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고 잘못된 믿음을 가지며 현실을 부정하도록 진화했을까?
과연 우리가 죽음을 인식하고 살아간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
“아지트 바르키”와 “대니 브라워”가 공동으로 펴낸 “부정본능”은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으며, 그 차이는 어떤 결과로, 유전적으로 이어져 왔는지 설명하는데 충실한 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끼리나 돌고래, 침팬지 등에게도 인간과 같은 지적 능력을 갖출 기회가 있었지만 인간을 제외한 이들 모두는 결국 지적 능력을 얻지 못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부정본능’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어느 순간 유전적인 인자 하나의 결핍으로 인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그로 인하여 죽음에 대한 부정 등 현실을 부정하는 인간의 고유 능력으로 인하여 지속적인 진화의 모습을 보여 왔다는 설명이다.
『부정이란 의식하게 되면 참을 수 없는 사고, 감정 또는 사실들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불안을 누그러뜨리려는 무의식적인 방어기제이다.』
동물들 중에도 의식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코끼리는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의 주검 옆을 떠나지 못하고 슬프게 우는데 이것은 코끼리가 다른 개체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 더 나아가 죽음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코끼리가 ‘죽음에 대한 인식’, 즉 ‘나도 언젠가 친구처럼 죽을 것이다’라는 인식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죽음을 피하지 않는다. 죽음을 촉발 할 수 있음에도 우리는 담배를 피우고, 자동차 안전띠를 매지 않으며, 치명적인 병에 걸릴 위험을 알면서도 ‘하룻밤 풋사랑’을 즐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장례식장에서는 인간적인, 철학적인 온갖 것들을 떠올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만 그날 저녁이면 그 생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수 많은 위험으로부터 나만은 자유로울 것이라는 생각, 즉 필명성에 대한 현실부정이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현실부정 능력이야말로 인간이 진화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는 주장이다.
코끼리나 침팬지는 필멸성을 두려워해 인간처럼 진화할 수 없었지만, 인간은 ‘부정’이라는 본능을 진화시켜 필멸에 대한 두려움을 마침내 떨쳐냈다는 주장은 다음 고대 인도의 “마하바라타” 이야기가 좀 더 현실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다섯 형제들이 사냥을 나갔다가 목이 말라 물을 찾는다. 그때 야차(정령)가 나타나 자신의 질문에 답하기 전에는 절대 물을 마시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네 명은 경고를 무시하고 물을 마셨다가 차례로 죽는다. 마침내 홀로 남은 맏형 유디슈티라가 형제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야차는 이번에도 자신의 질문에 맞는 답을 내놓으면 한 명씩 살려주겠노라고 약속한다.
『야차가 물었다. “무엇이 가장 놀라운 일인가?”
유디슈티라가 대답했다. “매일 사람들이 죽는데, 이로써 우리는 사람이란 죽을 운명임을 압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고 일하고 놀고 앞날을 계획하는 등 마치 우리가 불멸의 존재인 것처럼 여깁니다. 이보다 더 놀라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 본문 중에서 -
이 책에서 등장하는 ‘마음의 이론(Theory of Mind)’, 즉 줄여서 ToM은 다른 이들에게 정신적 상태를 온전히 귀속시키는 능력으로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고 한다.
첫 번째는 ‘자기 인식’이며, 두 번째는 다른 개체들도 의도적 행위자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초보적으로 파악하는 단계이고, 세 번째는 다른 개체의 독립적인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는 ‘완전한 마음의 이론’의 단계이며, 네 번째는 많은 개인들로 이뤄진 ‘확장된 마음의 이론’의 단계라는 것이다. 완전한 ToM 및 확장된 ToM이 없다면 인간의 마음이 성취할 수 있고 또 실제로 성취해 왔던 많은 것들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으로 저자는 이러한 부정본능이 긍정적인 시그널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예로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암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환자 스스로가 치료할 수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은 수치상으로 좋은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어쩌면 인간의 본 모습을 뒤돌아보고, 그로 인하여 좀 더 인간적인 삶을 위한 모습을 그려내기를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한없이 약하기만 한 인간이 지구상에서 절대적인 것처럼 군림하는 것 자체가 작은 생각의 차이에서 온다는 것, 그것은 자기비판을 통해 좀 더 성숙한 삶을 위한 원동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결코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닌 것 같다. 많은 생각을 하도록 요구하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용어들로 인하여 편안한 독서는 아니겠지만, 상당 부분에서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는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부정본능,
부키,
노태복,
아지트바르키,
대니브라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