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4월이었던 것 같다. 특별한 일이 없었음에도 아는 형들과 누나를 만나 저녁을 먹고 드라이브를 했던 적이 있었다. 늦은 시간이어서 어두웠지만 벚꽃이 한창일 때여서 교외로 나가 벚꽃이 피어있는 가로수 길을 달렸다. 그저 그땐 벚꽃 보는 것과 드라이브 하는 것이 좋아서 재밌게 놀다 온 기억 밖에 없었다. 그리고 3년 후쯤 그때 일이 생각났다. 그땐 생각도 못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모임이 왜 생겼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특별히 뭘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밥을 먹고 드라이브만 했으니 말이다. 그 전에도, 그 후에도 그런 일이 없어서 더 궁금하기만 했었다. 곰곰이 몇 일을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은 내 기분을 좋게 해주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5월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내가 좋아 보이지 않았나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재밌는 추억이지만 그땐 그랬던 것 같다. 군대 가기 싫어서 우울해 있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 그 모임이 아마도 그런 나를 위로해주기 위한 모임이 아니였을까 생각해본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때문이다.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지만 결국엔 죽고 만다. 많은 의지와 기대를 했던 의사에게선 별다른 도움과 위로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던 빵집 주인에게서 위로를 받는 내용이다.

부부가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은 의사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사의 대답은 잘 될꺼다. 좋아질 것이다. 좀 더 정확한 이유를 알기 위해 더 검사하는 것 뿐이에요 등 긍정적이긴 하지만 전혀 도움도 되지 않고 위로도 되지 않는 말 뿐이다. 그리고 아이가 죽고 나서도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말 뿐이었고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반면 빵집 주인은 먼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그는 위로해 주려고 하기보다 먼저 들어주었다. 심리학을 전공한 아는 형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보다 먼저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처한 문제 해결 방법을 모르는게 아니기 때문이란다.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그들 스스로가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빵집 주인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가 채워줄 수 없는 마음의 공허함 대신 육체의 공허함을 대신 채워주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해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야기로 부부와 공감을 형성했다. 그리고 부부는 자신들도 모르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걸 느꼈다.

이 이야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추억이 떠 올랐다. 그때의 나에겐 군대는 어떤 곳이다. 어떻게 생활해야 한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 등의 위로와 도움이 되는 말 보다 그저 함께 있어주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준 것이 더 도움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 아이를 잃은 부부와 같이 말이다.

 

이 책을 보며 가장 눈의 띄는 작품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대성당’이었다. 대부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성당’에 대해서도 몇 자 적고 싶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잘 모르겠다.’란 말이 좋을 것 같다. 대성당을 보며 영화 ‘블랙’이 떠오르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정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내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단 생각마저 든다. 지금까지 눈으로만 봐오던 남편이 눈을 감고 경험한 대성당의 웅장함에 놀라고 감탄했던 그 모습을, 그리고 그것을 통해 로버트와 소통하게 된 남편의 그 모습을 아직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자의 소설을 보면 단절된 부부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그 부부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이야기를 더 부각시간다. 그 부분을 보면서 그의 삶이 생각나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른 사랑을 찾긴 했지만 이미 한번 아픔을 경험한 삶. 왠지 소설이 그의 삶을 반영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행복하지 못한 부부가 그의 아픔이고 그들이 행복을 찾는 것이 주제가 아니라 다른 것들이 부각되어 그들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 것이 그의 모습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과연 그의 삶에 불행이 없었다면 그의 소설은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서 정말 더 좋았다. 이치하라 햐야토. 무지개 여신에서 처음 보고 그의 연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무척이나 기대하고 봤다. 그런데 역시나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너무나 유쾌하고 재밌는 영화였다. 그리고 추운 지금의 날씨에 보면 여름의 뜨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은 영화이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간단히 말하면 경찰과 학생들과의 700일간의 전투이다. 어느 시골마을에 경찰 한명이 부임해 온다. 그러나 그 마을에는 항상 말썽을 일으키는 학생들이 있다. 그래서 경찰과 학생들의 전투가 시작된다. 하지만 전투라고 해봤자 다들 유치한 장난밖에 치지 않는다.

 

처음에는 교통속도를 어기기 위해 자전거로 달리기도 하고 다음은 성인만화를 경찰서에 두기도 하고 경찰이 탈 오토바이에 접착제를 바른 다거나 도둑질 한거처럼 꾸며서 경찰을 골탕먹인다. 하지만 경찰도 여기에지지 않고 똑같이 유치한 장난으로 응수한다. 그들이 먹을 국수에 매운양념을 한다던지 함께 꼬치를 먹으러 가자 하고 산에 내려놓고 온다는지 경찰이라는 신분을 잊고 함께 장난을 친다.

 

하지만 어떤 한 사건을 계기로 그들은 하나가 된다. 그것은 불꽃놀이에 사용할 불꽃을 훔치는 것이다. 그들은 불꽃을 훔쳐서 미카에게 보여주기로 한다. 하지만 그것을 분명히 범죄다. 도둑질인 것이다. 그것을 안 경찰은 그들을 말리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을 막겠다고 쉽게 막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은 훔친 불꽃으로 불꽃놀이를 한다. 하지만 경찰도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 불꽃을 사서 같이 하게 된다. 그들이 훔친 불꽃값까지 물어주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그들과 경찰과의 전쟁은 끝나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전쟁은 2차전을 향해 나아가면서 끝난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유쾌함이 떠나가지 않았다. 그들의 유치함에도 그들의 진지함에도 모두 유쾌함이 뭍어났다. 아마 이 영화를 보면서 5분에 한번 정도는 웃었던 것 같다. 그만큼 재밌었다. 요즘 웃음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별 생각 없이 볼 수 있고 실컷 웃을 수 있는 영화이다.

 

야가미 라이토와 L과의 정말 소름끼치도록 멋진 대결이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그 누구도 판명하지 못할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L. 천재라고 할 것 가진 아니지만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모든 경찰들을 따돌리는 라이토. 그 둘의 대결을 정말 숨 죽이고 볼 수 밖에 없었다.

 

데스노트를 손에 넣고 세상을 심판하려는 라이토를 처음 봤을 때는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들과 L의 모습이 나오고 부터는 잘못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맞는 말이다. 어느 누가 다른 사람이 나쁜 짓을 했다고 벌할 수 있겠는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데스노트에서 또 중요한 것은 바로 사신!

 

사신 류우크를 처음 봤을 때는 정말 놀랬었다. 징그럽게 생기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사과 하나에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는 웃고 말았다. 하지만 다른 사신과는 다르게 류우크는 정말 사신이라 할 만한 장면이 나온다. 바로 2편의 라이토가 궁지에 몰렸을 때 그는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만을 하는 사신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다른 사신은 사랑 때문에 또 다른 사신은 사랑이라고 해야 할지 의무라고 해야 할지 모를 그것 때문에 죽고 만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신을 이용해 먹었던 라이토이다. 미래의 일을 계산하여 결국에는 사신을 이용해 자신을 의심의 눈초리에서 눈을 돌리게 하는데 성공한다. 그런 라이토를 보면서 정말 사신보다 더한 악마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사라는 라이토를 우상(나에겐 사랑을 넘어선 우상을 섬기는 것 같았다.)으로 섬기는 여자가 나온다. 자기를 사랑하는 여자를 이용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악마라고 표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자신만이 세상의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라이토의 모습은 결국에는 방금 말한 악마로 변하고 만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경찰을 죽여가고 자신을 잡으려고 조여오는 사람들을 죽여가는 것을 보면 정말 악마가 틀림없다. 그리고 그는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결국에는 아버지의 이름마저 데스노트에 적고 만다. 아버지를 항상 존경했던 그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더 이상의 인간이 아니였다.

 

데스노트하면 역시나 다른 것보다는 그 내용의 참신성에 있겠다. 데스노트라는 공책에 얼굴을 아는 사람의 이름을 적으면 죽는다. 어떻게 죽는지 정할 수도 있다. 이 영화를 보고서 라이토의 최후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면서 내게도 데스노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서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정말 그런 책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저 욕심이었다.

데스노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라이토와 L과의 대결이다. 보통 사람들의 머리로는 생각해 낼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해 내는 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한다. 영화를 볼 때 데스노트 1, 2편과 데스노트 L을 연속으로 봤음에도 지루하다거나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벌써 끝났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았다. 내가 이렇게 생각한데에는 라이토와 L과의 대결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사람이 죽어있는 자료를 통하여 일본의 어느지역인지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을 것인지 추리하는 L과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그 감시망 안에서도 사람을 죽여가며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라이토를 보면 누구나가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거기에서 라이토는 한발 앞서 적들의 소굴로 들어감으로써 더욱 대담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라이토의 지략과 행동에 말을 할 수 없었다.

 

이 둘의 대결을 보면서 한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은 둘이 진정으로 힘을 합쳤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중간에 잠깐 데스노트를 버리고 둘이 힘을 합쳐 일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정말 죽도 잘 맞고 멋진, 환상의 커플이 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