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먹고 살기, 이 책은 말 그대로 문화 쪽에 직업을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그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 실제 하는 일들은 무엇이 있는지, 어떤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해 나가는지 가르쳐 주는 책이다. 어렸을 때 부터 엄마에게 문화적인 일 (책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하는 등) 은 도대체 사람이 먹고 살기 힘들다 라고만 배웠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인 문화로, 먹고 사는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주 잘 사는 집 자제들이 하는 일이라든지, 취미생활 삼아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문화로 먹고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좋아한다면 충분히 직업으로서도 가질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한 푼도 받지 않고도 일을 하겠습니다, 라는 것은 이미 옛말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방송과 책, 영화, 스포츠, 음악 이라는 장르를 통해 어떻게 하면 그 길로 나아갈 수 있고, 그 문화적 단계의 현 주소는 어떤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그 쪽에서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디테일한 지식들을 전해주고 있기 때문에 그 쪽으로 아는 사람이 없는 나에겐 별세계 같은 이야기였다. 상상하던 핑크빛으로만 가득한 세계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 문화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현실과 가까웠다.
방송의 경우에는 공영 방송과 민영방송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드라마 보조금은 어떻게 나오는지, PD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시사 교양 프로그램 등 도대체 시청률이 안 나올 것 같은 프로그램들은 왜 운영되며, 어떻게 명맥을 유지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다. 또 티비에 나오는 배우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협동조합과 재단도 마련되면서 처음 배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좌절하지 않고 또한 나쁜 유혹의 손길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지에 대해서도 배웠다. 사람이 사는 곳엔 모두 약자와 강자가 있는데, 배우는 분명 약자에 속하는 쪽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배우들이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것을 막는 데에는 같은 배우들의 힘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마냥 별 세계가 아니라,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의 연대적 책임감에 대해서 말이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정권에 따라 바뀌는 영화계의 정책이라든지,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방법이라든지,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연극 등 장르별로 살아남는 방법들이 현실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들 또한 서로서로 도우면서 불문률을 만들고 규칙을 만들어 가면서 한 사람의 성공이 아닌 영화계 전체의 성공을 위해 뛰고 있었다. 관객에게 재미있고 감동있는 영화를 전달하는 것이 최대의 목표가 아니라 영화계 전체가 살아남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이런 빛나는 직업들을 연예인으로서가 아니라 직종의 하나로서 인식했을 때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충무로에서 일하는 방법 등 여러가지가 소개되어 있어서 정작 문화계로 나갈 생각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문화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고, 장차 문화계에서 일하는 꿈나무들에게는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되니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