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컨대 프레이져는 본서에서 고대 이탈리아의 황금가지 전설에 대한 기존의 해석을 확대 발전시켜,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례들을 구사하면서 주술의 원리, 왕권의 기원과 발전, 터부의 문제, 왕 살해의 의미, 농경의례, 속죄양의 문제 등 실로 방대한 영역에 걸친 주제들을 독특한 심리적 연상기법에 의해 상호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가 [황금가지]를 집필한 동기는 신성한 네미 숲의 사제직이 전임자를 살해함으로써 계승된다는 기묘한 설화적 규정을 해명하는데 있었고, 이를 위해 세계 각지의 유사한 사례들을 방대하게 수집하여 전술하면서 일곱 장면으로 나누어 분석한 것이다.

...[황금가지]에서 프레이져가 전제로 깔고 있는 방법론과 관점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프레이저에 의하면, 인간정신은 본질적으로 유사하며 따라서 여러 문화권의 유사한 사례들을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프레이저는 당대의 생물진화론(다윈) 및 사회진화론(스펜서)에 입각하여, 모든 사회는 동일한 발전 단계를 거치며 그 발전 방향은 필연적으로 진보와 개선의 방향성을 가진다고 보았다. 그의 주술->종교->과학 이라는 진화론적 도식은 바로 이런 전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옛날에 이 아름다운 숲은 불가사의한 비극이 되풀이되던 무대였다. 호수의 북쪽에는 오늘날까지도 네미의 마을이 남아 있는데, 깍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 오른쪽에 '숲의 디아나'라 부르는 거룩한 숲과 성소가 있다. 이 숲과 호수는 아리키아의 숲과 호수로도 알려져 있다...이 성스러운 숲에 한 그루의 나무가 있는데, 그 주의를 어떤 무시무시한 인물이 밤낮으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는 손에 칼을 든 채  언제 있을지 모를 적의 습격에 대비해 부단히 사방을 경계했다. 그는 바로 사제인 동시에 살인자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누군가가 그를 죽이고 대신 사제직을 탈취할 것이다. 그것이 이 성소의 규칙이기 때문이다. 즉 사제가 되고자 하는 후보자는 누구든  기존 사제를 살해해야만 한다. 그리하여 사제가 된 다음에는 자기보다 더 강하고 교활한 자에 의해 살해당하기 전까지 사제직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위험하고 불확실한 임기를 통해 그는 왕으로 칭해진다.

...이 책의 일차적 목적은 아리키아의 디아나(로마 종교에 등장하는 들짐승과 사냥의 여신) 여신을 모시는 사제직의 계승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규칙을 설명하려는 데에 있다...일정한 임기 후라던가 혹은 건강이나 힘이 쇠퇴했을 때 왕을 살해하는 관습이 다른 곳에서도 널리 성행했음을 보여주는 풍부한 예증들을 이 책의 중간중간에 많이 삽입하였다...유사한 사례를 고려하건대, 아리키아의 디아나 사제직과 관련된 계승 규칙을 아리키아에만 한정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다시 말해, 사제왕의 살해 규칙은 일반적인 관습이라 할 수 있다.

음...뭐라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을 때는 슬쩍 해설을...해설에 '불가능한 사랑의 그림자'라고 덧붙여져 있다.

...바디우의 말을 덧붙여두자. '1)사랑은 융합적인 것이라는 관념에 대한 거부. 사랑은 구조 속에서 주어진 것으로 갖게 되는 둘이 황홀한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황홀한 하나란 단지 다수를 제거함으로써 둘 너머에 설정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렵다.
...2)사랑은 희생적이라는 관념에 대한 거부. 사랑은 동일자를 타자의 제단에 올려놓는 것이 아니다...오히려 사랑은, 둘이 있다는 후사건적인 조건 아래 이루어지는, 세계의 경험 또는 상황의 경험이다...아 이건 조금..

...3)사랑은 '상부 구조적' 또는 환상적인 것이라는 관념에 대한 거부...사랑은 관계가 아니다. 사랑은 진리의 생산이다. 바디우는 사랑이 '둘에 관한 진리'라고 선언한다. 사랑은 절대적인 둘에 대한 경험이다.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차이에 대한 수긍이다. 절대적으로 다른 둘을 하나로 세기. 그 둘을 '우리'라는 집합명사로 세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가 다른 하나를 융합하거나 지우는 것이 아닌 방식으로...사랑이란 그 자체로서의 둘의 '접근'이다...사랑은 그 '다름'의 자기 전개다. 다름이 내부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 것, 그 다름이 알려지지 않은 지평을 자기 안에 포함하는 것, 그 공백을 사건으로 선언하는 것...

사랑을 가능하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