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매체의 발달로 사람들은 비슷 비슷한 콘텐츠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대 다수의 사람들은 아파트 아니면 주택이라는 비슷비슷한 주거 환경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편화, 표준화, 대중화 시대에 살아고 있다. 사람들의 사고도,가치관도, 라이프 스타일도 비슷비슷해지는 커다란 군중이라는 하나의 개체로 살아가는 몰개성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환경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인간>은 어떤 유형의 인간일까. 몰 개성화를 타파하고 인간미가 잘잘 흐르는 유형의 인간일까. 기대와 설레임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인간>을 무식하게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은 2009년 뢰브너 프라이즈에 참가해 '가장 인간적인 인간' 상을 수상한 브라이언 크리스찬이 집필했다.뢰브너 대회는 인간으로 구성된 연합군과 컴퓨터 프로그램이 참가하는 대회로 심사위원과 컴퓨터로 5분간의 대화를 한다. 이를 튜링 테스트라고 한다. 튜링 테스트를 통해 누가 인간이고, 누가 프로그램인지 가리게 된다. 이 5분간 자신이 얼마나 인간적인지를 어필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정말 많은 것들을 준비한 듯 하다. 이 책을 보면 심리학, 신경정신학, 언어학, 철학, 건축학 등 다양한 학문에 근거하여 인간의 실존 문제를 비롯하여 인간적인 특성들을 적어 놓았다. 또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인간을 쫓아 할 수 없는 그 무엇들을 탐구했다. 이 틈새들을 이용하여 자신이 인간임을 심사위원들에게 단박에 어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가 인간적인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 또는 그에 따른 결과물들은 인간적인 삶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나는 '해결된' 인생을 원치 않으며 '해결 가능한' 인생도 원치 않는다. 방법이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방법에 의거할 때 우리는 매순간 모든 것을 재발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방법에 의거하면 우리의 삶은 타인의 삶과 충분히 유사하게 보이고 현재는 과거와 충분히 유사하게 보이기 때문에 지혜로운 결정 같은 것도 가능해진다. <중략>최종적인 인상을 풍기고 출발점 보다는 결말에 가까워 더욱 큰 수수께기로 발전할 수 없는 지례는 우리의 활력을 떨어 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중략> 이런 의미에서 도 우리에게 필요한 해결책은 자각이다. (159쪽)

이 구절은 나의 뇌에 심한 충격을 주었다. 둔닥한 물체로 머리를 맞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삶을 살다보면 문제를 마주하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누군가가 해결했던 방법들, 흔히 가리켜 지혜로 불리었던 것들을 날로 먹었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찾지 않고 문제를 자각하고 해결하려고 했던 적, 아니 생각조차 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지극히 군중이라는 큰 무리에 한 개체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아침에 깨어나는 이유는 오늘이 다른 모든 날들과 비슷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르기 때문이다. (160쪽)

컴퓨토 대화 프로그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준비한 다방면의 그의 연구는 읽는 독자에게 지적인 선물을 해 준다.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학문의 교양강좌를 해 주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다가도 컴퓨터 프로그램과 이기기 위해 이렇게까지 준비해야하는지,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에 서글퍼진다. 결국, 저자는 연합군 중 유력한 우승 후보로 예상했던 캐나다팀을 제치고 '가장 인간적인 인간'상을 거머졌지만 말이다. 이 책에 대해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 세상에 진정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자신의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