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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중국의 7대 소비DNA를 분석하다

지난 11월 26일 화요일 저녁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에서 <트렌드 차이나> 출간 기념 김난도 교수의 강연회가 열렸다. 에세이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통해 대한민국 청년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던 그를 이날 강연회에서는 트렌드 분석학자로서의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중국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사람들이 강연장을 찾았다.

 
↑ 신간 <트렌드 차이나>에 대해 설명 중인 김난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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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우리가 몰랐던 명화의 비밀들

지난 11월 26일 저녁 8시, 강남역 메가박스에서 세계적인 거장 코엔 형제가 각본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 ‘갬빗’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갬빗’은 콜린 퍼스와 카메론 디아즈 등이 출연한 영화로, 모네의 걸작에 대한 범죄 사기극을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이날 영화 상영에 앞서 <런던 미술관 산책> 전원경 저자는 ‘모네의 건초더미’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열어, 모네와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전원경 저자

영화관을 꽉 메운 사람들에게 전원경 저자는 모네에 대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클로드 모네는 인상을 포착하는 그림을 그리길 좋아했으나 당시 사람들은 모네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모네의 그림을 수준 낮은 습작일 뿐이라고 조롱했고 심지어 임산부와 노약자는 볼 수 없는 그림이라는 혹평을 했어요”라고 전한 전원경 저자는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모네의 작품을 인정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의 독특한 학풍도 생겨나, 살아있는 사람들 중에는 유일하게 루브르박물관에 자신의 그림이 걸리는 모습을 목격한 인물이기도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갬빗’이 소재로 삼고 있는 모네의 걸작, ‘건초더미’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모네의 ‘건초더미’는 25개의 연작으로 돼 있는 작품으로, 현재 게티미술관을 비롯 여러 군데에 흩어져 있다고 전했다.

“건초더미는 빛, 계절, 날씨에 따라 변화하는 건초의 모습이 주제입니다. 아마 모네가 살아있었다면 건초의 변화과정을 한번에 볼 수 없어 화를 내지 않았을까 하네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는 무려 6점이나 되는 건초더미 그림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그곳이 건초의 변화를 가장 풍요롭게 관람할 수 있는 곳이죠. 영화 ‘갬빗’의 주요 소재가 건초더미인 이유도 아마 시카고와 할리우드가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 그림에 대해 설명 중인 전원경 저자

"이런 유명 작품들을 훔치는 영화 같은 일들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저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녀는 “다빈치의 걸작인 ‘모나리자’가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희대의 미술품 도난에 휘말렸기 때문이에요”라고 설명했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루브르박물관이 개관할 때부터 걸려 있었어요. 어느 날 루브르에서 모나리자를 도둑맞게 되었는데 2년 뒤에 이탈리아에서 발견되었죠. 범인은 바로 루브르에서 일하던 직원이었어요. 루브르에서 액자를 만드는 담당자 페루지오는 고국인 이탈리아로 그림을 가져가는 게 사명이라고 생각한 정신질환자였어요. 그림을 가져가면 애국자 대접을 받을 줄 알았는데 결국 체포되었죠.”

희대의 미술품 사건 중에 ‘위작’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 ‘위작’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한스 반 메헤렌’이라는 인물이다. “한스 반 메헤렌의 지금까지 밝혀진 위작만 21점이고, 약 1천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어요. 밝혀지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더 많겠죠?” 위작의 대가로 불리는 한스 반 메헤렌이 위작을 수 없이 그려 벌어들인 돈이 엄청나다는 사실은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데 충분했다. 실제로 일어났던 흥미로운 사건 이야기에 관객들은 곧 빠져들었고, 덕분에 강의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강연을 마무리 중인 전원경 저자

저자는 오르세미술관에 걸린 고흐의 ‘닥터 가셰의 초상’을 예로 들면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위작 의혹사건을 설명했다. “1990년 이후로 이 그림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 그림은 고흐가 자살하기 전에 그린 최후의 명작입니다.” 저자는 두 가지 그림을 보여주면서 그 차이를 지적했다. “고흐는 한 번도 닥터 가셰의 초상을 두 번 그렸다고 한 적 없습니다. 그는 편지에서 노란 두 권의 책과 디기탈리스 꽃을 그렸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앞의 그림이 의심의 여지없이 진품입니다. 그렇다면 닥터 가셰의 유족들이 가지고 있다가 오르세미술관에 기증한 뒤의 이 그림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오르세미술관은 이 그림을 진품이라고 주장하면서 여전히 전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위작 사건은 미술계에서 뜨거운 감자입니다. 미술계 내부의 사람들이 쉬쉬하면서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고자 하는 사건들이 사실도 많습니다”라고 설명하며 단순히 흥미로운 영화 소재가 아닌, 실제 미술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고 경고했다.

 
↑ 닥터 가셰 초상 비교 그림

저자는 “영화를 재미있게 관람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강의를 끝마쳤다. 강연으로 후끈 달아오른 상영관은 영화가 시작되자 곧 여기저기서 터지는 웃음으로 더욱 훈훈해졌다. 짧지만 알찬 강연으로 관객들은 영화를 더욱 의미 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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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원한인터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인생의 ‘전성기’를 꼽는다면 언제가 될까. 많은 이들이 청춘의 젊은 날을 떠올리겠지만 송정림 작가는 조금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전성기는 ‘바로, 오늘’이라고. "만일 최후의 날에 단 한 사람과 시간을 보낸다면 그 시간이 얼마나 절실하고 소중할까요? 지금 내 곁에 있는 그 사람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입니다. 오늘 이 시간이 내 생애 가장 멋진 날, 가장 황홀한 시간입니다. 오늘은 내 생의 절정이고, 새로운 ’시작의 날’이며, ’한창때’입니다. 오늘은 내 남은 생에서 가장 젊은 날,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꽃봉오리, ’화양연화’입니다."

KBS ‘드라마시티’ SBS ‘녹색마차’ 등을 집필하며 방송작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녀는 방송일과 더불어 쉼 없이 글을 쓰며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왔다. 매번 작품을 쓸 때마다 첫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부지런히 행복을 연습했다. 그런 그녀가 열두 번째로 집필한 에세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삶, 행복, 사랑, 희망, 일상, 추억을 전하는 마흔 여덟 개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감동의 습관> <명작에게 길을 묻다> 등의 에세이로 풍요로운 삶을 제시해 온 작가가 선물하는 또 다른 행복의 습관을 전한다.

Q <내 인생의 화양연화>로 올해 벌써 3번째 책을 출간했네요.

매일 아침 한 편씩 에세이를 쓰거든요. 아침 기상 시간이 빠른 편인데 일어나면 우선 컴퓨터를 켜고 에세이를 씁니다. 일종의 마음 운동인 셈인데요. 여행 가서도 휴대폰에 짧게라도 에세이를 써요. ‘아침에 쓰는 일기’라고 할까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자주 내게 되네요. 

Q 제목을 보고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영화가 떠올랐어요. 책 제목에 대한 의미와 붙이게 된 계기를 설명해주세요.

서정적 영상과 음악에 실린 슬픈 사랑이야기 <화양연화>는 제목만큼이나 아름다운 영화예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면, 남자 주인공이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을 찾아요. 시간의 세례를 받은 잿빛 돌무덤은 수많은 기억들을 안고 묵묵히 서 있는 그 사원에서 그는 돌구멍 속에 입을 대고 사랑의 추억을 불어 넣죠. 사랑은 그들의 기억 속에만 그렇게 남아요. 최근에 앙코르와트 사원에도 갔다 왔는데, 그곳에서 가슴에 아릿한 통증이 느껴지더라고요.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그리고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를 뜻하는데, 사실 원고를 쓸 때까지만 해도 제목을 생각하지 않았는데 마지막 원고를 쓰고 나니 저도 모르게 그 단어가 생각났어요.

Q 책은 마흔 무렵부터 선물처럼 써간 글이라고 알고 있어요. 작가 본인에게 마흔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던 건가요.

마흔이라는 나이는 교통사고처럼 제 인생에 그냥 돌진해왔어요(웃음). 허둥대며 30대를 보내고 나니 어느 날 마흔이라는 나이에 쾅하고 부딪치더라고요. 30대는 정말 변화무쌍, 스펙터클하게 지나가죠. 그러다 40대가 되니 호칭이 갑자기 ‘언니’에서 ‘선생님’으로 바뀌어요. 원로 대접을 해주고, 어느 모임에 가도 나이 서열 순위에서 밀리지 않게 돼요. 마흔을 불혹의 나이라고 하는데 사실 더 흔들려요. 혼란스러운 사추기 증세를 겪는 거죠. 사춘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사추기는 선생님도 없이, 교과서도 없이, 갑자기 인생 상급생이 돼서 어려운 문제지를 받아들게 되요. 저는 흔들릴 때 마다 책이나 예술작품들을 대하며, 그리고 여행지에서 “나 어떻게 살아야 되나요?”라고 물으며 답을 찾았어요. 그렇게 인생의 힌트를 얻어가면서 한 편씩 써나간 글이 모여 이 책을 이뤘습니다.

Q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들’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는데 집필 후 자신에게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찾았나요.

찾았죠.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시간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라는 것을요. 가장 아름다운 시간, 그 시기를 굳이 따지자면, 저는 오히려 한낮의 뜨거운 젊음이 살짝 스러져간 오후의 시간, 노을의 시간 같은 나이가 화양연화가 아닌가 싶어요. 젊을 때의 무모한 열정을 토닥토닥 다독일 줄 알고 노년의 관조를 미리 배워 순리를 받아들일 줄 아니까요.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고 가장 예쁜 날이고 가장 사랑할 때이고 가장 행복할 때라는 사실을 독자 분들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행복도 연습이고 습관이에요. 지금 이 순간 감사하고 감동하며 살아야 해요.

Q 소설, 시, 희곡, 노래, 오페라, 그림 등이 소개되는데, 책에 실린 작품의 기준이 있었다면.

‘닥치는 대로’, 그게 기준이죠.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제가 어떤 책을 읽든 내버려뒀어요. 다락방에서 오빠들이 읽던 연애소설을 읽고, 만화방에서 만화를 빌려다 쌓아놓고 봐도 내버려두셨죠. 영화를 보는 기준도 없어요. 가능하면 다 보려고 하죠. 오페라나 미술작품도 시간과 여건이 허락되면 가능한 많이 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다가 느낀 게 있으면 무조건 메모를 하거든요. <내 인생의 화양연화>에는, 제가 기록해둔 수첩들 속에서 중년의 나이에 인생의 길을 알려주는 것들을 찾아 모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의 작품 선정 기준을 굳이 말하라면, 이제 더 이상 젊지는 않지만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은 여성들에게 그 길을 알려주는 것들을 찾아 모아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예술작품 뿐만 아니라 하조대, 해운대, 강화도 등 풍경도 담았는데, 세 장소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나요.

여행을 좋아하지만 <내 인생의 화양연화>에서는 상징적으로 중년의 여성이 혼자 훌쩍 떠나기 좋은 곳을 골라 담았어요. 하조대는 겨울에 갔었는데, 코끝이 시리게 푸른 수평선을 보면서 사람을 그리워했어요. 정작 떠나니까 돌아갈 곳이 보이는 경험을 했죠. 강화도는 서울에서 훌쩍 떠나기 가장 좋은 곳인데, 특히 석양이 아름다워요. 석양을 보면 내 인생의 얽힌 전선들, 그 가닥이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들어요. 부산의 해운대는 떠올리면 마음이 아려오는 곳입니다. 제가 가장 외로운 시기를 부산에서 지냈는데요. 혼자 자주 바닷가로 가서 파도에게 위로를 받았어요. 언젠가는 여자 혼자서 떠나기 좋은 여행지, 특히 중년 여성이 혼자 길 떠나 여행하기 좋은 곳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싶어요.

Q 책을 쓰며 스스로에게도 많은 질문을 했을 것 같습니다. 중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고민되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어느 날 느끼게 됐어요. ‘아, 내가 행복하지 않구나’ 일상이 더 이상 설레지 않더라고요. 어린 시절에는 아이스크림 하나만 입에 물어도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했잖아요. 소녀 시절에는 나뭇잎 하나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기도 하고…. 그런데 어느 새 감탄사 터뜨리는 일도, 설레는 일도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순수를 잃어버린 거죠. 우리가 순수를 잃어버리지 말아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한번 잃어버리면 찾기 힘들기 때문이에요. 피카소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정교한 그림을 그리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다시 어린 아이가 되는 데 사십 년이 걸렸다.“ 정말 아프게 깨달았어요. 가장 서둘러야 할 일은 바로 감동을 찾는 일이라고. 책을 쓰는 동안 ‘다시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어요. 

Q 지금 오늘을 잘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설렘이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설레야 하거든요.“가슴이 콩닥콩닥 뛰며 설레던 때는 언제였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니 뭔가 새롭게 시작할 때, 그리고 연애할 때였어요. 그때부터 앞으로 해야 할 첫 경험 목록을 적어봤죠. 이 나이 되도록 못해본 일이 뭐가 있을까 싶지만 하나하나 적어가다 보면 뜻밖에 많아요. 새벽시장에 나가보기, 고아원에 가서 아이들과 놀아주기, 혼자 기차 타고 멀리 떠나보기 등이요. 오늘을 잘 살기 위한 방법은, 인생과 연애에 빠지는 것밖에 없어요. 사람과 세상과 자연에 눈길을 주고 마음을 기울이다 보면 서서히 설렘과 감동의 횟수가 잦아질 거예요.

Q 독자들이 어떤 삶을 살았으면 하고 바라나요.

“오늘 누구를 만나든 최후의 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을 대하듯 사랑과 관심으로 대하라. 택시 기사에게든, 내게 길을 물어본 사람에게든, 커피 자판기 앞에서 만난 사람에게든, 그 사람이 오늘 최후의 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 여기고 그에게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라.”
<지상 최고의 세일즈맨>이라는 책을 쓴 작가 오그 만디노가 한 말인데요. 지금 이 순간이 최후의 날이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절실하고 소중하겠어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 지금 이 시간이 내 생애 가장 멋진 날이라는 생각을 항상 했으면 해요. 오늘은 내 남은 생에서 가장 ‘젊은 날’,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꽃봉오리, ‘화양연화’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Q 내 자신에게, 딸이 엄마에게, 엄마가 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선물할 수 있는 책이라는 소개문구를 봤습니다. 만약 작가 본인이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한다면 그건 누가 될까요?

제 친구들이 모두 저처럼 사추기를 보내고 있거든요. 수시로 쓸쓸하고, 자꾸 눈물이 난다고 해요. 자식과 남편 앞에서는 눈물 보이지 못하지만 혼자서 울고 있는 친구들에게 책을 선물했습니다. 어떤 선배는 말썽꾸러기 딸에게서 이 책을 선물 받았다며 연락이 왔다고 해요. 생일을 맞았는데, 축하해주는 이도 없고 되는 일도 없고 슬퍼하고 있었는데 사고뭉치 딸이 책을 쑥 내미는데 제목만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이 쓸쓸하고 허전한 누군가에게 이 책이 화사한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언니 송정연 씨와 함께 방송가에서 ‘작가 자매’로 불리고 있는데 한 분야에서 같은 일을 하며 얻는 시너지 효과가 있나요.

6남매인데 형제들 모두 글을 써요. 큰오빠는 국어선생님, 그리고 작은 오빠는 매일 시와 소설을 쓰고 있고, 큰언니는 주부백일장을 노크하는 아마추어 작가입니다. 작은 언니는 제 영원한 보조작가예요. 드라마 기획부터 탈고까지 의논 상대가 되어주고, 언제나 제 원고의 첫 독자이기도 해요. 무슨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달려와 상담해주고, 용기를 주고, 위로해주는 언니가 있어서 저는 힘든 드라마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거 같아요.

Q 고등학교 선생에서 교편을 내려놓고 방송국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부산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던 어느 날, 언니가 쓴 소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의 광고가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학교 다닐 때 우리 자매들이 글짓기 시상대에 늘 같이 올라가곤 했는데 딱 한 번 빼고는 다 제가 언니보다 높은 상을 받았거든요(웃음). 언니가 방송작가 일을 시작하고 어느 날 라디오에서 <청소년 극장>이라는 일일 드라마를 들었는데 제가 잘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일일 드라마 한 달치를 써서 보따리에 싸서 묶은 뒤 무조건 비행기를 타서 언니를 통해 PD에게 보냈죠. 그렇게 라디오 드라마의 작가가 돼서 신나게 글을 써댔어요. 학생들을 가르치고 퇴근하면 독서실에 가서 밤늦게까지 원고 쓰고 그런 생활을 몇 년 동안 계속했어요. 주변 사람들 다 반대하고 저 역시 교사직에 미련이 많았지만,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글 쓰는 일이었으니까 교사직을 과감히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와 전업작가로 나서게 된 거예요..

Q 드라마, 라디오 작가로 일하면서 꾸준히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했는데 책 작업에 대한 개인적인 의미 또한 남다를 것 같아요.

저에게 드라마가 차가운 나쁜 남자 스타일의 연인이라면, 책은 다정다감하고 착한 연인이에요. 드라마 쓰는 일이 나를 비워내는 작업이라면, 책은 나를 채워가는 작업이죠. 책을 쓰는 일은 독자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같은 것입니다. 언젠가 왜 글을 쓰느냐는 질문에 대답한 적 있어요. 착해지기 위해서라고. 글을 쓰는 동안에는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돼요. 가장 나다워지고 가장 맑아집니다. 쓰면 쓸수록 저를 채워주는 작업이라 과정이야 어떻든 마침표를 찍을 때쯤이면 조금 더 행복해집니다.

Q 바쁜 생활 속 여유를 찾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쉼 없이 앞과 뒤를 돌아보지 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사람은 작은 성과에도 우쭐해지기 쉬워요. 어떤 성공을 거두면 주변 사람들이 다 칭송해주니까 붕붕 허공에 떠서 지내게 돼요. 반면에 다르게 생각해보면 하찮은 실패에 절망하기도 쉬운 게 사람이에요. 그럴 때 자신을 천천히 돌아보는 자기 성찰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독자들이 자신을 수시로 방문했으면 좋겠어요. 그 어떤 성과도, 그 어떤 실패도, 그 어떤 선택도 남이 기준이 되면 안 되죠. 마음에 길을 물으며 똑바로 인생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 과속하지 마세요. 마음으로 표지판도 보고 과속방지턱도 헤아리고 신호등도 켰다 꼈다 하면서 지내보세요.

Q 송정림 작가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글을 쓰다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창 밖을 보는 것’. 그게 행복 아닐까요? 제가 비 오는 창 밖 보는 시간을 참 좋아해요. 행복은 그런 거 같아요. 아주 사소하지만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것. 그런데 행복은 누가 가져다 주는 배달 품목이 아니죠. 내가 제조해야 하고 내가 가져와야 하는 셀프 서비스 품목이에요. 일상 속에서 자꾸 찾아내야 내 것이 되는 것, 그게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Q 지금 이 순간,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시간은 무엇인가요.

커피향이 가득한 카페에 앉아 살아가는 얘기를 도란도란 나눴으면 좋겠어요. 어머니 얘기를 할 때는 눈물이 어리기도 하고, 첫사랑 얘기를 할 때는 볼이 붉어지기도 하고, 그렇게 서로 마음을 들키기도 하고, 부끄러움을 위로하기도 하면서, 시선 맞추고 얘기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저는 그렇게 독자들과 대화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 속내를 들키기도 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궁금해 하기도 하면서요. 제 책을 읽고 난 후 그 사람이 조금 더 편안해졌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책을 쓰는 이유의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