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인생의 경계에서 만나는 낯익은 침묵
작가 최윤정이 펴낸 “입 안에 고인 침묵”의 한 줄 표현이다. 이 표현도 나에겐 낯설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작가가 지난 십 여년 동안 써 모은 글 중 저자의 다른 책 “우호적인 무관심”에 실리지 않은 글들을 모아 펴낸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 책의 제목처럼 입안에 가득 고인 침묵을 한꺼번에 뱉어낸 것 같은 느낌으로 이해하고 싶어진다.
“입 안에 고인 침묵”에는 그 동안 저자 최윤정이 자신의 손에 집어 들었던 책과, 감독이 누구인지를 먼저 알아보지 않고 관람했던 영화, 연극, 전시 등과 함께 하면서 세상과 일상을 들여다본 이야기와 그리고 어찌보면 삶의 일부인 것처럼 다가오는 프랑스에서의 삶의 일부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변진선의 “절대 보지 마세요! 절대 듣지 마세요!”(2011, 바람의 아이들)에 담겨 있는 일부분을 바라보는 시선은 익숙하고도 감동이 있다고 말한다.
『열정과 욕심을 헷갈리지 말자. 욕심이 바라보는 것은 대가지만, 열정이 바라보는 것은 결코 대가가 아니야.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이 욕심이라 느껴진다면 과감히 버려. 하지만 그것이 열정이라면 멈추지 마. - 본문 “노란 풍선 이야기” 중에서 - 』
현재형이 아닌 그 어떤 사랑이야기를 펼치면서 느껴지는 것은 그녀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문학작품을 내가 직접 읽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공감을 느끼기에는 멀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렇더라도 조금 읽다보면 문학작품을 평가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와 삶을 연결하고자 했을 것 같은 저자의 바람이 있었는지 몰라도 어렵지 않게 마음으로 느껴지는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괜찮은 사람 바이러스” 편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중 도서관에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작가의 시선에서 예쁘게 꼬집어 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작은 도서관 이야기부터 강남에 도선관을 건립했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학원으로 갈길 바쁘게 움직이는 현실, 인기 연예인들이 TV에 나와 책 읽기 켐페인을 펼쳤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중단된 것, 그리고 또 한가지 범 국민적으로 거실을 서재로 만들자는 움직임은 작은 웃음을 머금게 만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 중에 한명이 나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렇게 저자는 가벼운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녀의 영화 이야기는 뭔가 나와는 다른 세상의 사람의 영화관람기 같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영화 관람이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니며, 그 속에서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는 듯한 느낌은 어쩌면 나를 더욱 위축되게 만들기도 한다.
『후안 호세 캄파넬라(Juan Jose Campanella) 감독의 (EI secreto lalf의 눈동자)를 봤다. 같이 간 친구가 고른 영화고 나는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전 지식 하나 없이 본 영화다. 나는 이렇게 그 영화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영화를 본는 게 좋다. 그렇게 본 영화가 마음에 들면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즐거움이 두 배가 된다. - 본문 중에서 - 』
저자가 거쳐 온 프랑스의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과는 많은 차이를 느끼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질서 속에 또 다른 질서를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로 들린다. 분명 두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 상황은 우리가 그리는 세상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들어 다른 면을 찾아 느끼게 된다면 이제 그곳은 또 다른 세상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 삶을 살아가는 동안 어떤 세상에서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물음을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깨닫기를 소망해 봅니다.
최윤정,
바람의아이들,
입안에고인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