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믿을 수 없는 진실들로 가득 차 있었다. 소설이라고 하면 믿겠지만, 이런 만행이 실제 일어났다고 생각하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진실들 말이다. 작가 마리아투 카미라가 엄연히 존재하는 사람이기에, 믿지 않을 수는 없다.하지만 믿기에는 현실이 너무 잔혹했다. 나는 세상이 무섭다고 생각하고 있고, 나이도 어느정도 들었고, 무서운 세상이라는 것을 알긴 안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말하는 무서운 세상과 아프리카에서 말하는 무서운 세상은 현격한 괴리가 있는 것 같았다. 우리 나라에서 말하는 무서움이 돈에 대한 것, 돈에 얽힌 배신, 돈에 얽힌 죽음, 돈에 얽힌 사기 등등 애정 문제도 있지만 주로 돈과 엮여서 무서운 세상이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같은 경우는 달랐다.
아프리카는 아직 치안이 불안정하여 누군가 권력을 잡고 또 누군가 반군이 되어 그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과정 속에서 무수한 선량한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는 죽음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이 아직도 아프리카에서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반군에 대해 어린 소녀인 마리아투가 두려움에 덜덜 떨면서 이런 대학살이 재밌니? 라는 반군의 말에 네.. 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너무나 끔찍했다. 어머니가 이르기를, 반군이 그렇게 물을 때 아니오 라고 말하면 바로 죽임을 당하니 절대로 네, 라고 해야 한다고 들었었기 때문이다. 애고 어른이고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이런 사람들이 언젠가 심판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 나오는 인간같지 않은 인간성을 지닌 반군들을 보며 인간은 어쩌면 악마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내 안에도 악마가 잠자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소름돋을만큼 무서웠다. 내 안의 그림자, 악마같은 생각, 부정적이고 음침한 욕망들을 인정하기는 한다. 그런 것들을 인정하지 않으면 완전한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100% 밖으로 나오고, 선한 마음이 0% 가 되어 숨어버릴 때 이런 대학살이 일어나게 되고, 이런 학살은 절대 사람으로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신병에 걸린 것 처럼 세뇌당해야 나올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 점이 충격적이었다.
망고 한 조각, 내 손안의 작은 희망.
그 희망을 노래하기에 소녀의 두손은 너무나 작아보였다.
하지만 마리아투를 보면서 느꼈다. 행복은 어떤 비참한 상황에서도 꿈꿀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도저히 희망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고 사람들이 뭐라고 말을 하든 누구에게나 꿈꿀 수 있는 것이 희망이다.
많이 가졌으면서도 - 기준은 애매하지만 - 희망 없이 사는 사람들은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인생에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자살한 사람들이 잘못되었다고 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마음을 열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이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깨닫는 기회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