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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원한인터뷰] 자유부인 이후 우리 시대 가장 파격적인 여성상 탄생

연재 내내 한국판 ‘섹스 앤 더 시티’와 ’맘마미아’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유혹>이 마침내 완간됐다. <유혹>은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한 권지예 작가의 네 번째 장편소설로, 문화일보에서 2년간 연재된 작품이다. 총 5천 매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마치면서 작가는 “2년 동안 ‘글 감옥’에서 지내다 풀려난 기분이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성실히 연재했으니 나름대로는 모범수였다고 생각한다”라고 회고했다.

<유혹>은 ‘17살 딸을 둔 37세 미모의 이혼녀’ 오유미를 통해 사회의 욕망 지형도를 파헤친다. 유혹하지 않으면 유혹당하는 21세기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서 현대인들의 성과 사랑의 단면을 그린다. 성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로 연재 내내 화제를 모은 이 소설은 2012년 ‘제 6회 한중작가회의’에서 작가의 작품을 낭독하기로 한 중국 작가가 읽기 민망하다며 난색을 표한 해프닝도 있었다. 결국 작가의 양해를 얻어 원고의 일부분을 건너뛰고 낭독을 마쳤다.

소설이 연재되는 동안 ‘너무 야하다’ ‘여성 작가가 앞으로 어쩌려고 이러느냐’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권지예 작가는 “작가로서는 무척 좋은 훈련이었다. 이제 못 쓸 것이 없겠다는 자신감까지 든다”며 환하게 웃는다. “짐승은 발정하지만 인간은 유혹한다”고 말하는 작가에게서 유혹의 본질을 들어봤다.

Q 2년 넘게 문화일보에서 연재한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작가로서의 커리어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나요.

처음 연재를 할 때는 1년 계약을 했었어요. 그런데 1년이 다 되어갈 즈음 신문사에서 연재 반응이 좋다며 더 해주길 요청하더라고요. 마침 저 또한 그 시기에 소설 전개상 연재기간이 조금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흔쾌히 응했어요. 그렇게 총 2년간 연재를 했는데 남자가 2년간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제대한 기분이 이런 것일 거예요(웃음).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이전보다 훨씬 필력이 좋아졌어요. 오랜 기간 하드 트레이닝을 받은 느낌이랄까요. 글의 호흡을 알게 됐고 제 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죠.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Q 2년을 매일같이 연재하면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아요.

오히려 연재가 끝나고 나서 몸이 굉장히 아팠어요. 연재 기간 때는 몰랐는데, 항상 몸이 긴장을 하고 있었나 봐요. 연재 중 간혹 시간에 쫓겨 원고를 보낼 때는 기한을 지키지 못할까 불안하고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소설 이야기가 너무 방대해지다보니 소설 앞부분의 세세한 내용을 잊어버리는 일도 생겼어요. 연재가 끝나고 책을 내는 과정에서 검토해보니 앞부분과 뒷부분의 내용이 다른 게 보이더라고요. 작가로서 소설의 곳곳에 대해 다 알고 있어야 함에도 소설의 분량이 5,000매 정도 되다 보니 내용을 까먹은 거죠. 그런 면에서 연재를 마치고 힘든 점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Q 연재를 같이 작업한 강길석 화백이 얼마 전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어요.

네. 올해 6월에 간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강길석 화백은 실력도 좋으셨지만 작품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셨던 분이에요. 연재에 들어갔던 삽화를 모아 나중에 전시회도 열겠다고 하셨죠.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8시간이 걸릴 정도로 한 회 한 회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삽화로 인해 독자들의 반응도 더욱 좋았고요. 연재기간을 1년 연장한다고 했을 때도 끝까지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하셔서 간암 투병 중에도 병석에서 마지막 일주일치 그림을 모두 그리셨어요. 제 작품에 많은 애착을 가지신 분인데 돌아가셔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Q 파격적인 소재의 작품이라 고민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 계기로 집필을 결심하게 됐나요.

그 동안 여성의 인생에 대해묻는 작품을 꾸준히 써왔지만 여성의 사랑, 남녀의 성은 정면에서 다뤄본 적이 없어요. 아마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도전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마침 연재 제의가 들어왔는데 자극적인 소재를 요구하셔서 타이밍이 좋았어요. 물론 연재소설에 제 글을 맞춘 건 아니지만 연재를 계기로 ‘남녀의 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뤄봐야겠다’ 결심했죠. ’인간의 성 행동에 대한 양식 보고서’라고 할까요?(웃음) 책에서 “짐승은 발정하지만 사람은 유혹한다”라는 말이 나와요. 짐승들도 물론 유혹하겠지만 그들은 생존 번식을 위한 거잖아요? 하지만 인간은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인간의 유혹은 사회를 이뤄나가는 데 있어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게 이용되죠. 우리 사회는 다양한 유혹이 존재하는 정글이라고 생각해요.

Q 5권의 완결본 중 1, 2권이 ‘19세 미만 구독불가’ 판정을 받을 정도로 성에 대한 묘사가 강렬한데, 부담은 없었나요.

부담이 됐었죠. 여성 작가가 성을 소재로 글을 쓰기란 쉽지 않잖아요. 글을 쓰면서 어디까지 표현을 해야 하는지 고민도 많았어요. 성을 정면으로 다뤘기 때문에 수위는 조금 높지만 저는 제 작품이 단순히 자극적인 성인소설이라고 생각지 않아요. 소설을 통해 사회문제나 사람의 인생을 한번 들여다보길 바라는 주제 의식이 있기 때문이죠. 주인공 오유미가 섹스를 통해서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녀에게 유혹은 곧 생존방식이자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성에 대한 부분도 피하지 말고 제대로 써보자고 생각했고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소설이 19세 미만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을 때 처음엔 많이 섭섭했어요. 요즘 인터넷에서는 이보다 더 선정적인 것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별로 개의치 않아요. 19세 이상의 독자가 보시면 되죠.(웃음)

Q 총 5권으로 출간된 작품입니다. 소설 구성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소설은 1, 2부로 구성돼요. 1~3권에 해당하는 1부에서는 유혹의 다양한 전략들이 펼쳐지죠. 7명의 인물들이 각각의 캐릭터대로 구현하는 유혹의 파노라마라서 성에 대한 묘사가 강렬한 것이 특징이에요. 2부는 인간 사회에서 성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욕망의 근원과 유혹의 종착역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져요. 복수와 정체성 탐색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17세의 딸을 둔 이혼녀 오유미는 늘 남자들과 자유로운 사랑을 나눕니다. 사랑과 욕망에 솔직한 오유미는 어떻게 설정하게 된 캐릭터인가요.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오유미는 남자에게 끌려 다니지도 않고 경제적으로 예속돼 있지도 않아요. 확고한 사회적 지위와 기반 아래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 나가는 추진력 있는 여성이죠. 그 동안 제 소설의 여성들은 잃을 것이 많아서 대담하지 못한 인물이 대부분이었는데 유미는 모든 걸 내놓아도 아쉬울 것 없는 여성이에요. 오히려 남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따라 무엇이든 밀고 나가니까 쓰는 내내 저도 속이 시원했어요. 오유미는 TV드라마에서 흔히 그려지는 기계적인 악녀가 아니라 성공보다는 행복을 추구하는 여성이에요. 유미를 통해 인간의 행복과 욕망을 좀 더 자유롭고 솔직하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Q 현대인들의 ‘욕망’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욕망은 작가라면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의 인생을 자동차라고 한다면 욕망은 엔진이에요. 욕망은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어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보여주는 에너지거든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겉으로 내비치지 않아요. 아마 삶의 힘이 더 세기 때문이겠죠. 마음 속에는 온갖 욕망이 들끓지만 주어진 삶에 충실할 수 밖에 없어서 참아야 되는 경우도 많고요.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시켜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에서라도 욕망을 자유롭게 그려보자’라고 생각했고요. 그렇게 인간의 욕망에 집중하다 보니 좀 더 함축적인 소설이 나온 것 같아 글을 쓰는 작업도 훨씬 재미있었어요. 

Q 유혹하지 않으면 유혹당하는 21세기 경쟁 사회 속 작가의 눈에 비친 사회의 모습은 어땠나요.

경쟁 사회에서 우리는 항상 자신을 어필해야 하죠. 살아남기 위한 동물적 본능으로, 욕망하는 주체로, 또 권력을 추구하는 사회적 전략으로 다양한 유혹이 펼쳐보이는 곳이 현대사회에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매력을 개발할 필요가 있어요. 그런 게 일종의 자기 인생의 마케팅이겠죠? 인생이 소중하고 귀한 만큼 자신을 어필할 마케팅 전략도 필요한 것 같아요. 넓은 의미에서 보면 그것도 유혹이죠.

Q 현시대에서 ‘유혹’이 인간에게 어떤 도구로 이용돼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자신의 끼를 잘 활용해서 현명하게 원하는 걸 취해야 해요. 예전엔 사회적으로 억압적인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끼를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잖아요. 저는 젊은 여성들에게 사랑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갖고 싶은 게 있다면 끼를 부려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레 겁먹고 포기하기보다는 도전하는 편이 후회가 없거든요. 저도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저만이 가진 끼를 활용해서 유혹하면서 살아보고 싶어요.

Q ‘이번 작품을 통해 섹스가 다른 시선으로 받아들여지길 원한다’는 바람도 전했습니다. 독자들이 섹스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길 바라나요.

첫 문장에도 썼듯이 ‘사랑이 허기라면 섹스는 일종의 음식’이에요. 섹스는 어떤 의미도 부여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 같아요. 자신의 분신을 남기기 위한 몸부림이자 본능이면서 젊음의 표현이죠. 제 소설에서 섹스는 인생의 과정이자 인간이 지난 모든 욕망을 드러내는 기술이기도 해요. 작가로서 계속 천착해온 주제인만큼 어떤 비난이나 찬사도 신경쓰지 않겠다는 각오로 끝까지 밀어붙인 경향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성사회학이나 성심리학적 관점으로 읽어도 흥미롭지 않을까 싶어요.

Q 작품을 마친 후 ‘<유혹>을 통해 대중소설의 끝까지 가보고자 했다’는 본인의 욕망은 채워졌다고 생각하나요.

그러진 못한 것 같아요. 저는 <유혹>이 대중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작가분들은 ‘대중소설이 아니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아마 인생과 섹스에 대해 주제의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겠죠.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을 생각이 없었는데 글을 쓰면서 많은 욕심을 냈어요. 담고 싶었던 여러 주제들을 포기하지 못한 탓에 오히려 내용이 대중소설로는 내용이 조금 어려워지지 않았나 아쉽기도 해요.

Q 어린 여동생을 대신해 작가가 되기를 결심했다고 들었는데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제 여동생은 3년간 암투병을 하다가 17세에 세상을 떠났어요. 동생은 그림을 그리고 글 쓰는 걸 좋아했는데 만약 살아있었다면 저보다 더 훌륭한 작가가 되었을 거예요. 동생이 죽고 나서 ‘신이 재능 있는 사람을 너무 일찍 데려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억울한 날도 많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런 시간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동생이 하고픈 이야기들을 모아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동생은 제가 작가가 되도록 신이 보낸 수호천사인 것 같아요. 동생의 삶과 죽음이 저에게 많은 영향을 줬고 그 마음으로 지금 작가로 살아가고 있어요.

Q 현재 작가로서의 삶은 만족하나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만족하고 행복해요. 작가는 굉장히 아이러니한 직업인 것 같아요.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은 늘 힘들고 스트레스지만 신기하게도 글을 쓰는 동안은 행복하거든요. 동생의 삶을 대신 살고 있는 것이 아닌 지금은 소설가가 된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Q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주로 남녀의 사랑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사랑’은 작가에게 어떤 주제인가요.

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겨요. 특히 남녀의 사랑은 정말 크죠. 사랑을 처음 시작할 때 서로에게 빠져 자신의 무엇이든 주려고 하는 그 때를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 때야말로 정말 순수한 때니까요. 사랑만을 이야기한다기보다는 인간의 감정, 인생을 그리다보니 사랑이 빠지지 않게 되었어요. 아름다운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것도 사랑이죠. 요즘은 다양한 사랑의 모습이 관심이 많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더 광범위한 사랑에 대해 써보고 싶어요.

Q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1년 6개월은 좋아하는 나라에 가서 생활하며 글을 쓰는 게 꿈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가고 싶은 나라는 어디이며 그 이유 또한 궁금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젊은 시절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글을 썼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리스나 동남아시아를 좋아하는데 여러 나라를 6개월씩 돌아다니며 생활해보고 싶어요. 프랑스에서 7년간 살아본 경험이 있어서 어디를 가더라도 잘 생활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노트북 하나만 들고 돌아다니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제 의견에 가족들은 모두 동의해줬지만 막상 제가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됐어요. 머릿속으로는 자유를 꿈꾸지만 실천으로 옮기기엔 엄마, 아내, 며느리로서 제가 현실을 떨칠 준비가 안되어있더라고요. 50대가 지나가기 전에 꼭 해보려고요.

Q 본인의 책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길 바라나요.

제 작품을 통해 조그마한 생각의 씨앗을 얻는다면 만족할 것 같아요. 주인공을 욕하더라도 ‘아, 주인공에 비해 난 잘 살고 있구나’ ‘내 삶이 이렇게 소중하거나’라며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다면 충분하죠. 제 작품이 누구에게나 교훈을 주는 훌륭한 작품이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시선에 얽매여 쓰고 싶진 않아요. 다만 바라는 것은 제 글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거예요. 잠시나마 간접적으로 억압된 삶에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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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원한인터뷰] 미녀와 추녀의 수상한 동거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네이버 웹소설을 통해 연재된 <하품은 맛있다>는 즐겨찾기 1만 2천명을 돌파하며 연재기간 동안 미스터리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이다. 로맨스 소설이 강세인 웹소설에서 미스터리 소설이 로맨스 소설을 앞지른 건 이번 작품이 처음이라고 한다.

<하품은 맛있다>의 관전 포인트는 ‘시간’이다. 드라마 <나인> <인현왕후의 남자> <미래의 선택> 등에서 선보인 ‘타임슬립’은 ‘시간을 미끄러지듯 통과한다’는 뜻을 가진 신비로운 소재로, 올해 특히 많은 작품에서 응용됐다. <하품은 맛있다>는 이런 ‘타임슬립’을 소설로 불러와 두 여자의 얽히고 설킨 운명을 긴장감 있게 풀어 나간다.

살해 현장을 청소하는 가난한 여대생 이경과 학벌, 미모, 재력 모든 걸 갖춘 연예인 지망생 다운. 5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꿈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두 인물은 급기야 의식공유를 넘어 몸까지 지배하려는 치열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사는’ 스토리 속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을 것일지, 이경과 다운이 꿈꾸던 행복은 어느 지점이었는지 달콤하고 씁쓸한 꿈 속으로 초대한다.  

Q <하품은 맛있다>는 네이버 웹소설 연재 당시 미스터리 부문 1위를 쭉 지켰던 작품이에요.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평가한다면 어떤가요.

웹소설의 경우 젊은 여성 독자층이 두터워요.그래서 로맨스 소설이 강세기도 하고요. <하품은 맛있다>에 등장하는 이경과 다운이 20대 젊은 여성이잖아요. 특히 이경은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요즘 젊은 층의 고민을 안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죠. 미스터리 장르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너무도 현실적인 캐릭터지만 오히려 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연재 당시 받았던 주문이 ‘로맨스를 이길 수 있는 미스터리 소설의 한방’이었거든요. 다행히 연재 내내 독자들의 공감을 받고 좋은 평가를 받아서 기분이 매우 좋아요. 타임슬립 소재라 복잡하고 이해가 안 된다는 평도 있었는데 그건 단행본을 통해 한 호흡으로 읽으면 해결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Q 다른 시간에 속한 두 사람이 서로의 꿈을 공유하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했는데, 이 같은 소재는 어떻게 발굴하게 된 것인가요.

같은 꿈을 굉장히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꾸었어요. 낯선 환경 속에서 유리에 비친 저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건 제가 아닌 붉은 머리칼과 푸른 눈을 가진 40대 후반의 사내였어요. 전 줄 알았는데 제가 아니었던 거죠. 흥미롭지만 한편으로 으스스했던 꿈을 다시 생각하면서, 그 꿈속의 사내 역시 저를 의식한 건 아닐까 의심했어요. 그 사내 또한 30대 소설가가 되어 어디선가 자신도 모를 문자를 타이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꿈 속에서는 저도, 그 사내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거예요. 사람은 누구나 변하고 싶어하잖아요. 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되고 싶고 못생긴 사람은 예뻐지고 싶고요. 이 모든 게 이뤄질 수 있는 곳이 꿈이라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고가는 시간여행을 통해 인간의 또 다른 욕망을 담아보고자 했어요.

Q 살인사건 현장 청소부 ’이경’과 아름답고 부유한 여자 ’다운’.같은 나이지만 상황은 극명하게 다른 두 인물을 설정한 것도 같은 이유인가요.

네. 같은 날 태어난 두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삶을 사나 보여주고 싶었어요. 얽히고 설킨 운명을 보여주는 소설인데 남자,여자 구성은 자칫하면 로맨스로 흘러갈 우려 또한 있었거든요. 저 또한 TV에 나오는 연예인을 보면서 ‘아, 저 여자는 저렇게 젊고 예쁜데 저 삶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 터라 흥미로웠어요. 운명을 바꾸는데 있어서 평생 가야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여자의 조합이 작가로서 더 설레더라고요. 

 
Q 이경은 과거의 다운을, 다운은 미래의 이경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이 독특한데 두 사람의 시간대를 다르게 설정한 이유가 있나요.

한 명에게는 대단한 핸디캡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미래를 내다본다는 건 관계에서 대단한 우위를 점하는 일이잖아요. 그렇게 보면 이경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다운은 얼핏 모든 걸 다 가진 느낌이죠. 하지만 핸디캡은 오히려 다운에게 있어요. 이경은 못생기고 돈도 없고 미래를 볼 수도 없지만 곁에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임대리와 가족에게 사랑을 받은 이경에 비해 다운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사랑 받은 적이 없는 안타까운 인간이에요. 그래서 이경에게는 과거 대신 든든한 주변 인물을, 다운에게는 미래를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두 인물이 서로 만나지 않고 몸을 공유하도록 한 것이죠.

Q 점점 다운의 몸을 욕심 내는 이경을 통해 인간의 악함 또한 여실히 드러납니다. 인간에게 감춰진 어떤 내면을 다루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옳은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세상에는 악인도 없고 선인도 없다고 봐요. ‘인간은 백지에서 태어난다’는 설이 있는데, 모든 것은 그냥 가꾸어진다고 생각해요. 어떤 환경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내재되어 있는 악의 씨앗이 발아할 수도 있고 그대로 썩을 수도 있죠. 저도 저에게서 가끔 그런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마음속으로 상대방의 잘못을 곱씹으면서 ‘복수’를 꿈꾸기도 하거든요. 이경이 다운의 몸을 욕심 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인간의 욕망일지도 몰라요. 때문에 이 작품에서는 ‘완전한 악인’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모든 건 상대적인 거라 누군가는 이경을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기도 할거예요. 선과 악의 구분 없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Q 다운을 통해 모든 걸 갖게 된 이경은 행복을 꿈꾸지만 그 가치를 잃게 됩니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행복의 의미가 따로 있었을 것 같은데요.

다운의 몸 속에 들어가 호화생활을 하며 모든 걸 갖게 된 이경은 전혀 행복하지 않아요. 다운을 통해 행복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지만 행복을 잃었다는 것 또한 알게 되거든요. 이유는 한 가지예요. 다운의 몸을 얻는 대신 주변 사람들을 잃었으니까요. 이번 작품의 주제와 메시지를 굳이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인간은 혼자 절대 살 수 없다’는 사실이에요. 지금 내 삶이 아무리 초라해도 그건 가족이나 주변인의 도움으로 충분히 지탱될 수 있어요. 인생은 여러 사람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거예요. 혼자 가꿔갈 수 있는 삶이 어디있겠어요. 사랑하는 가족, 주변인들에 의해 내 삶도 만들어지는 거죠. ‘나 또한 누군가의 운명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면 행복이 멀리 있지 않음을 느끼게 돼요. 독자 분들도 그런 행복의 의미를 작품을 통해 깨달으셨으면 좋겠어요.

Q 흥미로운 소재와 예측하기 어려운 스토리로 사랑을 받았지만 정작 작가로서는 집필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어떤 점이 가장 고민스러웠나요.

캐릭터에 대한 장점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타임슬립’이라는 소재와 함께 운명이 얽히다 보니 두 인물을 제대로 그리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주변 인물들도 평범한 사람이 없었고요. 그로 인해 주인공이 주변 인물들에게 묻히지는 않을까 걱정도 있었죠. 특히 결말부분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선과 악을 명확히 나누기를 바라는 독자들도 많았는데 작가 입장에서는 모호한 편이 더 여운 있을 거라 생각해서 몽환적으로 결론지었거든요. 이경과 다운, 둘을 모두 끝까지 살리고자 노력했는데 결말에 그런 제 노력이 잘 드러내지 않은 것이 아쉽기도 하고요. 사실 저도 이번 작품이 해피엔딩인지새드엔딩인지 모르겠어요. 만일 이경과 다운 모두 원하는 것을 얻었다면 그들은 행복했을까요? 이 부분은 독자 분들의 몫으로 남겨두려고요.

Q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삶을 꿈꾼다”고 했는데 혹시 작가 본인도 꿈꾸고자 하는 삶이 따로 있었나요.

별로 꿈이 없었어요. 제가 대학을 졸업할 시기가 IMF때라 그때는 모두의 꿈이 취업이었거든요. 졸업 후 출판사, 광고대행사 등을 거쳐서 기업 홍보실에 근무하는 등 조금씩 안정된 삶을 살았어요. 그런데 서른 살 때인가 제 또래의 작가가 쓴 소설책 하나를 읽으면서 아직 저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이 작가도 내 나이에 첫 책을 내고 소설가가 되었는데 난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요. 그때 꿈꾸고자 한 삶이 바로 소설가였던 것 같아요. 글을 쓰면서 청탁도 받게 되었고 운이 좋아서 이렇게 계속 작품활동도 할 수 있게 되었죠. 시간의 여유는 있어도 마음의 여유는 없는 직업이라 지금은 가끔 ‘직장 다닐 때가 좋았지’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경제적으로는 직장인이었을 때가 더 여유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책 한 권 한 권 나올 때마다 너무 뿌듯해요. 지금은 스스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어요. 

 Q 이번 작품이 스스로에게 어떤 성장을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하나요.

작가로서 엄두를 못 냈던 소재가 세 가지 있어요. 법정 드라마, 의학 드라마, 그리고 시간여행이에요. 법정과 의학 드라마는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취재를 한다 하더라도 겪지 않으면 쓰기 힘든 부분이 많아요. 시간을 소재로 한 작품은 계산을 조금만 잘못해도 허점이 보이고 아귀를 잘 맞추지 않으면 설득하기가 어려워요. 때문에 선뜻 이 세 가지 소재는 못 다룰 것이다 생각했었죠. 그런데 이번 작품을 완성하고 이제는 뭐든 ‘하면 된다’는 작가로서의 자신감이 생겼어요. 전작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걸 이번에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전 진화하고 발전해가는 과정 중에 있고 이걸 시작으로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지영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계속 초대하고 싶어요.

Q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듣고 싶은 평가가 있나요..

“강지영 작가의 소설은 틀이 없고 장르도 없고 패턴도 없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뽑기를 하듯이 제 책을 뽑아 들면 언제든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듯한 소설을 쓰고 싶은 게 욕심이에요. 그동안 스릴러, 미스터리, 공포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어 온 만큼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다양한 장르 소설을 선보일 생각이에요. 지루하지 않은 작가가 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여행하듯이 제 책을 독자분들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언젠가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더라도 제 소설이 풍문처럼 전해질 수 있도록요(웃음).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그런 소설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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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원한인터뷰]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당신을 만든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갈림길에 선다. 의식을 했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우리는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 어느 한 길을 택했고, 그 선택은 결국 지금의 우리의 인생을 만들었다. <빅 피처>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선 더글라스 케네디는 바로 이 선택과 그로 인한 삶의 변화에 집중한다.

그의 신작 <파이브 데이즈>는 현대인들의 고뇌와 갈등, 좌절과 희망을 통해 어떻게 살아가는 게 올바른 방향인지 깊이 있게 성찰한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에게 찾아온 인생의 질곡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지만 사실 그런 환경을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소설은 궁지에 몰린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길을 찾아내고자 한다면 인생의 변화는 반드시 찾아온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파이브 데이즈> 여주인공 로라는 사랑이 없는 결혼을 선택했으며 자기 자신보다는 가정을 위한 중재자가 되기를 선택했다. 그러는 사이 암세포는 그녀의 삶 속에 깊게 뿌리내리게 된다. 자못 황폐하기까지 한 이 삶을 선택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로라 자신이다. 그런 로라에게 운명 같은 남자가 다가오고, 그와 함께한 5일은 로라에게 다시 한 번 선택의 기회를 준다. 과연 로라는 이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우리 모두 불행이 아닌 행복을 선택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작가에게서 그 답을 들어보았다.

Q 첫 방한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소감이 어떤가요?

매우 흥미로운 곳입니다. 도시 출신이라 도시를 매우 좋아하는데요, 서울은 아주 현대적이고 열정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서울의 궁과 박물관도 좋았지만 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5일 동안 머무르면서 본 서울 사람들은 일을 참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아마 성공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겠죠.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둘러본 것 같아 아마 1년 정도는 머물러야 이곳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Q <파이브 데이즈>는 결혼생활, 인간의 정체성, 행복에 대해 깊게 성찰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나요.

저는 많은 독자들이 제 책을 사랑해 주는 이유가 바로 제 소설이 ‘우리의 삶’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이브 데이즈>에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나올 법한 화려한 이야기도 없고 로맨스도 없어요.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중산층의 불행한 결혼생활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죠. 또한 자녀들과의 문제, 부부간의 문제도 담겨있죠. 이것들은 우리의 인생 어디에나 있어요. ‘삶’을 다루는 작가로서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Q 전작들에 이어 이번에도 작가는 ‘자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자아 실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그렇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는 제가 변호사나 사업가가 되길 원하셨는데 저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어요.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제가 대학교 때 공부를 아주 잘했거든요(웃음). 꿈을 위해 극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독립영화를 찍기도 했죠.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부모님의 뜻을 거슬렀지만 저는 하고 싶지 않은 일에 갇혀서 살기는 싫었어요. 제 아버지와 주변 분들, 또 제 또래의 많은 사람들이 불행하게 살아가는 것을 직접 봤거든요. 하고 싶지 않은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그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원하는 삶을 선택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해요. 정말 중요한 문제는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죠. 그것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질문입니다.

Q 무미건조하게 살아온 직장여성이 한 남자를 만나 뜨겁게 보내는 5일의 여정입니다. 5일이라는 시간을 설정하게 된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5’라는 숫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냐고 묻는 것이 흥미롭네요. 그러고 보니 <5번가의 여인>, <파이브 데이즈> 등을 통해 5라는 숫자를 자주 사용했네요. 제가 1955년에 태어나긴 했지만 숫자 5에 크게 관심이 있지는 않아요. 이번 작품도 ‘포 데이즈’가 됐을 수도 있죠. ‘5일’이라는 설정은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요소입니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사소한 일로 인해서도 인생이 확 바뀔 수 있다는 얘기죠.

Q 이번 소설의 화자는 중년여성 ‘로라’입니다. 중년여성이 가지는 고민이나 특유의 감수성을 공감하는 일이 힘들진 않았나요?

로라는 저와 아주 다른 사람이지만 그녀가 느끼는 것을 공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저는 여행도 자주 다닙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을 참고해서 로라라는 캐릭터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저는 그녀와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어요. 로라처럼 빠듯하게 살아가는 중산층 사람들은 어디에나 많으니까요. 여기 한국을 비롯해서 다른 모든 곳에서도 로라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제가 그랬듯이 독자들도 누구나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Q 항상 가정의 중심을 잡기 위해 헌신하던 로라가 사랑에 빠지면서 급기야 가정을 떠나는 되는데요. 로라의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요?

로라는 근본적으로 좋은 사람이에요. 소설 속에서 드러난 그녀의 복잡한 성격은 아마도 애초에 옳지 않은 결정을 내린 데서 비롯됐을 겁니다. 옳지 않은 결정이라 함은댄과 결혼하기로 결정한 바로 그 일이죠. 만약 그녀가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지도 않았을 테고 많은 것이 바뀌었을 거예요. 로라는 불륜을 할만한 여자가 아니에요. 다만 외로웠을 뿐이죠. 결혼생활에서 외로움을 느낀다는 건 정말 슬프고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Q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로라의 선택에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현실에서도 그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파이브 데이즈>는 사람들의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다룹니다. 첫번째는 바로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What do you want)’ 하는 것인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질문의 답을 몰라요. 두 번째는 지금 당신이 살고있는 삶이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닌 것을 깨달았을 때 과연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변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짧은 시간에 일어난 우연한 일로 인해 때로는 우리 인생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죠. 정말 우연한 기회로 당신의 삶에 변화가 찾아온다면 당신은 과연 그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건 로라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어려운 문제예요.

Q 로라를 비롯한 소설 속 인물들은 억압적인 성장 과정 탓에 성인이 되어서도 능동적으로 살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파이브 데이즈>에는 삶을 바꾸는 것에 대해 정말 많은 질문들이 들어있어요.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은 “아직도 당신에게는 아주 많은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에요. 특히 당신이 40대 이상이라면 이 말을 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죠. “인생은 한 번뿐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 얘기는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딱 한번뿐이라는 거죠. 부모님의 의지대로 살 수도 있지만 그보다 당신은 자기 자신의 소리를 귀 기울여야 합니다. 저는 누구나 인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싶진 않아요. 그저 당신이 만들어갈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으면 해요. 특히 원하지 않는 것을 택했을 때 마주하게 될 결과에 대해서요.

Q 소설에서 로라와 리처드는 다양한 문학작품을 나누고,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음에 크게 기뻐하는데요. 작가에게도 이런 문학적인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있나요?

제 아내요. 그녀는 정말 똑똑한 여자예요.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정말 다양한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로라와 리처드는 각자의 배우자와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없었죠. 게다가 그들은 여행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쇼핑을 즐길 만큼 돈이 많지도 않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에 살고 있지도 않아요. 저 또한 메인에 살아봤지만 메인에는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 별로 없거든요(웃음). 하지만 책은 읽을 수 있죠. 그들에게는 독서가 여행과 같을 거예요. 여행을 하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거죠.

Q 사랑과 삶에 대해 새로운 선택을 하는 로라의 모습을 통해서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책 속에서 로라는 희망이 없는 결혼생활을 끝냅니다. 그로 인해 빛나는 삶이 자신 앞에 펼쳐진다거나 지금과 확연히 다른 인생이 펼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런데도 그녀는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정해요. 우리는 결혼생활을 끝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여러 이유를 들어가며 결혼생활이 불행하더라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죠.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있기 마련이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로라가 희망찬 미래를 향해 가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보다 좀 더 나은 곳으로 가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겠죠. 행복하지 않은 관계에 머무르는 것보다 혼자가 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으니까요.

Q 평소 집필 스타일은 어떤가요?

저는 매일 2페이지씩 6일동안 글을 씁니다. 오늘 아침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글을 썼죠. 이것이 작가로서 제 철칙이고 저는 항상 이를 지키려고 노력해요. 저는 택시 뒷좌석에도, 낯선 사무실에서도 글을 씁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저 스스로 혹독하게 훈련을 해왔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예술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아주 오랫동안 글을 써왔다고 해도 항상 배워야 해요.

Q 독특한 소재로 탄탄한 이야기를 짜내는 작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소설 속 이야기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주로 삶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삶을 관찰하는 것에 아주 흥미를 느껴요. 당신이 로라와 같은 삶을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해도 소설 속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고 그 중 하나쯤은 당신과 연관이 있을 거예요. 이건 정말 훌륭한 일이죠.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제가 책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Q 사람들의 삶을 소설에 담아내는 것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100년전 여성과 현대 여성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분명 다를 거예요. 그렇지만 이 넓은 세상에서 어떻게 진정한 자신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어요. 이 질문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가질 수밖에 없는 아주 일반적인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제 책은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독자들이 책을 통해 자신을 볼 수 있으니까요.

Q 그렇다면 작가의 작품을 읽고 자신의 일처럼 크게 공감하는 독자들 또한 많을 것 같네요.

몬트리올에 사는 62세 여성이 <파이브 데이즈>를 읽고 저에게 와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나는 21살부터 지금까지 41년간 결혼생활을 했는데 당신의 책을 읽고 내 남편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는 로라처럼 젊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죠. 어쨌든 이 책은 나의 모든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어요.” 그 말을 듣고 저는 그녀의 남편에게는 절대 이 말을 하지 말라고 했어요(웃음).

Q 지금까지 작품들 대부분이 해당 분야에 대한 꾸준한 탐구를 요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빅 픽처>를 쓰기 위해서는 카메라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이었을 텐데요. 치밀한 이야기 구성, 인물과 소재에 대한 완벽한 탐구를 위해 노력하는 바가 있나요?

저는 항상 다른 사람들의 직업에 관심이 많아요.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죠. <빅 픽처>를 쓸 당시 저는 카메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어요. 하지만 작품을 쓰면서 사진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됐죠. 사진작가인 친구들에게서 기본적인 내용을 배우고 직접 사진현상실에 찾아가기도 했어요.
<파이브 데이즈>의 경우 하루 종일 사람들의 몸을 스캔하는 방사선사로부터 영감을 받은 건데요.실제로 작품을 준비하면서 병원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면서 사람들을 관찰했어요. 그 경험으로 많은 것을 배웠고 그걸 책에 반영했습니다. <파이브 데이즈>를 쓰기 전까지는 MRI와 같은 것들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지금은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죠.

Q 2010년 <빅 픽처>를 필두로 2013년 <파이브 데이즈>까지 국내 독자들에게 총 9권의 소설을 선보였습니다. 9개의 소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까지의 작품들 모두 다른 방식으로 쓰여졌고 각자의 매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책을 가장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소설을 쓰면서 느낀 것은 ‘걸작을 쓰겠다고 다짐하고 글을 쓰면 막상 그런 글을 쓸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전 소설을 쓰면서 제대로 쓰고 있는 건가 의심을 많이 해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소설을 쓰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저에게 글은 낯선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과 비슷해요.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열정이 없으면 쓸 수 없는 일이죠. 9개의 소설은 모두 열정이 담겨있고 각각의 장점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