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떠났다
[서평] 답답해서 떠났다 / 220일간의 직립 보행기 '참지말고 떠나라!'
글쓴이 : 최경윤
그림,사진 : 최경윤
출판사 : 지식노마드
장르 : 여행/에세이
발매일 : 2013.1.17
가격 : 14,000\
보기만해도 속이 뻥! 뚫리는듯한 청록색 표지의 책 <답답해서 떠났다>는 어디를 다녀왔을지 대충 짐작할수있게끔
한눈에도 인도스러운 문양이 그려져있는, 받아들자마자 빨리 펼쳐보고픈 책이었다.
홀로 여행을 떠나는것은 나도 여러번 꿈꿔오긴했지만 항상 '여자 혼자서 여행하기에는 무리야, 위험할것같은데' 라던지
'혼자서 여행하다가 언어의 장벽에 부딫치면? 의기양양하게 떠났다가 외로워지면?'
이라는 내면의 질문에 매번 포기했던 일 중 하나이다.
시간이나 여건이 되면 나도 그냥 여기저기 훌쩍 떠나보고는 싶지만, 최근에 봤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해외에 홀로 배낭여행을 떠난 한국인 여행객들을 집중적으로 납치하여 몸값을 요구하는 범죄에 대한 방송을 하는것을 보고는
신랑과 둘이 '그래, 역시 혼자 여행을 가는것은 여자던 남자던 무리가 있는것 같아' 라고 마음을 접어버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책의 저자는 스물세살밖에 되지않은 공대생이라고 한다.
어떻게보면 일반적인 생각으로 가장 치안이 좋지않은 인도와 남미를 홀로 여행하기에는 너무나 여린 대학생이지만
'떠나고 싶다' 라는 생각하나만으로 그 멋진 나라들을 홀로 여행하고 돌아왔다고하니 참으로 당차보이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것도 한국인들이 자주가는 유럽이나 미국도 아니고.. 그렇다고해서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양지도 아닌 그곳에 가서
글쓴이가 느끼고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왜 혼자 무턱대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지 그 속내가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내가 여태껏 읽었던 여행관련 에세이는 해외에 오래 거주했던 유학생이나 여행관련 파워블로거, 예술가, 사업가등의 책이었는데
그냥 평범하기만 한 스물세살 공대생이 가볍게 훌훌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그것을 또 책으로 냈다고하니 혼자 떠난 여행이란
그것도 여대생이느끼는 그것이란 어떤느낌일지,내가또는 다수의사람들이 생각하는것만큼 홀로떠나는 해외여행이 위험하진 않을지
<답답해서 떠났다> 를 읽고 내가 궁금해하는 모든것들이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쳤다.
글쓴이가 여행을 가기 전 세운 철칙은 다음과 같다.
계획없이 떠나자. '지금'에 충실하자, 이 세상속 내가 어떤 가치를 가진 사람인지 알아내자, 사람과 소통하는법을 배우자, 웃자.
안락하고 편안한 한국에서의 생활을 뒤로한 채, 휴양지도 현대적인 관광지도 아닌 곳으로 떠나는 것 치고는
생각보다 번지르르한 철칙도 아니기에 -이미 다녀온 여행을 쓴 책이지만- 내심 걱정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갔던 것 같다.
역시 걱정했던대로, 인도에서의 첫 발걸음은 그다지 순탄치만은 않았던 듯 하다.
공항에서부터 타고 교통수단을 타고 이동하던 중 낯선곳에 내려 요금문제로 기사와 실랑이를 하고 겨우 행인의 도움으로
바가지 요금을 뒤집어쓰는것은 면했지만, 숙소를 찾지못해 여기저기 방황하다 지쳐 거리에 주저앉아버리고..
다행히 숙소에 도착한 이후에는 안도감때문인지 갑자기 몰려온 피로감에 방문에
열쇠를 꽂아둔 채 잠이들어버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낯을 매우 가리는편인데다가 낯선사람과는 말 섞기도 싫어하는 내 입장에서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던점은
그 낯선땅에서.. 자칫 위험할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새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며 동행하기도 하거나 음식을 받아먹거나 했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도 위험할 수 있는 행동인데, 동행인 하나없이 그렇게 거리낌없는 '친화력(?)'을 발휘했다니...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이곳 저곳에서 엉덩이를 아주 후드려 때려주고싶은 충동이 생기는것을 꾹꾹 눌러 참기도 했다.
<답답해서 떠났다>는 글쓴이가 여행 내내 메모하거나, 그려낸 상황들의 그림, 사진등등이 페이지 이곳저곳에
재미있게 배치되어있어 딱딱한 의미의 책이라기보다는 마치 친한 사람의 여행일기를 읽는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때문에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들에 비해 다소 구성이나 문장이 허술하기도 한 면이 있었지만 스물세살 대학생이 느낀 그대로가
담겨있어서 젊은 아가씨의 시선에서 톡톡 튀는듯한 재미있는 상황 표현들이 많아 읽는내내 참 즐거웠던 책인 듯 하다.
아주 정적이고 우아하기만 한 여행 에세이가 아닌, 20대만의 상큼함이 가득 풍겨오는 그런 일기같은 책.
어찌보면 위험할 수도 있는 혼자만의 여행이지만 특유의 친화력과 당찬 자신감으로
별탈없이 오랜기간 여행을 마무리하고 들어왔다고하니
결혼하거나 나이를 먹을수록 용기내기도 어려운, 남들이 한번 시도하기도
힘든 경험을 젊은나이에 하고 왔다는것에 참 부러움을 느꼈다.
매번 떠나고싶을때 당장 떠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는 아마 한번쯤 용기를 내볼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