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나만의 무대라는 말이 있다. 그말은 결국 자신이 주인공인 한편의 길면서도 짧게 느껴지는 하루하루의 무대에서 누구나 연기를 하는 것이란 뜻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무대를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걸까? 개인적으로 대학시절 잠시나마 연극을 했었지만..많은 선배 후배들이 무대 공포증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봐왔고 또 직접 체험도 했었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프레젠테이션 상황에서 겪었던 당황스러운 돌발 상황들 역시 무대공포증과 같은 프레젠테이션 공포증으로 심화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직장인이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던 이런 프레젠테이션 하에서의 시행착오와 쓰디 쓴 좌절을 이겨내기 위해 한권의 책이 우릴 찾아왔다...<프레젠테이션 챔피언>! 제목부터 노골적(?)으로 실전 스킬을 습득시키리라는 강한 의지가 보이는 책이다.

이런 실무위주의 책들은 작정하고 한페이지씩 읽어보지 않고 대충 훑어보아도 그간의 오랜 경험에서인진 몰라도 대략 그 질적인 면의 성과를 짐작할 수 있곤 한다..이 책 역시 그런 나만의 검증을 통해 가늠했지만...검증으로 쉽사리 평가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유익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그동안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책들은 대부분이 어떻게 하면 파일 속 설명자료를 이쁘고 눈에 잘띠게 만들것인가에 대한 기술만을 제시해 왔지만..이 책처럼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청중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배려, 진행자가 흔히 겪는 실수들에 대한 침착한 대응 방법 등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짚어주고 있어서...꽤 좋은 인상으로 남았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가 프레젠테이션의 처음이자 끝이기도 한..가장 중요한 GOER기법(Goal, Outline, Elaborate, Refine)은 흔히 프레젠테이션 초보나 어느정도 경험이 있는 직장인이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나와있는 자료에 대한 설명을 청중에 대한 배려없이 정신나간 사람처럼 쏟아내고 마는...어이없는 실수를 겪어왔던 이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의 큰 숲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간단명료하면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준다.

이처럼 일부만 언급하였지만 이 책이 가진 매력은 이것만이 아니다. 또한 굳이 다 표현하진 않겠지만 프레젠테이션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컬러풀하고 내용은 빈약한채 페이지수만 잡아먹는(?)그런 책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이 책에서 배울 점은 셀수없이 많다는 점에서 또다른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데 충분한 책이기도 할 것이다.

 

 

어느날 퇴근길...이 책을 펼쳐 정신없이 해법에 몰두해 있을때, 바로 옆에 한 직장여성이 핸드폰 게임으로 수도쿠 풀이를 즐기다가 이 책에 곁눈질하고 있는 모습을 눈치챘다.

수도쿠와는 형태에서 뿐만아니라 게임규칙도 다르지만 어느덧 숫자를 통해 그 규칙을 찾아내고 해답에 접근해 가는 방식을 갖고 있는 게임의 중독성이야 스도쿠와 슈퍼 가쿠로 둘다 비슷한 점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 스도쿠에 재미를 얻기 전만해도 주변사람들이 스도쿠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뭐 이런 걸 이토록 신이나서 풀고 있지’라는 의아함을 가지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매니아적인 지지를 보내는 두뇌회전용 게임은 아니지만 한동안 스도쿠에 몰두해 해답을 찾아내고 나서 느끼는 뿌듯함은 분명히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내고 나서 갖는 기진맥진함과는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달랐기 때문에 스도쿠에 나름 중독성을 가졌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슈퍼 가쿠로 역시 만만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큰 몰입성과 중독성을 가진 이 게임에 상당히 만족해 있었다.

이 책 앞에 소개되어 있는 매뉴얼은 200여개의 문제들을 풀기위한 필수 코스이기에 당연히 몇 번이고 꼼꼼히 읽어내려갔다. 하지만 워낙 숫자에 밝지 못한게 천성인지라 처음 스탠더드문제를 풀때도 자꾸 매뉴얼을 다시 들춰보게 됐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반복학습하는 것이 나중에 엑스퍼트나 프리미엄 파트의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런 면에선 역시 기본에 충실해야 실력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아쉬운 부분이라면 아니 개인적인 욕심이라면 개별 문제 하단에 문제해결을 제시해주는 ‘Tip'을 삽입해줬더라면 하는 바램이었다. 이 책의 구성이 전반부에 게임 사용방법을 제시하고 바로 200여개의 문제만 나열돼 있어서 구성상 지루함과 만만치 않은 문제의 양에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기가 질릴 법도 하기에 말이다.

어쨌든 이러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이 책을 통해 오랜만에 숫자와의 즐거운 두뇌놀이를 즐겨 흐뭇했다. 그 흐뭇함이란 몸은 늙어가지만...머리만큼은 <슈퍼 가쿠로>로 아직 청춘인듯한 만족감이었다.

 

 

부제가 ‘경박한 세상을 나무라는 매운 가르침’이다... 경박한 세상에서 피해입지 않고 잘 대처해 나가는 것이 ‘처세’가 아닐까? 물론 처세라는 단어의 의미를 너무 좁혀버린채 꽉막힌 사고를 지닌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딘지 책 제목에 ‘처세어록’이 들어가면서 ‘경박한 세상을 나무란다’고 하니 다소 의아함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세상이 경박하단건..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결국 경박한 사람들이 정직하고 의로운 이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이득을 취하기에 나타나는 개별 모습들을 합친 것이다. 그렇다고 이 경박한 세상을... 경박한 사람들을 흘기며 홀로 고고하게 살아가기엔 또 너무 책상물림처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성대중 처세어록>은 서얼출신으로 신분의 한계를 지녔던 영정조 시대의 성대중의 저서 중에서 처세와 관련한 120여개의 글을 옮긴 것이다.

이미 책에 대한 소개야 책 앞에도 나왔으니 중언부언할 필요는 없을테고..이 책이 지닌 삶에 있어 가져야 할 자세는 탈무드나 채근담등 수신(修身)의 길을 다룬 책들 못지않게 독특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나서 저자인 성대중이 서얼출신으로 신분 상승에의 희망조차 접어야만 했던 인생에 있어 이러한 자신을 엄정하게 단속하는데서 그러한 울분과 설움을 씻어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가져봤다.

자신의 능력보다 출신으로 운명이 결정지어지는 보이지 않는(?) 잔혹한 시기에 신분의 제약으로 큰 뜻을 펼칠 기회조차 없었던..그로 인해 열패감에 빠진 감정이 이성을 짓눌러 버리고 더 이상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져갈때마다 그럴수록 자신을 다그치고 단속하기 위해 노력했던...늘 곁에 두고 경계를 삼았던 삶의 소신들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부분이 많음을 느끼기도 했다. 결국 성대중 자신은 저술한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자중하는 모습을 지향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수신의 모습이 점점 더 각박해져 가는 오늘날에 소중한 충고가 되어 줄 것이다.

여러 추측을 해보지만 그래도 가슴 한켠에 남는건...이 책만큼은 수시로 들춰보면서 매일의 언행의 좌표로 삼는다면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성과를 얻는데 그 시작점이 되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120여가지의 글이니 매일 아침마다 한 파트씩 읽고 그날 하루의 실행목표가 된다면 일년에 적어도 세 번정도의 반복 학습이 이뤄질테니 말이다.

한마디로 <성대중 처세어록>은 내게 좋은 책은 곧 좋은 구루이자 멘토임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