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아. 아주 많은 걸 기억하고 있어서 외롭지 않을 거다.
페이지 : 173쪽

하도 유명해서 읽고 싶었다. 읽는다 읽는다 해놓고 이제 읽었다. 제목에서 이미 암탉의 고난과 시련의 삶이 읽힌다. 그러면서 자유와 책임을 경험할 암탉의 삶이 궁금해진다.

작가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암탉의 삶을 그려내고 있었다. 여기에는 족제비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시종일관 읽으면서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잎싹’의 행동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배고픈 악역의 존재 때문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읽는 사람마다 ’잎싹’의 삶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도 이 족제비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족제비 때문에 심하게 긴장한 독자라면, 마당을 나오지 않는 닭장 속 삶을 동경하게 될 것이다. 운명으로 받아들인다면 안전하게 살 수 있을테니까. 반면 족제비의 존재가 덜 두려운 용감한 독자라면, ’잎싹’의 삶은 동경할만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자유에 대한 열망은 그 어떤 두려움도 이겨내게 할테니까. 마지막 ’잎싹’의 죽음은 그런 의미에서 읽는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갖게 할 것이다.

	아, 미처 몰랐어! 날고 싶은 것, 그건 또 다른 소망이었구나. 소망보다 더 간절하게 몸이 원하는 거였어.
페이지 : 189쪽.

개인적으로는 그림이 마음에 든다. 색감과 선에서 시골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림의 구도와 배치가 ’잎싹’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도시에만 살던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에 충분해 보인다.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온다던데, 서정적인 감동을 전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원작을 살리겠다고 영화가 잔잔해지면 흥행은...... 

요즘 존S.밀의 자유론을 읽고 있다, ’잎싹’의 삶이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어른들도 읽어서 의미를 찾게 하는 작가의 역량에 감탄해본다. 책 뒤에 아동문학 평론가 김서정씨의 글을 읽으며 평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요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평론가를 만나는 것도 행운인 것 같다.



마당, 암탉, 황선미, 김환영, 동화

	자! 이제 여기 네 이름을 쓰렴.
페이지 : 30쪽

참 따뜻한 그림책이다. 모든 것이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요즘 시대에 교육이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주는 그림 책. 아이들 보다는 어른들이 읽었을 때 효과 만점이겠다.

부정부패 내용이 끊이지 않는 요즘이다. 돈 아끼려고 부실공사 했다가 오히려 더 큰 돈을 날린 소식에 발끈해진다. 그 많은 돈 모두 세금으로 때운다. 피 같은 혈세다. 답답하고 화가 난다. 

자본의 논리는 적은 투자로 큰 이익을 보는 것이다. 부실공사로 인해서 적게 투자하고 큰 이익을 본 것은? 국가가 아닌 건설업체들이 될 것이다. 추가 공사로 이득을 보는 것은 건설업체들일 테니까.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동화책의 주인공은 그림을 잘 못 그린다. 만약 미술 선생님이 자본의 논리로 주인공을 교육시켰다면, 이 아이에게 다른 길을 권했을 것이다. 그림 못 그리는 아이 교육시키는 것보다 잘 그리는 아이 교육시키는 것이 적은 교육으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은 투자로 큰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 선생님은 아이를 멋지게(!) 이끌어 주신다. 

	와! 눈보라 속에 있는 북극곰을 그렸네.
페이지 : 7쪽

이 장면부터 울컥해진다. 이기적이어야 잘 산다는데, 교육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이 책은 점 하나로 보여준다. 교육은 자본의 논리로 풀어선 안된다는 것을 잊고 살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문득, 만화 그리기를 포기한 여고생이 생각났다. 그 아이가 이 책을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보냈다. 이 그림책을 읽고 용기를 내서 그림 그리기로 성공했으면 좋겠다. 교육부와 청와대, 서울시장님께 선물하고 싶구나.

	작은 칭찬 하나가 훌륭한 예술가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며, 우리의 꼬마 예술가들과 그들의 부모님, 선생님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페이지 : 2쪽.

점, 그림책, 미술, 피터레이놀즈, 교육

	21세기 자본주의 국가에서 살아가야 할 여러분들이라면, 자본과 경제의 근본적인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 <국부론>을 꼭 읽어봐야 할 거에요. <국부론>이라는 제목처럼 우리나라도 더욱 부강해지길 바라며 말이죠!
페이지 : 9쪽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고 인문고전들을 꼭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부분부분 조금씩 알고만 있던 것들을, 원문을 읽어서 이해를 하자고 다짐했다.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는 기분이 들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원서부터 읽다가는 제풀에 나자빠질 것이 뻔해서 시작은 쉽게 하기로 했다. 다행히 학교 도서관에는 만화로 된 인문고전 책들이 있었다. 나는 경제에 관심이 많아서 그중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부터 읽기로 했다. 자본주의의 시작이 어떻게 싹트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작년인가 독서평설에 국부론이 소개된 적 있었다. 그때 혼자 내린 결론은 이랬다. ’애덤 스미스의 이론은 제국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경제학이다. 따라서 힘 없는 국가들에게는 맞지 않다.’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화를 읽어보니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것 같다. 애덤 스미스는 의외로 중농주의를 지지하고 있었다니 말이다.

보이지 않는 손

유명한 말이다. 나는 그동안 ’보이지 않는 손’을  ’자유경제 체제에서 시장가격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합리적으로 맞춰진다’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개인의 이익이 사회의 이익이 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보이지 않는 손’이란다.

	스미스는 자유 경쟁이 ’자연 가격’이라는 바람직한 상태를 가져오고, 사회에 만족과 안정을 가져다 준다고 보았어. 그런데 자연 가격이 뭘까? 이것은 의도된 행동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동적으로 형성되는 가격을 의미해. 자유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면 사회가 풍요로워진다고 본 거야. (보이지 않는 손 invisible hand - 모든 이익과 손해는 자연적으로 조화를 이룬다는 사상.)
페이지 : 17~18쪽

	그러나 투자자들은 투자를 할 때 어떻게 하면 사회의 이익을 최대화할지를 생각하지는 않아. 그 사람들이 투자하는 목적은 자신이 얼마나 안전하게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가에 있지. 얼마나 사회에 공헌을 할 수 있는가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야. 그러나 이 경우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서 개인 투자자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거야.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자신이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노력한 경우보다 더 큰 사회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거지. 그럼 이 ’보이지 않는 손’은 도대체 뭘까? 스미스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려고 했어. 시계를 만든 것은 사람이지만 시계가 만들어지고 나면 일정 법칙에 따라 자동적으로 움직여. 물론 시계가 고장났을 때는 사람이 고쳐야 하고 시계의 태엽이 다하면 다시 감아주어야겠지.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시계는 스스로 시간의 진행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시계처럼 인간과 사회에도 하나님이 부여한 일정 법칙이 있다는 거야. 따라서 이 법칙에 따를 때 인간과 사회는 가장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다는 거지. 스미스는 인간의 이기심을 인간을 움직이는 법칙이라 보고 이것을 억압하여 사회나 국가가 더 나은 공적인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도리어 해가 된다고 보았던 거야.
페이지 : 139~141쪽

경제학자에게 이기심이란 중요한 요소인가 보다. 철학자에게 이기심이란 어떤 요소인지 궁금해진다.

	결국 스미스는 이러한 교환 성향이 이기심에 의해 촉진되고 이것이 분업을 일으킨다고 본 거야. 이기심이야말로 경제 활동의 원동력이란 거지.
페이지 : 16쪽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만화라고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그림에 상징과 비유가 있어서 그림을 해석하며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면 다 읽을 줄 알았는데 며칠 걸렸다. 한숨에 읽기 버거워 다른 책도 읽어가며 읽었다. 

중고생이 혼자 읽기에는 버거울 것 같기도 하다. 원전을 읽기 위한 워밍업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만화라고는 하지만,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내용을 좀 정리해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해하며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머릿속에 남지가 않는다. 만화의 맹점인 것 같다.

’만화 국부론 ->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 -> 국부론’ 

국부론 원전을 읽기 위한 내 전략이다. 만화로 워밍업을 하고, 친절한 설명이 있는 책으로 배경지식을 쌓은 뒤 원문에 접근하는 것이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다가가련다. 시간은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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