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문화권에서는 아픈 부분을 낫기 위해 다른 동물의 부위를 섭취한다고 한다.

물론 과학적인 증명은 없지만,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가 아닐까.

처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제목을 듣고는 경악을 했었다.

거기다 일본에 지낼 때 영화 개봉 때라 라디오에선 이따금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를 소개 했고 ,

그럴때마다 같이 듣던 일본사람도 경악을 했다. 

경악을 하게 만든 제목이었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 이해가 된다면 좋겠다던 작가의 서문이 진심으로 와닿았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까지 여러 수식어로 꾸며진 클래스 메이트였던 남자 주인공 하루키는 병원에서 얼굴만 알던 클래스 메이트 사쿠라를 만난다.

아니, 처음엔 그녀의 것인지 몰랐던 그녀의 노트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렇게 하루키는 사쿠라의 비밀을 공유한 유일한 가족아닌 사람이 된다.

그렇게 두 소년소녀는 관계를 맺어간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루키는 관계란 것을 맺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주의자였고 하루키는 살아가는 것은 관계에 있다는 주의자였다.

저로 극과 극이었던 등장인물들이 친해져가는 서로에게 물들어져가는 과정을 섬세하고 풋풋하게 묘사되어 진 소설이었다.

정말 시한부 인생을 살고있는 아이가 맞는가 싶을 만큼 밝고 씩씩한 사쿠라는 하루키를 관계의 세계로 끌어내고, 무던히 묵묵히 자기만을 바라보고 자기의 세상을 살아가던 하루키는

외롭고 슬프게 죽음으르 맞이 할 뻔한 사쿠라에게 행복과 사랑받고 필요한 존재임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었다.

하루키와 사쿠라는 상반된 성격의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서로 반대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길지않은 하지만 얕지않은 4개월의 시간을 보내면서 둘은 알게 되었던 것이다.

상반되고 극과극이지만 서로는 마주보며 살고 있었던 것을.

서로의 진심을 전하기엔 어렸고 빨랐다고 생각했지만, 상대의 부재를 맞두고서야 진심을 전하는 하루키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나도 이것 저것 재고 감정을 평가하기 보단, 진심은 마음은 빨리 그 대상자에게 가닿게 해야겠다며 눈물을 닦으며 생각했다.

사쿠라는 하루키에게 말했다. 우연이 아니라고. 각자가 선택한 것이라고.

서로를 만나기를 선택했다고.

결국 사쿠라는 졌다. 다시 필 그 다음의 꽃도 품지 못 한채 사쿠라는 졌다.

다른 그 어느 누가 보는 벚꽃(사쿠라)보다도 자기가 보는 벚꽃이 가장 아름다울 거라는 마음에서 죽음 앞의 초연함을 보았다.

누구나 죽는다고 하지만 죽음을 예고 받고 산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것이다. 더구나 죽음과는 아주 멀 것 같은 청춘에게는.

더구나 사쿠라는 병마로 인해 죽은 것이 아니었다. 죽음을 앞 둔 아이에게도 예상보다 빠른 죽음이 있었다.

평생을 살 것 처럼 산다. 우리는.. 언젠가 죽을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당장의 내일은 당연히 오리라고 믿는다. 우리는..

소중한 친구를 보낸 아이들은 일년을 보냈다. 아이들은 자란다. 그리고 자랐다. 죽음은 결국 다시 시작을 말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

흔한 라이트노벨이라 생각했고 더 흔한 슬픈 청춘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17살이 전부였던 사쿠라였지만 17살은 더 살 하루키였지만 아이들을 통해 나도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마지막을 덮으며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죽은 사람을 먹으면 그 사람안에 그 영혼이 산다는 신앙이 있단다, 세계 어느곳엔.

'나의 췌장을 먹어도 좋아'라는 사쿠라에게 하루키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고 답장했다.

그 답장을 안고 생을 마감한 사쿠라는 그래서 다행이다 싶었다.

우리는 자기관리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스스로를 돌보고 스스로를 더 좋게 이끌어 가는 것을 표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과하게 여자들에게 사용될 때도 있다.

피부가 엉망이거나, 머리가 상해있거나 혹은 살이 쪄있는 여성들에게 자기관리가 안되었다며 뒷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이번 야노 시호의 셀프케어를 읽으며 느낀 자기 관리에는 단순히 보여지는 부분만은 아니였다.

야노 시호는 일본에서 유명한 탑모델이자 우리나라에선 추성훈 부인이며 사랑이 엄마로 알려져있다.

직접적으로 일본잡지나 메스컴을 통해 보지는 않았지만, 간혹 한국 매스컴에 비쳐지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 몸 관리가 잘 될어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모델이기에 몸매관리가 필수이겠지만 마흔이라는 나이도 나이이거니와 아이를 낳은 여성이지만 흔히 말하는 아가씨같은 탱탱한 몸매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야노 시호는 이번 책에서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한다.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관리라는 것의 시작은 정말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다. 

물을 많이 마시고 자연을 접하고 먹고 자는 것에 신경을 쓰는 것.

그리고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자신의 몸을 좋아하는 것. 

내가 하는 무엇들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것.

그리고 야노 시호는 첫 장에서 긍정을 이야기 했다. 

우리는 누구나 긍정을 말하고 마음가짐의 이야기들을 하지만 사실 실행이 어렵다고들 한다.

그런 그녀는 지금 눈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생각을 멈추는 것부터 권한다.

그렇게 그녀도 부정적인 생각의 차단과 현재에 집중하고 지금에 존재하는 것을 배웠던 것이다.

꽤 이른 나이에 데뷔해 치열한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어떻게 저리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싶었다. 

꾸며진 자유로움이 아닌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자유로움. 

그녀의 말 중에 와닿았던 구절이 있었다.

'자기 세계가 풍부한 사람'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자기 세계가 풍부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가 자신을 잘 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도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그녀 또한 그런 사람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잘 하는 운동으로 이끌어내고 그것이 자신을 잘 가꾸게 하는 것.

아마 지금 현재의 탑모델 야노시호가 있는 것은 마음의 힘이 가장 컸을 것 같다.

책에서 그녀는 내내 말한다. 관리를 한다는 것은 꾸준히 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옛 말에 세살버릇이 여든간다고들 한다. 운동도 먹는 것도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 다음으로 연결되고 그것이 그때의 내가 되는 것이리라.

처음 책을 열기전에 보여지는 화려한 그녀만을 생각했다. 그래서 피부관리와 몸매관리 하는 방법적인 내용을 기대했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야기에 놀라웠고 

반면 감동을 받기도 했다. 

물론 운동도 하고 관리실을 다니기도하고 고급 화장품을 사용하기도 하겠지만, 야노 시호 그녀가 하고 싶은 가장 큰 말은 내가 나를 좋아하고

멋진 여성으로 이끌 사람은 본인 스스로 뿐이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여러 책에서 좀 더 많은 부분에서의 그녀를 만나고 싶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두고 여러가지 이름으로 부른다.

모성, 부성, 가족애, 우정, 연인간의 사랑,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

사실 사랑은 호르몬의 작용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누구나 사랑의 감정을 경험하며 살아갈 것이다.

단순 연인과의 사랑만이 사랑은 아니겠지만,사랑을 하면 그 상대에게 자꾸만 퍼주고 싶어한다.

맛있는 걸 먹어도 그 대상이 떠오르고 길가다 흐드러지게 핀 꽃을 봐도 떠오르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낌없이 뺏는 사랑이라니. 과연 그런 사랑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었다.

조지포스는 십여년전 대학시절에 잠깐 만났던 여자친구 오드리 벡의 흔적을 쫓으며 살아가는 남자다.

그에겐 여러번 헤어짐과 재회를 반복하는 여자친구도 있고 혼자 사는 아파트와 고양이도 있는 우리 주변의 흔한 독신남이다.

여자친구 아이린과 저녁을 먹는 날 동네 펍에서 우연히 오드리를 닮은 여자를 만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하지만 사실, 사건은 시작되고 있었다.

대학시절에서부터 현재까지 오드리- 아니 리아나 덱터라는 본명을 가진 여자의 큰 그림으로.

그렇게 다시 만난 리아나는 조지에게 부탁을 한다.

불륜 상대였던 기업 회장의 돈을 훔쳐서 도망자 신세인데 자신을 대신에 그 돈을 회장에게 가져다 주고 자신의 용서를 빌어달라고.

사실 처음부터 조지의 감정이 이해되지 않았다.

조지와 오드리였던 리아나의 사랑은 대학 신입생때 한 학기가 전부였다고 했다.

물론 어렸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푹 빠져 살았다고 하지만 어느순간 자신의 앞에서 사라진 여자와의 재회에 말도 안되는 부탁까지 들어주는 남자라니.

조지는 멍청하거나 우리가 말하는 호구같았다. 리아나는 영악했고 조지는 멍청한 것이다.

그렇게 부탁을 들어준 조지에게 경찰이 찾아온다. 자신이 방문했던 회장이 방문 다음날 살해 된 것이다.

유력 용의자였지만 알리바이가 증명 됐던 조지에게 경찰과 여러 상활들은 리아나가 범인임을 시사해주고 있었다.

조지는 경찰들과 리아나를 쫓고 결국에 처음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거대하고 소름끼치는 진실을 만나게 된다.

소설은 조지가 리아나를 처음 만났던 시절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우리는 리아나에 대해 알아가며 현재를 같이 쫓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조지를 만나서 현재의 조지를 이해 해보는 것이다.

물론 나는 이해가지 않았다. 생명의 위협까지 당한 사건에 휘말리고 결국엔 살인죄와 절도죄의 범죄자로 몰리는데도 어느정도의 믿음을 유지하는 남자를 보면서,

내 주변 사랑이라면 도시락을 싸서 말리거나 아니면 아예 인연을 끊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전작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아직 읽어보지 못 해서 사실 가제본으로 처음 만난 작가지만 너무나 흐름이 빠르고 영상미가 뛰어났다.

장르 소설 특히 추리-스릴러 소설은 사건과 서술의 속도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과거와 현재의 사건들이 펼쳐지고 이어지는 서술은 자꾸만 읽고 싶게 만들었다.

다른 설명들 보다 현장의 서술이 세세해 꼭 영화를 보는 기분도 좋았다.

하지만, 조지에게 감정이 이입되지 않아 주인공이 너무 답답했다.

조지에겐 아낌없이 빼앗기는 사랑일지 몰라도 아낌없이 뺏는 사랑이라지만 과연 리아나는 조지를 사랑했을까?

그 여자에겐 사랑이란게 있었을까? 

책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 짓지만 어쩐지 나는 조지가 평생 리아나의 한 발짝 뒤에서 쫓기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