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열일곱을 생각해 본다.
소설을 읽는다는 건 그 시대의 배경과 주인공과 저자의 감정을 느낌으로서 설렘을 준다. 내가 알지 못했던 공간에서 이런 느낌을 받고 생각을 할 수 있겠구나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좋다. <열일곱살의 털>은 내 이야기 같아서 굳지 상상하려 하지 않아도 이해가 되었다. 내 열일곱에는 그랬다. 귀밑 5cm의 단발머리 여학생들은 1cm만 더 길어도 예뻐보일 텐데, 스포츠 머리의 남학생들은 앞머리만 조금더 길어도 멋져보일 것라고 생각했었다. 주된 소제는 머리카락 이었으나 두발자유를 외치며 자신을 생각하고 찾아나서는 송일호의 성장 소설이다. 누구나 성정을 하지만 그 계기가 다 다르다. 완득이는 복싱과 엄마로 인해 은성이와 보라는 실크로드를 통해 모두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고조 할아버지 때부터 태성이발소를 물려받은 할아버지, 20년째 여행만 하다 돌아 온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 어머니와 일호. 
일호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오삼삼이라는 두발 검사를 받게 된다. 할아버지 덕분에 머리가 짧았지만 '매독 대 일호'의 사건으로 인해 "자유? 그래. 자유 좋아. 자유는 그냥 얻을 수 없으니깐."(P.151) '두발 규제 폐지'라는 피켓을 들고 혼자 시위에 들어간다. 큰 바위에 계란을 치는 일이었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응어리가 풀리고 친구 정진, 재현과의 우정이 더욱 깊어지고, 오광두 선생님의 신임을 얻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새롭게 시작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학생들에겐 큰 사건이었지만 잔잔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흐믓하게 웃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차를 마실 때 꼭 세 잔을 마시지. 첫잔에는 우정, 둘째 잔에는 사랑, 셋째 잔에는 인생을 담아서. 인생...... 나는 돌아올 때에야 그걸 깨달았어. 내가 도망 갔다는 걸. 싸우는게 겁나서 도망친 거지. 나는. 내가 싸우지 않고 얻은 자유는 그래서 희망이 없었어. 희망이 없는 자유란 이 차 만큼이나 맛이 없단다.(P.124)]
아버지가 아프리카 차를 따르며 일호에게 한 말씀을 가슴에 담아본다. 그리고 항상 묵묵하게 나를 응원하는 우리 가족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슨일인가 일어나고 그 순간 우리가 예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인생은 신비롭다. 그런탓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몇번이나 다른 삶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무주에서 정민과 나란히 누워 바라본 밤하늘 처럼 인생도 광활하고도 끝이 없기 때문이다. 끊이없이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무한한 삶.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일생. 즉 하나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이 문장을 읽었을때, 김연수라는 작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철학이 그의 인생이 나의 삶과 함께, 그의 소설을 내 인생에 넣고 싶었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서 그러나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보고 찾기 위해서 떠나는 [여행할 권리] 그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귀울여 본다.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러시아, 일본, 독일, 미국, 중국이든 지금 그가 하는 말들이 매혹적 이었다. 그러나 그 곳에 가지 않았다면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까? 막연하게 하는 생각들을 확실하게 붙잡아줄 수 있었을까? 여행의 소중함의 깨닭게 되었다. 작가의 생각을 기록하는 여정, 내면의 여행. 그러나 여행이라는 특별함을 매일매일할 수 있는 일상적인 생활로 만들어 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나의 일상도 여행으로 만들어 버렸다. 퇴근 후 버스 안에서 노을진 저 하늘을 저자도 보고 있을까? 밸리로 가서 포도주를 시음하고 돌아올 때의 그 마음과 개츠비가 바라보던 대안의 불빛이 어찌 같겠느냐만은 비슷하게 따라해 보고 싶었다.

 

추석연휴에 도쿄에 다녀왔다. 오다이바에서 <동경만경>의 류스케를 생각했고 <도쿄타워>를 보며 에쿠니 가오리를 느꼈다. 긴자의 서점에서는 나나와 원피스에 열광한 내 자신이 조금은 부끄럽다. 설마 말로만 문학을 좋아한 것은 아닌가. 이상이 지나간 자리를 알지 못했다. 그의 이상향을... 우에노 공원을 둘러보지 않은것이 후회가 되었다. 도쿄에 가기전 [여행할 권리]를 읽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저자가 이상을 바라본 곳이 도쿄역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나중에 다시 그 곳을 찾아 이상을 바라본 김연수를 보고싶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로 나를 찾아 공항으로 향해야겠다.

망각, 망실, 혹은 망명을 향한 무의식적인 매혹(p.289)

생각하자, 느끼자, 받아드리자, 그리고 기록하자.

"서로 나이는 다르지만 무라까미 하루끼에게도 젊은 날이 있었고, 밤비에게도 젊은 날이 있었고, 내게도 젊은 날이 있다. 그건 누구나 다 겪는 일 아니냐?" (p.89)

누구나 겪는 젊은 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을 가지고 떠난 이상, 문학을 사랑하고 그것을 쫒는 김연수, 김연수를 알고 그를 읽어내는 삶을 여행이라는 특별함으로 포장하여 나의 일상속에 넣고싶다.

자기계발서를 읽게되면 흥분되면서 나 또한 저자의 영향을 받게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싶을 정도로 모든걸 잊고 생활하는 대로 생각하고 있는 내 자신에 놀랄 때가 있다. 어쩌면 이 책 또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마지막 장을 덮고... 그러면 안되겠다 싶다. 나의 꿈을 서둘러 수첩에 적어본다.

 

일단 꿈을 정했다면 무슨일이 있어도 그 꿈을 포기하지 마라. 아니 꿈을 추구하는 것 때문에 나쁜 일만 생겨도, 인생 밑바닥으로 떨어지더라도 더욱 뜨겁게 꿈꿔라.(p.44)

 

나는 내 꿈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꿈을 이루기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고있는가? 나쁜일이 생길까봐 밑바닥으로 떨어질까봐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보고 있지는 않은가. 꿈이라는 망상에만 젖어 귀찮아 하며 TV만 보고 있지는 않은가? 내겐 너무 부끄러운 글이었다.

'이지성' 이라는 작가가 내 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발판이 되었다. '여자라면 힐러리 처럼' 으로 그를 알게 되었다. 만화만 읽다 태백산맥을 필사했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꿈꾸는 다락방의 저자 이름을 보고 너무 반가웠다. 그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설레이기도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꿈을 꾸는 마음이고, 이루고 싶은 소망이고, 노력하는 열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실패를 묵묵하게 걷는다는 건 굉장히 힘든길이다. 좌절의 연속이고 친구들도 내 옆에 없기에 외롭고 고독하다. 어찌 눈물만 흘리겠는가. 그 쓸쓸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저자는 꿈을 위해서 하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자신을 믿는 용기, 자신을 만드는 꿈, 간절히 원하는 꿈, 그 꿈만 잊지 않는다면 다른 모든것들은 따라오게 되어있다.

 

'나에게 가진게 아무것도 없다. 꿈 하나 뿐이다.'

그래서 오늘 나의 꿈이 그냥 흘러가게 두지 않겠다. 박정희 대통령(p.43), 정주영, 이건희 회장(p.194),  윤정수씨, 박경림씨의 이야기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사람도 만날 수 있고 무엇이든 할수있다. 요컨대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모든 긍적적인 행동을 할수있다.(p.194)] 는 것을 알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요즘 기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내 뜻대로 기도하지 않는다. 오직 하나님의 뜻대로 기도한다.(p.242) 당신의 기도가 인생을 결정한다. 솔직히 적지않는 부담을 가졌다. 어떻게 해야 하나님의 뜻대로 인가? 곰곰히 생각하던 중 해답을 얻은 기분이 든다. 얼마나 소중한가! 나에게 필요한 말들이 들어있었다. 하나님께선 날개가 있는 자만이 낭떨어지로 몰고 가신다. 그 날개를 활짝펴고 날아오르길 바라신다.

이책은 하나의 꿈이 되었다.

R=VD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