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중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개별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많은 사람들이 다소 의식적으로 '이방인은 모두 적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확신은 대개 잠복성 전염병처럼 영혼의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우연적이고 단편적인 행동으로만 나타날 뿐이며 사고체계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발생하면, 그 암묵적인 도그마가 삼단논법의 대전제가 되면, 그 논리적 결말로 소용소가 도출된다. 수용소는 엄밀한 사유를 거쳐 논리적 결론에 도달하게 된, 이 세상에 대한 인식의 산물이다. 이 인식이 존재하는 한 그 결과들은 우리를 위협한다. 죽음의 수용서에 관한 이야기는 모든 이들에게 불길한 경종으로 이해되어야만 할 것이다...

...

따스한 집에서

안락한 삶을 누리는 당신,

집으로 돌아오면

따뜻한 음식과 다정한 얼굴을 만나는 당신,

   생각해 보라 이것이 인간인지.

   진흙탕 속에서 고되게 노동하며

   평화를 알지 못하고

   빵 반쪽을 위해 싸우고

   예, 아니오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죽어가는 이가.

...

거울나라의 앨리스에는 체스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해리포터를 볼 때도 느꼈지만 다른 문화권의 책이나 영화에서 체스 두는 장면, 체스 경기를 하고. 이겨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모험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음~ 이겼나 보군...이라며 넘기곤 했다. 그게 책이든 영화든 읽고 보는 재미를 떨어뜨리게 만들었던 것 같다. 너는 체스를 두는구나. 이겼구나. 그래서 어쨌든 이야기가 다음으로 넘어갔구나, 응...그래서~...전혀 긴장감도 느낄 수 없고 뭐랄까 따라갈 수 없다는 느낌에 재미가 없달까...그렇다면 체스를 배우면 될 것 아닌가...그런데 배우고 싶은 흥미는 일지 않는달까...그럼에도 여기저기 인용이 많이 되니까, 내용이라도 알지 않으면 다른 책에서 말하는 내용을 따라갈 수 없으니까 읽게 되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이 어린이를 위해 쓰여졌다고 하는 책일 때에는 이상하게도 더 힘이 빠진다.

...실제로 어린이 호송 작전을 통해 구조된 많은 아이들이 영국인 가정에 입양되거나 보호시설 등에서 열악한 생활을 유지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아우스터리츠의 이야기는 허구가 아니라 역사적 실제였음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집단의 기억으로 확대되고, 역으로 집단의 기억은 개인적 기억 작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정체성을 상실한 한 개인에 관한 기록인 동시에 그가 살았던 시대에 대한 기억을 추적하는 것이며, 사라져 버린 흔적들, 지워진 역사를 되찾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렇게 본다면 제발트의 기억 방식은 기술적 정보처리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오늘날의 기억술에 완강히 저항한다. 그의 기억은 오히려 구전과 구술에 근거한 구어적 기억, 공간 이미지와 공간의 궤적을 통한 수사학적 기억, 답사와 탐사, 문헌을 통한 고고학적 기억에 근거하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기억은 한 개인의 체험일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집단과 민족, 인류의 문화적, 역사적 전수와 관련된다...

라는 해설이 붙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