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책을 고를 때 주로 제목과 간단한 소개글 및 목차를 본다. 그러나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아이를 읽는다는 것>(한미화, 어크로스)에서 소개한 글 때문이다. 사춘기 아들을 키우고 있어서인지 서평집들 중에서 유독 마음에 들었는데, 소개하는 책들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보게 한다는 점에서 다른 책들과 구별된다. 독서평론가이자 엄마로서 아이의 마음을 더 세심히 들여다보게 하는 글들이 인상적이다. 부드럽게 나의 잘못을 이야기해주고, 잊고 있던 아이의 마음을 상기시켜 준다. 품 넓은 큰언니 같은 조언들이 위로를 주기도 하고 때론 뼈에 사무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서평을 보고 고른 동화책이라 하겠다.

 

이 책은 작가 유은실이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에 반해 그녀의 작품을 소재로 쓴 동화이자 동화작가로 시작할 수 있게 해 준 작품이다. 헌사와도 같은 이 책의 사연도 특별하거니와 절묘하게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 린드그렌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좋다.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것이다. <펠레의 가출>이라는 단편을 읽은 주인공 ‘비읍이’가 살짝 가출을 감행할 때 중고책방 ‘그러게 언니’(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그러게 하고 추임새를 넣으며 들어주어 얻은 별명)에게 질문을 받는다. “린드그렌 선생님이 왜 가출 얘기를 썼을까? 가출을 하라고 썼을까, 아니면 가출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려고 썼을까?”비읍이의 대답에서 책을 읽는 이유 하나를 알게 된다.

 

“린드그렌 선생님은,

가출하는 애들 얘기를 재미있게 읽고,

가출하고 싶으면 머릿속으로 가출하는 상상을 실컷 해서,

‘왼쪽 가슴 아래쪽이 무엇에 세게 부딪힌 것처럼 아픈 것’을 낫게 한 다음에,

진짜 가출은 하지 말고,

자기 잠옷 입고 자기 침대에서 양말 벗고 자라고 쓰신 것이다.”(106~107쪽)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며 대리만족을 한다는 표현이 이처럼 와닿은 문장도 없다. 치유받고 씩씩해진 아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더러운 진흙에 뒹굴다 가출한 꼬마돼지(<꼬마돼지>, 아놀드 로벨, 비룡소)를 통해 늘 씻으라는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혼내는 엄마에게 “잡아먹어버릴거라”고 소리치는 맥스를 보며(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샌닥, 시공주니어) 순간 엄마가 미웠던 마음도 대신해 본다. 책은 그렇게 아이의 억눌린 마음을 치유한다.

 

그밖에도 책을 통해 우리 아이와 나를 돌아보는 순간들이 있다. “나는 그냥 얘기를 한 건데 엄마는 그걸 말대꾸라고 생각한다.”(28쪽) 셋째 아들의 생각을 그대로 옮긴 것 같다. 한 마디도 안 진다고 늘 타박받는 아들. 말대꾸하는 모습으로 보았는데 비읍이가 이야기한다. 그건 그냥 얘기하는 거라고. 그럼 나는 이리 말할 거다. 그게 말대꾸라고..(푸하하~)

“엄마랑 살지 않는 지혜가 슬플까 봐 엄마 얘기는 되도록 안 한다. 다른 애들은 지혜 앞에서 엄마 아빠 자랑을 막 한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예의가 쓸 만큼은 있다.”(29쪽). 예의 없는 어른이 얼마나 많은지, 혹 나는 그러고 있지 않은지 반성한다.

 

동화를 읽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알지 못했던 내 아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어른들도 동화책을 읽어야 한다. 이것이 엄마 독서평론가 한미화의 주장이다. 이 책을 소개하며 끝맺는 글이 마음을 찌른다. “내 마음속의 어린아이만 만나지 말고 아직 어렸던 내 아이의 마음까지 만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어쩌겠나, 삶은 이렇게 수업료를 요구하는 것을.”(<아이를 읽는다는 것을>, 171쪽).

아이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그 수업료가 어찌 이리 매서운지.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아직 어렸던 내 아이의 마음을 미처 알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다.

 

 

 

 

 

유난히 총명한 아이가 있었다. 의욕도 있어 게으르지 않고,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야망과 인내심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며 상급학교에서 배울 것들을 선행하는 아이. 아들이 대학공부를 마치고 관료가 되는 것이 최대의 야심인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에게 그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스는 특별한 존재, 재능있는 아이였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아이가 총명하여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고 신분상승을 가져다줄 골든 티켓처럼 공부란 그런 수단이 되어도 된다고 믿었다. 아이의 성과에 자신의 공적이 있음을 자랑하고 싶은 젊은 목사, 가문의 영광이 될 기숙학교에 당당히 차석으로 입학한 아들이 대견했을 아버지, 온 마을의 기대가 한스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었을지. 떨어져도 또 다른 삶이 있다는 말 따위는 한스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그 스트레스를 괜한 나무에게 풀었음을, 자꾸만 두통에 힘들었음을 그냥 간과했다. 아이가 원했으므로. 아이가 원하도록 어른들이 자꾸 주입했으므로.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자서전적 소설이다. 수도원 학교를 중퇴하고, 시계공장에서 실습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성을 상실한 교육을 비판한다. 학생들이 어린 시절 누려야 할 것들을 반납하고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리게 하는 어른들의 잘못을 지적한다. 또한 이 책이 발간된 20세기 초 저자는 정육점 주인이나 피혁공, 빵집 주인, 대장간 주인 등 노동자들을 다소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21세기인 오늘날에도 블루칼라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직업관의 변화가 여전히 필요한 듯 보인다. 아울러 기계 견습공으로 일하지만 “주 시험에 합격한 대장장이”라거나 “뒤늦게 하찮은 견습공”이 되었다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낙심하여 죽음에 이르는 주인공의 행동에 그 모멸감을 이겨낼 마음의 힘을 필요함이 느낀다.

 

한 젊은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 음악에 재능도 있었고 열정도 있었다. 노력도 많았지만 우울의 늪을 이기지 못하고 차마 지친 모습으로 떠난 그 청년을 보며 한스가 떠올랐다. 한스처럼 자신의 추락으로 수치심을 느끼진 않았겠지만 성공을 위해 뛰느라 마음이 망가지고 치유할 때를 놓친 모습을 보며, 지치면 쉬어도 좋다고, 계속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고, 남보다 앞서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쉴 수 있는 시간을, 좀더 자신을 돌아보고 행복할 시간을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남보다 앞서고 싶은 이 땅의 한스와 부추기고 조종하는 어른들에게 경쟁보다 더불어 사는 삶을 권하고 싶다. 어느 정도의 경쟁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지치지 않도록, “나는 내가 너무 좋다”고 자신을 두 팔로 꼭 안아주던 <짜장면 불어요>의 주인공 기삼이처럼 직업의 귀천보다 인간됨을 소중하게 여기기를, 어떤 삶이든 존중받을 수 있는 인간됨을 먼저 가꿀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이 땅의 한스들이 좀더 행복하기를.

 

 

 

 

 

 

   “그래서 뭐 써?”

   초등학생이 된 아들의 첫 독서록. <개구리가 알을 낳았어>를 읽고 어떻게 쓰면 되냐고 묻는다. 개구리 알이 올챙이가 되고 개구리로 자라기까지의 과정을 묻고 답하고 나서 그렇게 말한 대로 써보라고 일렀다. 아들이 뚱한 표정으로 어떻게 쓰냐고 다시 묻는다. 방금 네가 말한 대로 쓰면 되잖냐는 높아진 목소리에 눈물까지 보이는 아들. 결국 “쓰지 마!” 그 한 마디로 아들은 3학년이 될 때까지 집에서 독서록을 쓰지 않았다.

   1학년은 “글쓰기의 첫인상이 결정되는 시기”이고 “서툰 것이 당연한 나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처음 글쓰기를 경험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동기부여는 칭찬과 격려이니 폭풍칭찬을 해야 한다는 구절에 뜨끔했다. 그때 이 중요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말한 대로 쓰면 되는데 왜 쓰지 못하냐며 답답해하지 않았을 것이고 아들의 글쓰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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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의 글쓰기에 관한 실제적인 지침들을 소개한다. 글쓰기에 관한 오해들부터 글쓰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들, 글쓰기 단계 및 각 학년마다 적용해 볼만한 특징이나 기준을 알려준다. 아이의 수준을 고려하고 먼저 아이를 봐야 한다며 글쓰기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임을 강조한다. 천천히 즐거운 글쓰기가 되도록 적기 글쓰기를 하라고 조언하는데, 적기 글쓰기를 위해 먼저 글쓰기 발달 단계를 알아야 한다. 즉 떠오르는 대로 자유롭게 쓰는 초기 글쓰기 단계부터,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나열하는 과도기 단계, 읽는 이를 고려해 쓰는 단계와 주제에 맞게 글을 쓰는 단계다.  

   또한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하는 1학년부터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6학년까지 각 학년별 특징과 지도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하고 싶은 말을 반복해서 나열하는 1학년은 정확한 표현보다 마음껏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도와야 하며 칭찬으로 즐거운 글쓰기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 1학년이던 딸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칭찬을 했나 반성하는 대목이었다.

   이 책에는 글감을 찾는 것부터 회상하고 생각하는 것, 얼개를 짜는 것, 질문과 첨삭 등 글쓰기 노하우는 물론 사춘기 아이들의 복잡한 마음을 달래줄 마음일기를 권하거나 아이의 현재 모습만 지적하지 말고 긍정적인 미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라는 등의 양육 지침들을 만날 수 있다. 단순한 글쓰기 기술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보고 공감하고 바르게 교육하는 지혜들을 배울 수 있다. 그것이 저자인 장서영 선생님 강의의 장점이자 책을 권하는 또 다른 이유다. 더욱이 이 책은 아이들이 직접 쓴 예문을 통해 쉽게 이해되고 잘 읽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글쓰기가 중요한 시대다. 중학교 공개수업에서 서평쓰기로 수행평가를 보는 것을 경험했고, 논술문 작성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자기소개서는 물론 성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글쓰기는 독서만큼 중요하다. 즐거움을 위한 독서가 있다면 글쓰기는 표현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고  마음 치유는 물론 생각하는 훈련까지 가능한 멋진 작업이다. 생각을 쓰는 글쓰기는 훈련이 필요한 영역이다. 고된 훈련을 홀로 견디는 아이는 드물다. 글쓰기가 고역이 되지 않고 즐거운 활동이 될 수 있도록 필요적절한 도움을 주고 칭찬하고 격려해야 한다.

   “네 생각을 써야지.” 저학년 아이들은 생각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책을 보며 배운다. 이제 막 글쓰기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아무 도움없이 생각과 느낌을 쓰라는 것은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뛰기를 강요하는 것과 같다. “독서록, 그것도 못써?” 아이들을 다그치기 전에 나 먼저 써볼 일이다. 독서록 쓰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알 것이다. 일기쓰기를 강요하기 전에 엄마부터 일기를 써야 한다. 배움이란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전해지는 까닭이다. 오늘 아이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연필을 들고 글쓰기를 시작해 봐야겠다.

 

 

아이들 발달특성과 교과목표에 맞춤한 최적의 글쓰기법

 

1학년 - 자기 중심적인 아이들, 표현하는 재미를 선사하라_일기 정복

2학년 _ 호기심은 키워주고 아는 것은 다져 줘라_생활문 정복

3학년 - 읽기쓰기의 과도기, 다양한 활동으로 지루하지 않게_독서감상문 정복

4학년 - 생각이 빠진 글쓰기를 조심하라 _시 정복

5학년 - 객관적인 시각과 논리적인 사고를 연습하라_설명문 정복

6학년 - 확장 중인 두뇌를 효과적으로 자극하라_논설문, 자기소개서 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