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시청한 프로그램에 법륜스님이 출연하셨다.

같은 출연자가 다른 스님만을 찾아보고 왔다며 죄송하다고 인사하자,

'그 스님도 봽고 여기서 저도 보면 두 스님을 다 보시는거 아니냐' 며 도리어 반기며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은 마음에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순간.

 

유럽의 지성으로 불리는 오이겐 드레버만과 방송에서 상담하며 나눠진 이야기로 채워진

' 한 생각 돌이켜 행복하라 ' 아마 같은 맥락이 아닐까한다.

관계,성공,결혼 등 사회에서 겪게되는 문제뿐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본질적인 주제까지 골고루 소개하고 있다.

저명한 인사이거나 아주 부유한 사람이라고 해서 걱정이 없거나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들 하지만 우리는 자신만의 문제만을 크게 보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걱정들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10프로 미만이라고 한다. 그만큼 일어나지 않는 고민들까지 굳이 떠안아 고민하며 스스로가 고행스럽게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저자가 상담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사실 별것아니다 싶은 이야기들도 많았다.

그렇게 볼 때 나는 그 사람의 입장이 아니기에 이미 한 생각을 돌이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순간의 고민들이나 걱정들도 다른 누군가의 기준에선 이미 한생각 돌이켜져있는 것이다.

왜 그들에겐 가능한 것이 내겐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일까?

그런 생각도 함께 품으며 책을 읽었다. 입장차이라는 것은 문제를 쉽게 보게하면서도 가볍게 하기도 했다.

 

많은 책들이 치료=힐링을 권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고민이나 걱정이라는 것이 무조건 나쁘기만 한것일까?

저자의 조언에도 말했듯 고민 속에서 우리는 답을 찾을 기회도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늘상 일어나지도 않고 필요도 없을 고민을 끙끙싸매고 있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 역시 한 생각 돌이켜보면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계단은 아닌가 싶어졌다.

 

비가 오면 부채 장수 아들이 걱정이고 더우면 우산 장수 아들을 걱정하던 어머니의 우화를 들으면서 우리는 '교훈'으로 이미 배웠지만 실천하는 것은 참 어렵다.

그렇기에 상담을 하고 책을 읽는 것이리라.

때때로 내 앞의 문제에 돌이켜 생각하기 힘들때 한 번씩 열어볼것 같다.

그렇게 천천히 음미하기 좋은 책, 덕분에 다시 한 번 행복을 생각해보게 된다.

 

때때로 엄마는 그런 말씀을 하셨다.

'너희를 낳고 병원에서 제일먼저 확인했던게 손가락수 발가락수였다..

미숙아로 태어난 남동생이 말하는게 느릴 때도 걱정스러웠다.

내가 걸음이 느렸을 때도 혹시나 전전긍긍되었다.'

아직 부모가 되지않는 나는 그랬어요? 하며 그냥 지나쳤지만 부모의 마음은 사사로운 것에도 마음이 쓰이는 법이라 하셨다.

 

문어별 아이 료마의 시간은 자폐증을 앓는 료마와 그 시간을 지켜보고 도와주며 더불어 자라가는 아빠의 일기 에세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 3살까지 조금은 느린 아이라고만 생각하며 살던 아빠는, 병원에서 료마가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이혼을 하며 료마와의 시간을 산다.

사실 우리는 모성애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접하고 살아왔고 부성애에 대한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화 될 만큼 주변에서 잘 보이지않는다. 아버지라는 자리는 가정을 이끌어가고 생계를 책임지는 역할이기에 사랑과 관심으로 아이를 돌보고 육아하는 것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다들 그럴수밖에없지, 하며 지나친다.

그렇기에 료마 아빠의 선택은 더욱 대단했다. '보통'아이가 아닌 좀 더 '특별'한 아이를 아버지라는 위치로 잘 키워갈 수 있을까- 사실 책을 읽기전엔 조금 염려스럽기도 했고, 온통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하지만 료마의 아빠, 저자는 그 과정을 하나하나 기록하면서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그 아이는 당신에게 선물이었고 그 아이로 인해 자신의 존재가 더욱 확고해졌다고 말이다.

비장애인인 우리는 장애의 고통을 과대해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새삼느꼈다.

우리와 조금 '다른' 사람들일 뿐이고 조금 '불편' 한 것이지, 그것이 '고통'이나 '불행'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며 지난 날의 편협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조금 불편한 순간에는 도우는 손길이 있으면 되는 것이고, 조금 다른 순간에는 다름을 인정하는 눈길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아마 료마는 저자에게 독자에게, 그런 단순한 이야기를 알려주기 위해 지구별에 여행온 것은 아닐까? 싶었다.

 

우리와 틀린 것은 없다. 다만 조금 다른 아이일 뿐이다.

그럼에도 아빠의 사람과 기다림끝에 료마는 조금씩 성장한다.

물론 그 과정에는 선생님과 조부모님들뿐 아니라 여러많은 조력자들이 있다.

세상은 그렇게 다름과 함께 어울려가는 곳이다.

아빠에게 '바이바이'할 수있던 순간에 벅차오름을 잊지말고 그 다름의 옆에서 나도 도움이 되는 손이 되고싶다.

 

 

'바람,여자,돌' 세가지가 많다고 해서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는 수려한 자연과 더불어

많은 여행자들에게 환영받는 여행지 중 한 곳이다,

한 번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다녀온 사람은 없다는 제주에 반한 저자가 첫 딸 뽀뇨, 해솔이의 4년간 제주에서 성장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냈다.

이름하야,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사실 나는 미혼에 아이도 없고, 제주에서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끔, 자동차와 빌딩이 즐비한 도시에서 벗어서 자연이 풍부한 시골에서 산다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하곤했다.

물론 제주는 우리나라 관광지답게 무작정(?) 시골이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육지에서 떨어져있는 섬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로망의 땅일것이다.

그런 곳에서 아무런 연고없이 시작한 부부가 첫 아이 해솔이를 키워나가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단순히 육아기라기 보다는 한가족과 한사람의 성장기를 읽은 느낌이었다.

월 200만원이라는 수입만 있다면 따라나설 수 있다는 저자분의 아내를 보면서 나는 과연 저렇게 전반적으로 지지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아쉬운 것은, 교육지침서나 육아지침서의 성격은 아닌지라,

아이와 함께 귀농을 꿈꾸는 독자라면 참고할 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또, 저자는 귀농이 목적으로 찾아간 제주가 아니였기에 정착하는 일부분은 차이가 있을것 같다.

 

또 단순한 육아 에세이라고 보기엔 전문성에서 아쉬울 것 같지만 제주도 정착한 정착인으로서의 시선으로 소개해주는 제주는 더욱 아름다워보였다.

당장에 날아가 뽀뇨의 시선이 가닿은 곳으로 찾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자란 뽀뇨는 아빠의 바람대로 분명 행복한 아이로 자라날 것 같다.

 

책에서 소개해주는 여행코스는 단순 가족이나 아이동반여행이 아니어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아직 제주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조만간 제주를 방문하게 된다면 나 역시 사랑에 빠질 것 같다.

그 푸르름과 풍요로움에 감사하며 행복할 수 있는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이뿐아니라 부모도 너른 바다처럼 깊어지는 것은 아닐까싶다.

 

우리가 삶면서 각자가 추구하는 삶은 다를 것이지만 모두가 행복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은 확실하다. 창 밖에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키 큰 나무를 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는 삶의 신념이 있다면 행복으로 향하는 길은 잃지않으리라 생각한다.

모두가 걷는 길과 다른 길을 선택하기 전에는 무섭지만 막상 선택해서 걷다보면 별것 아니라는 저자의 말처럼 두려움에 내 열정과 행복을 놓치지않는 삶을 살고 싶다.

제주에서 커가는 뽀뇨의 이야기에 많은 힐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