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싫.어.한.다. 아마도 어린시절부터 받아온 세뇌(^^)교육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일본이 우리나라에 안겨준 수많은 수난의 역사를 뼛속깊이 받으며 자라온 세대라서 인지,, 그냥 무작정 일본이 싫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가고싶어하는 여행지 1위가 일본이라고 하지만 전혀 관심도 가지지 않을만큼 일본이라는 나라가 싫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들도 있다. 먼저 일본 소설을 아주 좋아해서-그들의 거침없는 무한 상상력이 정말 매혹적이라고 할지- 즐겨 읽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있는 스튜디오 지브로의 모든 애니-그 중에서도 특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그 두가지를 제외하고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정말 싫다.
그럼에도 일본에서의 삶이 담겨져 있는 이 에세이를 읽게 된 것은,, 요즘 너무 소설류를 많이 보아서였기도 했고, 그저 그런 여행기가 아니라 일상의 삶이 담겨있는 잔잔한 울림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선택한 책은 시작부터 나를 매혹으로 이끌어준다. 곧 이사를 앞둔 나에게, 물론 나처럼 가까운 곳이 아닌 한국에서 바다를 건너 일본땅으로 무작정 이사를 한 이야기지만,,, 괜히 반가운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래, 반가웁다는 감정인가보다.
사실 여행의 기대와 실제는 매우 달라서, 가기 전 책에서 보았던 사진이 전부이기도 하고, 심지어 그보다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직접 가야 하는 이유는 똑같은 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것들에 대한 넘쳐나는 수백 가지의 다른 생각들이 그곳을 새로운 곳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리라. -50쪽.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가득 담긴,, 에세이라는 녀석을 읽으면 소설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로 가득한 소설과는 달리 왠지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들이지만 저자와 같은 느낌일때는 공감하고 함께 웃기도 하고 진지해지기도 하며 그네들의 삶에 같이 동화되며 내가 마치 그곳에 서있는 양 즐거웁다. 오후3시의 도쿄는 일본을 지극히 싫어하는 나에게 그저그런 여행기가 아니라 한번도 가보지 못한 어느 마을의 작은 이야기를 들려주는듯 하며 잔잔하고 조용한 평화로움을 맛보게 해준듯 하다.
내가 사는 동네 미즈에, 어쩌면 굉장히 재미있는 마을인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저녁 먹고 좀 더 안쪽까지 걸어가봐야지. -22쪽.
단 한번의 도쿄여행으로 갑자기 도쿄에서의 삶을 꿈꾸며 무작정 이사를 가 살게 된 2년간의 이야기가 서투른 사진과 함께 담겨있는 이야기 속에서 나도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내 집 주위의 풍경에 작은 관심이 가기 시작한 듯 하다. 나도 밖이 훤히 다 보이는 싸구려 투명비닐 우산을 쓰고 비오는 날 걸어다녀 보고 싶기도 하고 마을의 곳곳에 숨겨진 작은 가게며, 무언가 별스러워 보이는 작은것들을 찾아 매일매일 작은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진다. 다음달에 이사를 하면 작은 꼬마 율군의 손을 잡고 나도 이렇게 소소한 탐험을 즐기며 다니게 되지 않을까 하고 꿈꾸어본다.
빨간 의자가 예뻐서 찍었던 사진을 보니, 몇 평도 안 되는 가게 앞을 정말 깨끗하게 쓸어 놓았다. 골목 깊숙한 곳에 있던데, 큰 길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가게가 있는 그 조그마한 공간을 훌륭히도 즐기고 있구나.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큰 길가에 들리지 않는다고 해도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내 공간을 채워가고 싶다. -66쪽.
" □□ 이즈 마이 라이프. " 나는 이 빈칸에 무얼 넣을 수 있을까? 그렇게 좋아하는 것이든, 그만큼 자신 있는 것이든 어느쪽이라도 좋으니 그런 단어가 내게도 있다면 좋겠다. -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