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1월 15일, OB베어스가 탄생한 날이다.

친구들이 삼성을 너무 열렬히 응원했으므로 나는 상대팀 OB 베어스를 응원했다. 그해 베어스는 우승했다.

내가 응원한 팀이 우승을 하다니!

그때부터 OB 베어스, 두산 베어스는 내가 응원하는 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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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년 팬이지만 나는 두산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4번 타자 이름도 모르겠고, 감독님 이름도 생각났다 말았다. 그냥 나는 두산 베어스가 좋다. 남편과 아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선수 이름도 잘 모른다면서.

그게 알고 나면 다른 팀에 가버려서.. 궁색한 변명을 한다. 그래도 뭐 어떠냐? 그냥 두산 베어스가 좋은 것을.

박철순이라는 불굴의 의지를 가졌던 투수만 기억난다.

그리고 선수를 좋아하지만 두산 선수일 때뿐이다.

한 때 운동장에서 "두산의 이종욱, 이종욱, 날려버려!" 목이 터져라 응원했고,

김현수, 니퍼트도 우리 선수라며 좋아했지만, 지금은 그냥 상대팀, 지난 선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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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남궁민이 주연한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재미나게 봤다. 야구가 더 좋아졌다. 시즌에 야구 경기만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 덕분에 시즌 이후의 이야기도 흥미로워졌다.

자, 스토브리그까지는 몰라도 두산 팬이라면 구단을 좀 공부해 봐야겠지?

이름하여 <2020 두산베어스 뎁스차트(DEPTH CHART)>(나유리, 브레인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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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의 역사와 레전드, 잠실야구장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지난 해 돌아보기(Review)와 올해 미리보기(Preview).

그리고 선수들의 이모저모그모를 살펴보았다. 어떤 운동을 했고 좋아하는지,

선수의 인스타그램과 작가와 나눈 카카오톡, 어떤 팀에 강하고 약한지, 성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정말이지 깊게도 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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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산 팬이다.

이 책은 팬이라면 갖고 있어야 할 물품이 아닌가.

SK팬인 아들이 자기 팀 책도 사달라는데.. 나오겠지?

두산 팬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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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지를 그려낼 힘이 부족해서라고 핑계를 댄다. 장편은 지루하다. 그런데 오늘 읽은 조해진의 장편소설 <단순한 진심>(민음사)은 읽고 싶어 안달낸 책이다. 할 일을 미루지 못해 시간이 없을 때는 읽고 싶어 뱃속이 간질간질했다. 그녀의 소설은 때론 시 같기도 하다. 어제 읽고 미처 기록하지 못한 문장을 찾아 하루치를 다시 되짚어 읽었다.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았다. "나는 걸음을 멈춘 채 세월이 손 때나 스크래치의 형태로 퇴적된 장롱과 화장대와 냉장고를 하염없이 건너다 보았다."(100쪽) 이 문장을 찾아 하루를 허비했다. 그녀는 시를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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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에서 기관사에게 발견되어 1년 정도 그의 집에서 지낸 후 프랑스로 입양된 문주(프랑스 이름 나나)는 독립영화 출연 제의을 받고 한국에 온다. 영화를 찍는 이들과 함께 자신의 과거를 찾고, 또 그녀가 무심코 만나게 되는 이들과 그들의 삶에서 감동을 전해주는 소설이다. 따뜻한 호의와, 생명, 용기, 그리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인생, 진심을 나누는 때, 행복을 경험하게 한다. 씩씩한 주인공들이 좋고, 따뜻한 이들의 마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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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위해 조해진 작가가 만난 사람들과 자료들, 그리고 소설 속 인물들 간의 만남들을 보며 우리의 삶은 만남으로 이뤄져 간다는 것을 느낀다. 스쳐가는 만남 속에 눈여겨 본 작은 호의가 얼마나 큰 일을 이뤄내는지, 생명이라는 우주가 펼쳐지게 하는 힘을 주는지, 그리고 그 생명을 지키고 나의 우주를 지켜갈 책임이 내게 있음을 상기시킨다. 스쳐가는 잠깐의 만남도 환대하며 보낼 수 있기를. 그렇게 하지 못한 작은 만남에 늦은 후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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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에 할머니가 된 작가가 손주가 커가는 것을 보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 그리고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본인의 어린시절과, 손주에 대한 지극한 사랑, 노년 육아의 즐거움과 힘겨움, 아직은 육아에 힘쓰고 있는 엄마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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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 비유되는 우리 인생. 연습도 리허설도 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내야 한다. 저자는 현재의 삶을 "인생 3막"에 비유했다. 저자의 1, 2막이 어땠을지 자세히는 모르나 현재의 삶에 만족과 평온과 감사가 엿보인다. 어린시절의 결핍을 상쇄하고자 노력하며 애써온 삶, '홀어머니 외아들'의 아내가 되어 겪었을 일들을 짐작하면 얼마나 애쓰고 힘썼을지..., 현재의 삶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실수도 있었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열심히 살아온 날들. 노력하게 했고 돌아보게 했고 현재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며 작가로서의 자신을 놓지 않고 인생을 채색하고 있는 저자에게 존경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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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사랑이 당연한 것 아닌가 싶지만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쉬운 일은 아니다. 각자의 사정과 상황으로 그 사랑을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고 손주보다 자식사랑이 앞서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손주가 태어났을 때 "내 삶의 모든 것이 채워진 느낌"(134쪽)이라는 표현에서 그 사랑의 깊이를 본다. 손주와 나누는 대화와 이야기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은 순수한 사랑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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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에게 느껴지는 그 저자의 사랑에서, 나의 아들을 바라보며 웃음이 떠나지 않던 친정 엄마의 미소가 떠오른다. 세상 행복하고 따뜻함이 넘쳐나던 그 웃음. 사랑은 흘러흘러 내 아들의 아들과 딸들을 바라보게 될 미래의 나의 얼굴과 가슴에도 순수한 사랑이 피어오르게 될까. 그때까지 건강하고 재정도 잘 관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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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이 넘어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늦지 않았다. 열정과 건강만 있다면."(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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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외모나 활동하는 모습으로나 노년이라 부르기 힘들지만, 노년의 삶이 활기차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저자는 열정과 건강이라 말한다), 인생3막을 준비하는 심정으로 짚어가며 읽어갈 수 있겠다. 어디 손주가 이쁘지 않고, 자식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싶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노년의 삶에 활력을 주기도 하고, 힘겨운 일이 되기도 하는 노년 육아. 그 중심에 자식사랑, 손주 사랑으로 모든 문제를 덮지 않도록 조심스레 대안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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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3부에서 작가가 손주와 했던 여러 활동들을 보며 나의 모교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작가님 말씀처럼, 이미 부쩍 커버린 아이들의 등을 보며 자식들은 부모를 기다리지 않음에 잠시 한탄한다. 자식의 시간은 부모의 시간을 먹으며 자란다고 하지 않은가. 책을 읽는 동안 부모로 놓치고 있는 자식 사랑을 보고 배우는 시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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