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트무트 에슬링거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애플은 많이 들어봤지만 프로그는 처음이었다. 25살에 프로그라는 디자인을 설립했던 그는 이미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는 프로그를 세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디자인 회사로 빠르게 성장시켰다.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을 중요시했던 까닭에 현재의 애플을 있게 했던 디자인을 만들어 낸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우아하며 세련된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을 컴퓨터의 외관에 적용시켰다. 그가 창조한 애플의 스노 화이트는 애플을 엄청난 속도로 성장시켰고, 타임지의 올해의 디자인상을 수상하게 하는 영광을 주기도 했다. 어쨌든, 그가 있어서 애플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의 디자인 속에 녹아있는 정체성을 그가 찾아 주었기 때문이다.대표적인 애플을 제외하고도, 에이서, 아디다스, GE, 소니, 코닥, 덱, 야후, 야마하, 혼자, IBM (역설적이게도^^) 등 그가 손을 대서 성공하지 않은 회사가 없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래서 그는 하이테크 디자인계의 슈퍼스타로 지명되고 있다.

 

그는 디자인이 그냥 보기 좋은 겉모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업 계획을 혁신하고 개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믿었다. 또한 디자인 자체 만으로도 브랜드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디자인적 혁신과 기업 경영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아웃소싱같은 문제 해결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고, 기업의 수익에 대해서도 장기간의 전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 책에서나 나왔던 이노베이션- 단계적인 혁신에 대해서도 준비과정과 창의적인 협력작업, 마케팅의 3단계가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선 그런 경영적인 요소보다는 디자인의 관점에서 들여다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는 기업에서 디자이너를 고용할 때, 디자이너의 특징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단락이 그만이 쓸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그는 디자이너의 그룹이 네 가지 성향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열정적인 디자이너이다. 이러한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스튜디오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법인 회사의  CEO도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 그룹의 디자인은 논리적이면서도 본능적이다. 마음과 정신의 균형을 통해 예술적이면서 균형잡힌 결과물이다. 두 번째 그룹은 예술적인 디자이너 그룹으로서 쉽게 복제되며 모호하고 적응하기 어려운 작품일 수 있어 응용하기 어렵고 실행 가능성과 기술 등 재고해야 할 복잡한 문제가 있지만 전 세계에 광범위한 영감을 줄 수 있다. 세 번 째 그룹은 평범한 디자이너이다. 이들은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네 번째 그룹은 창의적이며 전략적인 디자이너들로서 융합기술과 비즈니스에 뛰어난 사람들이다. 이들은 융합을 소임으로 하는 디자이너로서 자신도 이 그룹에 끼워놓고 있다. 기업에 실행 가능성과 아름다움,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주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혁신 주도적 비즈니스 방식을 추구하는 리더들이라면 이런 디자이너들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디자이너로서 그만이 말해 줄 수 있는 멘트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국적은 바꿀 수 있지만, 학적은 바꿀 수 없다며 아이들이 어떤 학교를 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광고하는 책이었다.

살짝 거부감이 일기도 했다. 서두만 보면 말이다. 국적은 바꿀 수 있지만 학적은 바꿀 수 없다?

일류대학교가 인생의 보증 수표이다?

 

성적이 인생의 행복을 결정짓는 보증 수표가 아니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자명한 진리를 엎어버리고, 부모들을 사교육의 현장으로 몰아넣는 전 한솔학원 학원장님의 말씀이랄까.

하지만 그러한 학원장님의 말씀에 귀가 솔깃하는 것은 자식 가진 부모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최근 CF에서 학부모가 되겠습니까, 부모가 되겠습니까, 하면서 자녀가 학교에서 몇 등하는지 보다는 어떤 인성을 갖추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임을 역설하기도 했지만, 그 인성이라는 것이 수치화 할 수 없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란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이상하게 내 자식에게는 그 논리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욕심을 접고 자식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 부모님도 많지만, 강요하지 않을 뿐이지, 잘 했으면 하는 심리는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가 입시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 채 아이들에게 적당히 잘 하라고 하는 것도 방관자적인 자세가 아닌가? 어떤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다는 것은 부모의 욕심이다. 하지만 최근 입시가 뭔지 아무 것도 몰라서  선발 양식이라든지, 예전과 달라진 선발 기준 등을 제대로 모른다면 아이들과도 소통하기 힘들다. 아이들도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 가려고 노력하는데, 어머니가 입시가 뭔지 몰라요 이런 자세로 나간다면 아이들이 얼마나 답답하겠나. 이 책은 그런 부모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좀 더 나은 정보를 얻기 위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솔직히 영역별 족집게 전략 (맨 마지막 챕터) 은 아이들이나 학원에서 할 문제이지, 부모가 간섭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떤 과목을 어떤 식으로 공부하고 있겠구나, 짐작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알게 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 아이들의 성적을 정확히 파악하는 스킬이라든지, 입시의 달인이 되는 학부모의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대가 생겼고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노력하는 부모가 되어서 아이들과 함께 건승하기를 빈다. 절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노력하는 자에게 댓가는 돌아가게 마련이다.

아줌마, 지중해에 빠졌다고 다소 편한 제목을 선택했다. 아줌마에서 오는 편안함이 책에서 보이는 그녀의 지적 능력과 반대되면서 산뜻한 느낌을 준다. 책에서의 그녀는 사회 인문학적인 지식과 미술적인 지식이 많고, 주변의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이 많은, 지적인 환경에서 잘 자란 사람의 겸손함이 있는 사람이었다. 감정이 많고, 가족을 위해 그것을 누르며 살면서, 자신의 것에 대한 집착이 많아서 많은 물건을 버린 후 며칠을 앓았고, 그 것을 계기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보자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래서 홀연히 그리스로 떠났고, 돌아와 책을 내었다. 내 보기엔 이 책이 그녀의 '집착'의 대단원인 것 처럼 느껴졌다.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싶어하면서도 1%도 버리지 못했다는 그녀가, 집착을 버리기 위해 여행을 떠났고 거대한 집착의 산물을 생산해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집착.. 미술 작품이 아니라 여행에 대한 집착, 기억에 대한 집착, 나에게만 특별한 추억에 대한 집착이 고개를 쳐든다. 하지만 그녀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집착 때문에 나는 잠실에 사는 멋진 아줌마, 닮고싶은 사람, 또 하나의 작가를 발견하게 되었으니까. 앞으로도 많이 많이 집착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녀는 책 속에서 시종일관 소탈하고, 스스럼없이 느껴지고, 솔직하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의 선을 지키면서 지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그녀는 그녀 스스로 말했듯 미술치료사,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여러번 자신을 상대로 검사를 한 결과 선입견 편견이 강하고, 치우쳐있고, 융통성이 없다. 나와 너무나 비슷해서 놀랐다. 처음엔 그런 자신을 부정하고 싶었고, 자신은 원래 포용력있고 너그러운 사람이었으면 했다는 그녀의 독백이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한다. 나의 엄마였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다. 나의 거울을 보듯이 그녀는 나를 닮아 있었다. 하긴, 이런 엄마 아래에서 난 자식이 엄마의 성격을 닮을 리 없다. 나는 아직 엄마와 자식의 성격이 비슷한 집안을 보지 못했다. 신경 쓰면 쓸 수록 자신의 나쁜 점을 가르치고 싶어하지 않아하고, 그러면 나와는 다른 성격으로 자라나게 마련이다. 결국 내가 가진 장점이 자식의 단점이 되기 일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의 단점은 자식이 승화시켜 장점으로 가지고 있을 확률도 크다. 얼굴은 닮아도 성격은 다른 것은 그만큼 엄마의 사랑이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를 통해서 그리스의 아테네, 그 곳의 아름다움을 많이 느꼈다. 솔직하게 전달해주는 그녀의 말투가 좋았다. 똑똑하고 귀엽기도 한 이웃집 아줌마와 함께 그리스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미각도 발달해서, 나와 입맛도 맞을 것 같다.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성격이다! 성격만 맞다면, 이런 사람과 친구 하면 얼마나 일상이 충만할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줌마! 멋져요! 책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성경적인 부분의 해석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