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한가운데는 커다란 수족관이 있었는데, 팔뚝만한 크기의 커다란 금붕어들이 스무마리 정도 떠다녔다.수조의 내부에는 모형 수초나 장식물 없이 검은색 돌맹이만 잔뜩 가라앉아 있어 그야말로 '죽음' 을 연상케 했다.

- 정크 中, 251p

어둠은 곧 하나의 공이 되었다. 작지도 크지도 않았다.단단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작지도 크지도 않고, 단단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은 어둠이라는 공이, 조금씩 움츠려들었다.그것은 결코 강하지 않았다. 아주 작고 여린 모습으로, 제 몸을 감춘 채 가만히 숨어 있었을 뿐이다.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공은 조금 더 작게 쪼그라들었다.  손을 뻗어 그 위를 더듬자 천천히 나에게 다가와 몸을 부풀려 나갔다.하지만 나를 다 집어 삼키지는 않았다.  나 또한 그것을 가지려고 들지 않았다.
- 정크 中, 255p

<정크>를 읽다보니 책의 전면에 걸쳐 보이지않는 무언가가 주인공인 성재를 계속 어둠속으로 잡아당기는듯한 느낌이 들었다.빛을 향해 나아가려하지만 태생적으로 어둠에 묶여 지면에 붙어있는듯한 깊은 구덩이 안 삶의 연속.욕망이 이끄는대로 행동하며, 욕구가 가르키는대로 그러나 죽은사람의 눈마냥 멍하니 살아가는 성재.지속적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 자문하지만 마치 자아를 깨닫지못하는 갓난아이처럼 답을 얻지 못하고이제는 지금의 현실이 마약을 하고난 뒤 펼쳐지는 몽롱한 환각인지, 환상속에 젖어있는 일몽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그의 삶을 보면서나 또한 질긴 거미줄 숲 사이에서 허우적 허우적 거리는듯한 착각에 사로잡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