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질서...돈에 대해서... 이런 말을 종종 듣게 된다... 돈이라는 종교...

...'종교'란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규범과 가치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기준이 있다. 첫째, 종교는 인간의 변덕이나 계약의 산물이 아닌 초인적 질서가 있다고 여긴다. 둘째, 이런 초인적 질서를 기반으로, 종교는 스스로 구속력이 있다고 여기는 규범과 가치를 설정한다...

...왜 우리는 겨우 색칠한 종이 몇 장의 받자고 기꺼이 햄버거를 뒤집고, 보험을 팔고, 못된 아이 세 명을 봐주는가? 사람들이 기꺼이 그런 일을 하려 드는 것은 자신들의 집단적 상상의 산물을 믿기 때문이다...화폐란 인간이 고안한 것 중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상호신뢰 시스템이다...화폐의 역사에서 진정한 돌파구가 생긴 것은 그 자체로는 내재적 가치가 없는 돈, 그렇지만 저장과 운반이 쉬운 돈을 사람들이 신뢰하게 되었을 때다...서로의 신앙에 동의할 수 없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은 돈에 대한 믿음에는 동의할 수 있다...돈은 언어나 국법, 문화코드, 종교 신앙, 사회적 관습보다 더욱 마음이 열려있다. 인간이 창조한 신뢰 시스템 중 유일하게 거의 모든 문화적 간극을 메울 수 있다. 종교나 사회적 성별, 인종, 연령, 성적 지향을 근거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유일한 신뢰 시스템이기도 하다...

1부 작가, 2부 칼잡이들의 이야기. 1부 작가 중 <전체와 무(無)>...그의 안에는 아무도 없다. 처음에 그는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헛된 희망을 한 친구에게 말했을 때 그가 보여준 놀라워하는 기색은...같은 종족에 속하는 한 개인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늘 절감하도록 만들어주었다...자신의 그러한 결점을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본적인 생태 속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그는 이미 거의 본능적으로 남들에게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서의 자신을 들킬까봐 자신을 또 다른 어떤 사람으로 위장하는 일에 능숙해져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미리 예정된 직업, 배우로서의 직업을 발견한다... 20년 동안 그는 줄기차게 그 의도적인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 그는 이제 누군가가 되어야 했다. 그는 성공을 거두었고, 대출과 민사소송 그리고 적은 액수의 고리대금업에 관계했던 은퇴한 흥행주였다...그가 죽기 직전 혹은 직후에 하느님께 이렇게 말했다고 적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헛되이 그토록 많은 사람이었던 저는 이제 한 사람, 즉 나 자신이 되고 싶습니다." 하느님의 음성이 그에게 대답했다. " 나의 셰익스피어여, 나 또한 나 자신이 아닌 걸. 나는 마치 네가 너의 작품을 꿈꾸었던 것처럼 세계를 꿈꾸었지. 그리고 내 꿈의 형상들 속에 마치 나처럼 수많은 존재이기도 하고 동시에 아무도 아닌 네가 존재하고 있는 거지"...

9개의 단편 중 5번째 단편 <냉혹한 살인자 빌 해리건>...애리조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곳의 지형...장려한 고원과 섬세한 빛깔들의 땅, 새들이 살을 뜯어먹고 버린 해골들의 흰 빛이 반짝거리는 땅... 또 다른 이미지는 빌리 더 키드(빌 해리건)의 이미지...잔등에 꼭 달라붙어 말을 달리던 사나이, 사막으로 하여금 기겁을 하도록 만들던 냉혹한 젊은 총잡이...지상의 법정에서 21명의 죽음에 대한 죄과를 남기고-멕시코인들은 빼고-죽었을 때 그는 21세의 아직 애띤 소년이었다...19세기 중후반, 미국 사회 전체가 서부를 향한 유혹의 열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서부가 부르고 있었다...사막에 있는 한 위험한 선술집...하루의 노동에 지친 건장의 체구의 사막의 사내들... 아주 거대한 체구의 멕시코 남자의 등장에 찾아온 완벽한 침묵...침입자에게 총을 발사하는 14살이 빌...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이 그를 실망시키지 않고 있는 한 그는 국경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였다...빌이 단 하나밖에 없는 도로를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을 때, 현관의 흔들의자에 앉아있던 보안관이 그의 복부를 향해 총 한 발을 발사한다...공포와 조롱의 대상이 되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그를 전시, 사람들의 관람 그리고 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