주고 먹여주고 챙겨주면서 아이의 자율능력이 1세 미만인 것 처럼 대하면서도 또 어떤 때는 '이건 우리 애한테는 너무 쉬운 과제야' 하며 아이의 발달 수준을 현재 수준보다 1~2년 껑충 뛰어넘는 것으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그러고는 아이의 수준보다 훨씬 어려운 장난감이나 교구를 주고 난감해 하는 아이 앞에서 엄마가 직접 '완성품' 을 만들어 보입니다.  자,,, 그럼 이건 누구의 장난감입니까?  그야말로 엄마가 원했던, 엄마가 보기에 좋은 '엄마의 장난감' 이 되고 만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할 때 비로소 능동적인 학습이 이루어집니다.  -60~61쪽.

 

윽박지를 거라면 차라리 가르치지 마라.   - 75쪽.

 

아이를 말썽쟁이로 만드는 것은 바로 부모.  -97쪽.

 

시선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보는 것, 아이의 시선이 가있는 것이 '흥미의 시작' 입니다.  -149쪽.

 

"파란 색 어디있지?", "이거 무슨 색이야?", "동그라미 저기 있잖아, 끼워볼래?" 하며 끝없이 물어봅니다.  때로는 이런 질문 공세로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는 것이 부모로서 현명한 교육방법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음표가 없으면 대화가 도저히 불가능한 것일까요?  -202쪽.

현대판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찬사를 받았다는 책... 마법같기도 하고, 미스터리 같기도 한.. 그런 매혹적인 소설을 만났다.  카네기 메달과 가디언 상을 받고, '가디언' 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아동문학' 에 뽑히기도 했다는 청소년 소설... 청소년 소설이라서인지 표지가 살짝 장난스럽다.  짧막짤막한 단편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편소설이라고 해서, 그리고 아동문학이라고 해서,, 율 & 윤 형제에게 들려줄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담고 있지 않을까 싶어 선택해 읽게 된 책은 역시나 내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책은 주인공 소녀 에일사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남자가 들려주는 오묘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잠잘곳 조차 없다는, 레딩에서 왔다는 그 남자는 남루한 옷차림에 나이도 몇살인지 쉬 분간이 가질 않는다.  MCC 버크셔-이것이 그의 이름이다.  그가 에일사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되고, 숙박비를 대신해 에일사 어머니가 하고 있는 골동품 상의 직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런 그가 매장에 들린 손님들에게 물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며 물건을 사게끔 만들고야 마는 마법같은 이야기가 바로 책의 중심이다.

 

"그건 전부 거짓말이잖아요?"...

"거짓말이 아닙니다 부인.  정확히 말하자면 픽션, 즉 허구이지요. 내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것, 모든 사람이 내게 원하는 바로 그 허구란 말입니다, 부인. 요컨대 꾸민 이야기지요"  -50쪽.

그의 '허구' 인 거짓말을 듣게 되는 손님들은 모두 그 물건이 갖고 있다는 유래에 관한 이야기에 반해 모두가 그 물건을 사고야 만다.  매혹적인 로맨스도 있고, 무시무시한 공포도 있고, 모험담도 있다.  거짓말쟁이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명예와 신뢰, 배반, 자존심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11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MCC 버크셔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순식간에 이야기를 꾸며내어 들려주고 사람들은 모두 그 이야기에 빠져든다.  나 조차도.  그런 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정말 존재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마지막 해답이 들려주는 반전의 이야기는 잠깐동안 내게 혼란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다시금 읽고, 또 읽게끔 만든다.  예측하지 못했던 결말에 잠시 당황스럽지만 그래서이 소설이 매력적인 미스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마법같은 힘을 실은채 말이다.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나도 내 아이들에게 담겨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줄 수 있는 내공을 쌓고 싶어지는 책이다.  이야기 하는 나도, 듣고있는 이들도 만족스러운 그런 이야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