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내내 손이 부르르 떨림을 느꼈었다. 그리고 읽고 나서 내린 결론은...
‘글로벌리스트’란 어떤 걸까하는 순수히 제목만을 가지고서 관심을 가졌다면 정확히 293페이지부터 마지막장인 299페이지까지만 읽으시길 바란다. 나머지는 읽을 필요 없을 것이다.
아니 7페이지를 읽기 위해서 이 책을 열어 볼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어떤 욕을 먹을지라도 내 스스로 내린 결론은 이것 뿐이다.
바야흐로 적자생존의 시대이다. IMF라는 칼날같은 혹독함 속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가정을 꾸리고 소중한 아이들을 얻었지만 IMF당시의 구조조정 대상이 되었던 이들의 긴 한숨과 회한 짙은 눈물을 기억하는 내겐 가정을 별탈없이 꾸려나가고 있다고 해서 행복하다고 느끼기엔 늘 가슴 한켠 어딘가에 위기감이 이를 밀어내고 있었다.
이런 불안함 속에서 <글로벌리스트>라는 책을 접하면서 내 스스로와 타자들간의 연마해야할 경쟁력의 총합이 바로 국가경쟁력이고 이를 구성하는 파워를 지닌 이들이 바로 글로벌리스트란 생각에 나 자신을 변모시키기 위한 좋은 멘토로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미국...그것도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금융자본 내지는 투기자본들의 이윤창출을 위해 전용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나팔수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한 여자의 독기서린 성토로 점철되어져 있다.
뭐 어쨌든 좋다. 내 스스로 가지고 있는 가치판단의 기준과 다르다고 해서 외면하고 무시하고 경멸하고 싶진 않다. 아니 절대로 그래서도 안된다. 그래서 난 끝까지 이 책을 읽어내려갔고 한줄 한줄 음미하고 또 음미하면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애썼다.
결국 <글로벌리스트>는 글로벌리스트로서 변모하기 위해 자신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만(뭐 이런 말이야 삼척동자도 할 수 있는 말이며 293-299페이지에 언급된 스티브잡스에게서 배울만한 글로벌리스트로서의 충고는 이미 다른 책에서 훨씬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관심을 가져야 할 뿐, 근본적인 세계관에 대해서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절대로....
서구 유럽에서 시작된 자본주의체제가 미국을 통해서 꽃피우면서...공산주의의 몰락을 통해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체제로서 주류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러한 틀 안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한다는 점은 누구보다도 인정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큰 관심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처럼 참여정부가 막장 정치를 통해서 다 말아먹은 국내 경제하에서 ‘신에겐 아직 12척의 전함이 있다’고 일갈하는 이순신장군처럼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는 다면, 내 스스로를 벼랑끝에 몰아넣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경쟁도 때론 반갑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러나 <글로벌리스트>는 저자의 서문에서부터 예의 치열한 편견에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마르크스 사회주의 유령’이나 샘물교회 신도들의 선교가 ‘선의’였다는 표현은 기독교문명에 기반을 두고 시작한 자본주의체제의 우등생인 미국을 위해 철저하게 일관된 주장을 펴고 있다는 우려를 지우지 못했고 불행히도 내내 이 우려를 확인해주기 급급했다.
저자가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의 전도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내용중에 일부분을 언급해보면...
(p156) "노동과 인련과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리제이션 시대에는 호락호락 세금 낼 고소득층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왜! 딴 나라로 가버리면 그만이니까!
(p139) "글로벌리제이션이 뒤집히지만 않는다면, 그리하여 선진국에서 떠나는 글로벌 기업들을 우리나라에서 불러올 수만 있다면, 그 일자리도 다 우리것이 된다. 슬프게도 지금같은 정책과 비즈니스 환경에선 외국인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
이 두부분을 보면 일견 저자의 주장이 그럴듯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이 두부분에 대한 주장이 저자가 얼마나 신자유주의 이론에 대해 무지한 지 보여주는 모순된 부분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는 이 책에서 저자가 내내 주장하였듯이 국가간 자본 및 인력의 이동이 자유로운 경제체제를 뜻한다. 즉 이를 주장하는 월스트리트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투기자본 등에겐 국가간의 영역이란 막말로 하찮은 짐승들이 배설물로 획을 긋는 영역표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 정부에서 금융자본에 대해 규제와 과세 움직임을 보이면
조세회피지역(tax heaven)을 거점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떠한 제약도 없이 시세차익을 거둘수가 있으며 저자의 말대로 좀 귀찮아진다 싶으면 미련없이 툴툴 털고 가버리는 것이다.
이미 론스타 등 헤지펀드들이 IMF이후에 국내에서 엄청난 시세차익을 시현한 후 떠나버린 것을 익히 봤지 않은가!! 그런데 저자는 꿈도 야무지게 다른 국가에서 떠나온 글로벌기업(금융자본과 별반 다를 것 없다)을 우리가 불러오면 된단다... 그 일자리 설령 다 우리것 된다고 하자. 몇 년 버티겠는가? 풍부한 저임금 노동시장을 자랑하는 중국이 버티고 있는데 말이다. 이를 모른채 하면서 정부탓만 할 것인가?
이러한 국제투기자본들의 이해관계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것이 시장은 만능이고 정부의 개입은 시장 메커니즘의 이상작동을 가져와 경제가 작살난다는 주장이다.
이는 저자가 이 책의 전반에 걸쳐 주장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장하준 교수를 비주류 경제학자니 어쩌느니 하면서 깎아 내리기 바쁘다.. 솔직히 이부분에서는 정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경제학도 유통기한이 있네 없네 하면서 깎아내리질 않나..이젠 장하준교수까지.... 장하준 교수에 대한 비판을 하기 전까지 <글로벌리스트>란 책이 차라리 치열한 경쟁체제하에서 대한민국의 활로를 모색하는 책이라면 장하준 교수의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읽어 볼 것을 추천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장하준 교수를 비주류니(주류건 비주류건 시각차일 뿐이다.) 저자 마음대로 구분지으면서(일견 객관성을 띠기 위해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국 언론을 들먹이고 있는데 외국언론처럼 어느 일방의 주장을 충실히..뻔뻔하게 전달하는 언론도 없을 것이다) 비판하고 있는 것은 정말로 참을수가 없었다.(장하준빠라고 주장한다면 할말 없다.)
신자유주의는 경제학의 이론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지만 경제학은 양극화를 조장하는 학문이 아니다. 마치 신자유주의=경제학 인양 언급하고 있지만 경제학에서는 분명히 정부의 실패 뿐만아니라 시장의 실패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 즉, 시장이 만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을 맹목하지 않은 모든 이들은 사우론처럼 묘사하고 미국이라는 간달프의 영도아래 한시라도 빨리 반지원정대에 참여해서 신자유주의라는 절대반지를 얻기 위해 이슬람 테러집단과 깡패국가인 이란, 북한 등 오크들의 저항을 뛰어넘어 모르도르로 가야한다면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절대반지만을 사랑하다가 흉측하게 변한 골룸의 최후도 고려해 봐야 하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인 여성으로서 여자들에게 충고하는 ‘여자의 선택, 여자의 전략’(p173-181)은 여성으로서 오피니언 리더에 오른 저자가 여성들에게 따끔하게 조언을 남기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상당히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본다. 여성독자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