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현학적이 문체가 때로는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들에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랑, 종교, 여행, 그리고 미술에 이르기 까지…… 이번에 그가 들고 온 주제는 뉴스이다. 어쩌면 가장 대중적인 주제이면서 우리의 삶에 가장 밀접한 주제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신문을 6가지의 카테고리 – 정치, 해외, 경제, 셀러브리티, 재난, 소비자 정보 뉴스 – 로 나누어서 주제별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기사는 어떤 식으로 쓰여지고, 우리 대중들은 그 행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대체로 객관적인 시선으로 신문기사 예와 함께 설명해 준다.

 

저자는 뉴스에 대해 크게 세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 뉴스의 중요성, 뉴스의 파급력과 부정효과, 그리고, 뉴스의 선택,

 

뉴스는 우리 일상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그 만큼 우리와 가까이 있고 자주 접하게 되어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뉴스가 제공하는 관점에서 자유롭지 않다. 어쩌면 그의 말처럼, 우리는 제도권 교육기관을 떠나 공식적인 교육과정이 끝나면 우리의 선생님은 더 이상 학교가 아니라 뉴스가 될지도 모른다.

 

또한, 뉴스는 세상사를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우선순위에 의거하여 새로운 세상을 우리들 마음 속에 지속적으로 건설하고 있다. 뉴스는 어떤 이야기를 조명하고 어떤 이야기를 빼 버릴 지 선택하면서 단지 현실을 선택적을 빚어낼 뿐이다.

 

따라서, 뉴스매체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도 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시청자가 얼마나 비판 정신을 가지고 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일반대중은 일상과 뉴스 사이의 괴리로 인해 선구적인 혜안을 갖기가 힘들다는데 있다. 저자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뉴스 이외에 인문학적인 도서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본질에 다가가는 시야를 넓히고, 그것을 바탕으로 뉴스가 정말 의미하는 것, 핵심적인 질문에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의 시대는 언론이 풍기는 일반적인 이미지처럼 날카로운 비평이나 분석을 통한 뉴스에 대한 비판만을 담은 책은 아니다. 오히려 뉴스의 홍수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그런 면에서 원작의 부제 ‘A User’s Manual’은 참 적절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뉴스의 수용자로서 어쩌면 당연하고 습관적으로 대했던 뉴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등 탁월한 시각을 가진 경제학 책을 펴내면서, 경제정책에 관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하준 교수의 책은 출판 자체로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저자의 전작을 읽은 나로서는 경제관점이 신 고전주의적 관점이 아닌 저자가 과연 경제학교과서를 어떻게 설명했을지 궁금했다.

 

과연 경제학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경제학을 한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경제학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해 준다. ‘돈’과 관련된, ‘돈의 흐름’과 관련된 대부분의 것들에 대한 학문이라고……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생산하고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학문인 것이다.

 

저자는 경제학자들에게만 이 중요한 문제를 맡겨 두는 것이 충분치 않다고 주장한다. 경제가 수학문제처럼 정답이 딱 떨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입장에 따라서 경제적 접근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시민들도 어느 정도는 비판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망치를 쥔 사람은 모든 것을 못으로 본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문제를 특정 이론의 관점에서만 보면 특정 질문만 하게 되고, 특정한 각도에서만 답을 찾게 된다. 운이 좋아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못’이라면 손에 쥔 ‘망치’가 안성맞춤인 도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도구가 필요하다.”

 

즉, 경제적 관점에서의 경제학, 정치적 관점에서의 경제학, 국제적 관심에서의 경제학, 그리고 우리 안에서의 경제학, 이 모든 것을 생각하는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을 꼽으라면, 그 하나는 경제학의 여러 학설을 골고루 설명해 준다는데 있다. 특히, ‘백화제방’을 다루는 4장은 9가지 경제학 학파의 주장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있는데, ‘경제’라는 것을 설명하는 수많은 방식들과 그런 차이가 벌어지는 핵심을 잘 짚어주고 있다. 결국 정답은 없고, 순간순간 현명하게 선택하면서 나아가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저자의 경제학 강의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점과 부합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실용주의적 경제교과서처럼 느껴진다. 기대만큼의 깊이는 없었지만, 다양한 경제학, 그리고 현실에 바탕을 둔 경제학 원론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듯싶다.

 

서문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책은 요령을 제시하기 보다는 사람들이 따분하고 무의미한 삶을 기쁨이 충만한 삶으로 바꾸기 위한 원리와 이러한 원리들을 자신의 삶에 접목시킨 구체적인 예들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언제 제일 행복할까?”라는 물음에 대해 몰입(Flow)이라는 개념으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Flow가 이 책의 핵심내용인데, 무언가에 빠져서 혼연일체가 되는 그런 순간, 사람들은 행복을 느낀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순간이 바로 몰입 Flow이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면, 분명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따라서, 즐거움이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하느냐의 여부에 달린 것이다. 우리에게는 계속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는 외적인 목표와 외적 자극, 그리고 외적 피드백이 필요하다. 외적 압력이 부족할 때는 주의가 산만해 지고, 사고의 혼란이 초래되며, 심리적인 엔트로피 상태에 빠지게 된다. 저자는 이와 반대되는 상태를 최적경험(Optimal experience)라고 구분했는데, 최적경험이란 외적 조건들에 의해 압도되지 않고, 우리의 행동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으며, 내 운명의 주인이 바로 자신인 듯한 느낌이 드는 순간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몰입을 Flow라고 정의한 것은 정말 단순한 표현이지만 의도적인 노력 없이, 시간의 흐름을 인지함이 없이, 온전히 혼연일체 되는 행동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밖에 저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플로우를 경험하기 위한 방법들을 소개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통찰력 깊은 자신의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이러한 분야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해 주고 있는데 이 책에서 이 부분이 가장 탁월해 보인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마약, 도박’등도 일종의 몰입상태로 보았다. 결국 몰입자체는 선악너머의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복합적 자아로 발전할 수 있는 생산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말이다.

 

정말 이 책은 제목처럼 나를 몰입하게 만드는 책이다.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해석들이 돋보인다. 특히, 인상 깊은 구절은 “행복이라는 것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인간은 언제 제일 행복할까라는 문제에 대해, 행복이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므로 내적으로 경험들을 조절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감각적인 행동과 관념주의적인 관조를 서로 보완하고 지지해 주는 이상적인 주제를 계발한다면 우리 스스로 더욱 복합적인 자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궁극적인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선 오로지 바라야 할 것은 나의 자의식을 버리고 세상에 몰입하면서 완전한 주의 집중에 이르는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