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한 책이다. 주제가 재미있겠다 싶어서 집어들었는데, 기대에는 살짝 못미치는 느낌이다. 역사 기록에 나타난 다양한 귀화인을 다루고 있다. 처음 들어보는 인물들도 많고.
하지만 책 제목에 나타난 <우리 역사를 바꾼>이라는 측면이 좀 부족한 점이 아쉽다. 개개인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와서 우리나라에 귀화, 혹은 동화해서 살았지만, 그 사람들이 우리 역사의 전체 줄거리는 아니더라고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부분은 극히 미약하다. 가령 고려시대의 쌍기 같은 경우는 나름 고려 유학의 발전이라든가 과거 제도 등에 기여한 부분이 좀 제대로 설명될만도 한데, 설명은 피상적이고 소략하기만 하다. 나머지 사람들의 경우도 대부분 조선(혹은 고려든 신라든)을 좋아해서 귀화를 했건, 여러 사정으로 이 땅에 와서 정착을 하고 살았다는 내용 뿐이지 대체 우리 역사를 바꾼 부분은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오히려 필자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분은 이런 사람들이 일가를 이루고 자손을 남겨서 무슨 무슨 씨의 선조이고, 그래서 우리 나라가 흔히 말하든 단일 민족이 아니라 포용성이 넓은 다민족 국가라는 것 뿐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전공자가 아닌 작가의 역사에 관한 책은 늘 이렇듯 전공자들이 간과하는 주제를 다룸으로써 호기심을 자극하는가 하면 역사의 본류와 흐름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신변잡기식 서술로 사람의 기운을 빼놓는 경향이 있다. 이 주제는 좀더 파고 들어가면 단순히 자료의 소개나 나열이 아니라, 우리 역사와 문화에 미친 영향을 다루는 의미 깊은 서술이 나올 수도 있을 것도 같은데......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있는 책이다. 대중 역사서 작가의 글이라 어려운 용어나 표현이 없어 쉽게 읽히는 것은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