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나와 있는 경제경영 혹은 재테크 분야의 책은 북미도서 혹은 국내도서가 대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부자들의 생각법] 표지에 나와 있는 2013 독일 최우수 경제 경영도서상 수상작이라는 문구는 나로서는 호기심이 일었다. ‘부’에 대한 유럽인의 시각, 특히 요즘 유럽에서 가장 잘 나가는 독일경제학자의 시각이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사실 내 기대치와는 달랐다. 내가 익히 보아온 행동경제학 서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경제학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가 하는 비합리적, 비이성적 행동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들을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금융전문기자로 일할 때, 주가하락의 원인을 전문가에게 물었을 때, 유로화의 강세라는 답변을 들었다. 다음날, 주가가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올랐을 때, 다른 전문가는 그 원인을 유로화의 강세라고 했다. 두 전문가의 논리가 다 경제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합리적 분석이었음에 놀랐다. 누가 보아도 모순이다. 저자는 이런 모순에 주목했다. 그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에 바탕을 둔 부자들의 생각법의 근간이다. 결국, 이론과 현실의 모순은 인간이 감성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이성적으로 합리화하는 경향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시장에서 이론이란 마치 머리카락이 둥둥 떠다니는 수프와 같다고 한다. 문제는 그 수프를 먹으려면 머리카락을 먼저 건져 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이론을 걷어낸 그들만의 경제학이 바로 부자들의 생각법이다. 부자들의 생각법을 잠시 살펴보자

 

빌 그로스와 워런 버핏과 같은 전설적인 투자자들은 성공비결 중 하나는 집단에서 떨어져 있다는 점이 중요 요인으로 평가 받는다. 그들은 월 스트리트에서 멀리 떨어져서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을 내림으로써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집단적 광기, 밴드웨건 효과에 빠질 가능성이 적어지게 되는 것이다.

소위 증권시장에서 얘기하는 기술적 분석에 대한 비판도 신랄하다. 주가의 상승과 하락이 만들어낸 패턴이라는 것은 단순히 우연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마치 동전던지기의 앞면과 뒷면이 나오는 횟수에 의한 패턴과 별반 다르지 않고, 따라서 차트분석을 신뢰하는 것은 패턴이 만들어 낸 우연의 장난에 속는 것이라 주장한다.

 

손실회피와 매몰 비용의 오류에 대한 이론과 사례는 이미 많은 행동경제학 서적에서 보아온 내용이라 다소 식상했으나 투자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명확해서 좋았다. 투자를 계속할지 그만 둘지를 고민할 때 생각할 것은 단 하나 ‘이 주식을 오늘 알게 되었다면 투자를 했을까?’나는 질문은 투자자로서는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 아닌가 싶다.

 

그밖에 처분효과, 결정이론, 기저효과, 소유효과, 낙관적 사후확신 등 많은 행동경제학이론들이 사례와 함께 적절히 설명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느껴진 것은 어딘지 문체나 내용이 기시감이 많이 든다. 아마도 기존의 행동경제학 서적을 많이 보아온 탓일 것이다. 그래도 하나의 행동경제학적 개념을 설명하는 데 있어, 양적으로 적절하게 사례를 제시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는 장점은 있다. 전체적인 내용이 주식 금융에 관한 이야기로만 전개가 되어 있어 전체 부에 대한 통찰력을 바라보는 데는 너무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었다고 부에 대한, 돈에 대한 생각이 바뀔 거 같지는 않다. 다만, 금융경제학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지성인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8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동감이 있다. 그래서 언제나 그의 신작은 기대된다. 게다가 ‘생명’과 ‘자본’이라니. 당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가 동급의 문장을 이룬다. 

또한, 저자는 이 책을 한 장의 지도에 비유한다. 숨이 차서 더 이상은 캐올 수가 없는 생명의 전복을 알려주고 싶어 남겨놓는 늙은 해녀의 보물지도라는 얘기다. 80대의 지성이 그려놓은 보물지도를 한번 따라가 보고 싶었다. 분명 생명의 전복이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그의 생명의 경이에 대한 시작은 50여년 전 가난한 신혼시절의 겨울 밤의 기억에서 비롯된다. 어느 추운 겨울아침 어항 속에 얼어 죽은 금붕어를 보고, 그는 금붕어를 살리기 위해 뜨거운 물을 붓는다. 잠시 후, 얼음이 깨지면서 죽은 금붕어가 살아난 순간, 유레카! 그는 깨닫게 된다. 죽어있는 금붕어를 살리기 위해 따뜻한 물을 붓는 것, 생명을 잃은 존재에게 생명을 찾아주는 것, 이것이 바로 생명을 가진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추위에 얼어붙은 금붕어 이야기는 동면의 개념으로 생각을 발전시켜보면, 자본주의 경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불황이야말로 동면 같은 구제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 한다. 즉, 불황의 추위를 통해서만이 끝없이 팽창하는 자본주의의 탐욕으로부터 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금붕어의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금붕어는 단순한 애완물이 아니라 한 나라의 사회적 변화와 경제적 번영을 읽을 수 있는 척도라고까지 언급되어 지는데 사실, 금붕어에서 생명자본주의를 연속적으로 연관시키기가 쉽지는 않았다.

 

결국, 생명자본주의란 물질적인 면에 기초를 둔 금융자본주의가 아니라, 생명에 대한 가치를 인지하고 생명이 생산과 창조의 근간이 되는 자본주의를 말한다. 또한, 생명자본주의는 날치로 비유된다.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타조나 닭, 펭귄과는 달리, 날치는 날개가 없는 물고기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창공을 비상한다. 날치는 물속에서 시속30미터 정도의 속도를 내는데 비해 하늘을 날 때는 시속 50미터로 질주한다. 그래서 생명자본주의에 정말 필요한 인간은 자본주의라는 문명의 수면 밖으로 뛰어올라 주변을 둘러볼 줄 아는 ‘날치형 인간’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결론적으로 탐욕적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이며 그 대안으로 ‘생명’과 사랑을 강조한다. 물질이 자본이 아니라 생명이 자본이고, 생명이 부를 창출하는 것이라 강조한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생명을 사랑하는 일이다. 자본으로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명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유익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것이 또한 목적이 이끄는 삶이 아닐까 싶다.

 

EBS 다큐멘터리가 주는 신뢰는 크다. 특히 지식을 추구하는 독서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내게는 이 책을 선택함에 있어 주저함은 없었다. 이 책은 중국 CCTV가 2년여의 시간을 들이고 6개 제작팀으로 나누어 3대륙을 돌며 취재한 결과물이라 한다. 또한 EBS에서도 방영되었다고 하니 기대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480여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지만 기업의 성장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진, 삽화들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쉬운 설명으로 굉장히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있는 느낌이었다. 기업이라는 조직이 생기게 된 배경부터 자본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급속하게 성장하게 되는 기업과 이를 억제하려는 국가의 대립, 성장제일주의로 앞만 보고 달린 기업의 재앙과 그 속에서의 기업가 정신 등을 잘 다루고 있다.

 

초창기 기업의 형태였던 영국, 네덜란드 등의 동인도 회사, 서인도 회사 등을 살펴보면 이들은 무역이나 경제 활동 외에 식민지 영토확장이라는 첨병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초기 기업의 형태는 지금의 모습과 달랐지만 점차 여러 나라의 여러 제도와 문화 속에서 현재의 모습으로 여러 시행착오 끝에 변화하게 되었다.

 

영국은 처음으로 기업의 발달과 함께 경제가 번성했으나 이내 다른 나라들에게 경제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었고, 미국과 독일이 또 다른 모습으로 경제발달을 이루게 되었다. 록펠러와 철강왕 카네기, 그리고 포드 자동차의 헨리포드까지 아마도 그들이 있어 미국은 더욱 빨리 강대해 질 수 있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각 나라의 기업으로 인한 변화의 모습은 진정 다큐멘터리 맛을 느끼게 하였다.

 

그 외에도 이 책은 일본의 성장과 신흥 시장국가 중국의 부상에 이르기 까지 인류의 삶에 무한 영향을 끼쳤던 기업의 시대를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의 성장과 더불어 그 속에 속한 일반 근로자들의 억압과 착취, 방대한 조직이 불러온 병폐들도 간과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대체적으로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균형감각이 좋았다. 특정 기업의 성공비결이나 개별적 사례들만을 모아놓지도 않았다. 그보다는 기업의 시대를 살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우리의 나아갈 길을 돌아보게 하였다. 그런 면에서 [기업의 시대]는 현재 우리가 나아갈 길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좋은 이정표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업이 걸어온 길이 세계현대화의 과정이었으며, 시장이 있기에 기업은 계속 창조하고 꿈을 꾸었고, 더불어 존중과 겸손을 배웠다는 다음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업이 걸어온 길은 곧 세계 현대화의 과정이었다. 이는 국가간의 경쟁과 각축으로 점철된 역사이며 인류에게 자기 성찰과 재 발견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시장이 있기에 기업은 계속 창조하고 꿈을 꾸었으며 존중과 겸손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