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비즈니스 경제서의 고전이 되어버린 ‘더 골’은 이미 10년 전에 읽은 책이다. 10년 전이라고 해도 2004년, 이 책이 쓰여진 시기가 1984년 이니깐 20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그때도 철 지난 생산관리에 대한 이론이 21세기에도 통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다시 읽어봐도 역시 유효하다. 이게 고전의 힘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한마디로 생산관리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딱딱한 경제이론에 대한 설명서도 아니다. 소설형식을 빌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 스토리 또한 흥미진진하다. 폐쇄의 위기에 놓인 한 공장의 공장장인 주인공 알렉스가 옛 스승 요나 교수와의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통해 공장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관리자들과 합심하여 TOC(Theory of Constraints: 제약 조건이론)에 입각하여 공장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중요한 이론이 바로 TOC인데, 이 이론의 가장 중점적인 요소는 “한 공장의 생산능력은 병목자원의 생산율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병목지점에서 허비한 1시간은 전체 조직의 1시간을 버린 것과 같다는 맥락에서 병목지점의 생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생산관리에 관한 5가지 시스템 이론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시스템의 제약요인을 찾아낸다.

둘째, 제약요인들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결정한다.

셋째, 위의 결정에 다른 모든 것을 종속시킨다.

넷째, 시스템내의 제약요인들을 향상시킨다.

다섯째, 만일 4단계에서 제약요인들이 더 이상 시스템의 성과를 제약하지 않게 되면 다시 제 1단계로 돌아간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관성이 시스템의 제약요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제약조건이론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신선하게 다가온 내용은 요나 교수가 ‘현금 창출률’, ‘재고’, ‘운영비용’을 생산환경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척도라 정의한 부분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요소들, 순이익, 투자수익률, 현금유동성과는 다른 접근이다. 그리고, 자칫 지루할 수도 있었던 제조시스템의 기본모델에 대한 설명을 하이킹에 비유하여 설명한 것이 너무나 명쾌했다. 결국 제품의 생산에 대해서 생산능력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시장수요와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흐름간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생산성에만 집착하던 알렉스는 이윤추구라는 목표를 설정하게 됨으로써 공장을 회생시키고, 더 큰 사업부를 맡게 된다. 고정관념의 틀을 벗어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열려있는 자세로 자신이 맡은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게 된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생산관리, 생산성 향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사고프로세스에 관한 이야기로 더 다가왔다. 모든 일의 출발점은 현재 상태의 기본 가정과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가’에 관한 기본 가정을 토대로 도전해야 한다. 거기에 맞추어 우리의 사고가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이 단순한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관리자가 가져야 할 기본적 소양이 아닌가 싶다. 사고프로세스는 물론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이론과 관점, 특히 기업의 목표는 재고와 운영비용을 동시에 줄이면서 현금창출률을 증대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은 실제로 관리자로서의 내 업무에도 바른 길로 갈 수 있는 지침이 될 거 같다.

 

선뜻 이런 책을 선택하기는 망설여진다. 과학이라는 주제가 그렇고, 눈을 정화시켜주는 삽화하나 없이 작은 글씨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 500페이지의 위압감은 독자를 압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매체의 중복추천과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이후 과학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문구는 충분히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원제는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으로 정말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담고 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 이름 지울 수 있는 것은 우주의 탄생부터 지구, 인류 문명의 출현 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교양 서적이긴 하지만 저자가 과학자가 아니라 놀랍게도 [나를 부르는 숲]으로 유명한 여행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빌 브라이슨이다. 이 책은 과학자가 아닌 저자가 자신의 궁금증을 직접 전문가를 찾아가 인터뷰하면서 3년을 보낸 결과물이다 보니, 일반 독자로서는 오히려 더 이해하기 쉽고 심지어 때로는 재미있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책 내용이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과학자들이 과학 이론을 ‘어떻게’ 알아냈는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반 과학서적처럼 과학적 사실을 일일이 세세하게 설명한다기 보다는 과학자가 하나의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이론화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을 깨뜨리는 이야기도 양념처럼 들어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흔히 의자에 앉아 있다고 하는데, 과학적인 견지에서 보면, 그건 사람이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1 옹스트롱 (1억분의 1츠)정도 높이에 떠 있는 셈이다. 사람과 의자들이 더 이상 서로 가까워 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빌 브라이슨의 재치가 엿보이는 과학적 접근이다.

과학적 우연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1994년 태평양에서 태풍을 만나 한국의 화물선에서 장갑 3만 4,000켤레가 바다로 떨어졌는데, 그 장갑들은 밴쿠버에서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곳으로 떠밀려갔다. 그 덕분에 해양학자들은 작은 해류들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당당히(?) 세계의 과학적 발견에 한 몫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우주의 탄생과 인류문명 출현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다루면서 지구는 단지 인간의 것이 아니고,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정말 빅뱅이래 지구가 생성되고, 그 위에 수놓았던 화려한 생명들에 비하면 아주 잠깐 동안 지구에 머무르고 있는 나그네와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지구와 우리를 둘러싼 자연, 그리고 인간 스스로에 대해서 좀더 겸손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참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훑어 보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론은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사실 자연의 아주 미세한 부분에 불과하고 거의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참 과학교육을 잘 못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은 재미없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과학을 재미없게 배운 것이다. 나에게는 이 책은 과학도서라기 보다는 수 많은 과학자들과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들려주는 소설처럼, 때로는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을 들려주는 과학전문 저널처럼 느껴졌다. 만약 보다 각각의 세부분야에 대한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성과에 대한 성찰을 기대한 독자라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는데, 그건 과학 교양서로서의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에 대해 한 번은 들어 봤음직하다. 총 5부작으로 되어 있는데, 정리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성향인지, 책으로도 한번 정리된 내용을 보고 싶었다.

이 책은 ‘돈이란 무엇인가?’ ‘왜 학교에서 경제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에서 다루는 내용은 좀 더 현실적이고 신랄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고 놀라웠던 부분은 바로 제1장의 내용, 빚이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 자본주의의 비밀이었다. 우리가 악이라고 알아왔던 빚이 자본주의 입장에서는 선으로 돌변한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돈으로 굴러가는 사회’가 아니라 ‘돈을 창조하는 사회’라고 해야 보다 정확할 것이다. 바로 빚을 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가 바로 ‘은행’이다. 은행은 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대출’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한다. 즉, 돈이 ‘빚’이라는 형태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진다. 누군가 빚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말과 같다. 이 얼마나 무서운 현실인가?

어찌되었건, 자본주의에서 은행은 남의 돈으로 돈을 잘 버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즉, 은행이 있기 때문에 돈의 양이 늘어나고 따라서 물가도 오르게 된다. 물가가 오르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 아니고, 기업들이 더 많은 이익을 취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 중심점에 은행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자본주의 시스템 때문이다.

금융상품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다른 재테크 책에서 많이 언급된 내용이어서 별반 새로운 것은 없었다. 다만, ‘은행이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 채권을 발행을 한다’는 부분에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했다. 부채를 자본으로 바꾸는 은행의 꼼수였다. 왜냐하면, 채권은 부채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BIS비율이 높은 우량 저축은행도 순식간에 망할 수 있는 거였다.

소비 마케팅부분은 행동경제 심리학 책에서 많이 봐 왔던 내용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 의해 소비에 길들여지고 있다. 다행히 해결책은 있는 거 같다. 폴 새무엘슨 교수의 행복지수 공식에 따라, 소비를 늘일 수 없다면, 욕망을 줄이는 것이다. 그럼 그 만큼 우리의 행복지수는 늘어나게 된다.

다음으로, 자본주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사상가 혹은 경제학자들도 소개하고 있다. 노동이 최상의 가치라고 주장했던 아담 스미스, 자본주의의 붕괴를 예언했던 [자본론]의 칼 마르크스, 시장의 힘보다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던 거시경제학의 거두 케인즈, 정부가 커지면 비용도 늘어난다는 신자유주의의 하이에크까지 다루고 있는데, 특히 케인즈의 공공경제학과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는 지금도 여전히 뜨거운 논쟁 중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따뜻한 자본주의, 복지 자본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여기서 복지란, 단순히 가난한 한 사람을 도와주는 인도적 차원의 복지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이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 주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생산적이며 건강한 복지를 말한다.

전체적으로, 경제라는 어려운 부분을 다루고 있지만, 매스컴에서 다룬 다큐멘터리 내용인지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어 어렵지 않고, 책의 구성과 디자인 또한, 깔끔해서 지루하지 않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첫 장의 충격에 비해 후반부는 다소 밋밋하고 원론적인 면으로 흐른 아쉬운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강력하고 명확하다. 우리 시대의 자본주의는 탐욕스럽고, 교활하며, 지능적이라는 것이다. 그 어떤 체제도 자본주의를 이기지 못했다. 문제는 ‘누구를 위한 자본주의가 되느냐’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자본주의, 복지 자본주의를 만들어내자고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아마도 누구나 쉽게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실체를 파헤치고, 길 잃은 자본주의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산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