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인터넷으로 연재되었을 땐 좀비 영환줄 알고 봤더랬다. 그때가 한창 좀비 만화 붐이 일때였다. 케이블 애니에서는 일본판 좀비 학원 액션물도 나오고, 지금까지도 연재되는 한국 좀비 만화도 있는줄 안다. 

연재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좀비물이야? 그럼 좀 봐볼까?" 하며 봤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나는 액션, 서스팬스, 공포, 이런 걸 기대했었다. ’좀비!’ 하면 적어도 극적인 탈출이 연상되는 게 상식 아닐까?

그러나, 강풀이었다. 만화책이야 겉에 강풀의 네 번 째 순정만화라고 나왔지, 인터넷에서는 제목 하나였던 걸로 기억난다. 강풀은 좀비로 순정 만화를 그리고 있었다. 긴장하며 들여다 보다가 눈물 흘리며 봤었다.

공포와 순정이 만나니 참 묘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순정을 바치는 남자의 용기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오더라. 여자 주인공의 마음도, 심지어 좀비들의 마음도. 공포로 낚은 다음 순정으로 몰아치는, 작가의 기술을 배워야겠다.

떠들고 장난치던 중학생들. 말 안듣고 남만 탓하던 그 아이들. 생각 없이 얘기하고 좋다고 웃어대던 질풍노도의 청소년들. 좀비 만화는 그런 아이들이 매우 좋아하는 장르다. 잔인하고 피가 흐르는 엽기적이고 괴기스런 장르. 이런 걸 기대하고 읽었던 그 학생들이 끝까지 다 읽고 나면...... 말 수가 줄어들고, 조용해지고, 뭔가 성숙해 있는 것 같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고, 말도 조금씩 듣기 시작하는 것 같고 그렇다. 

학교 도서관에 추천한다. 중3 이상 학생들이 읽으면 철이 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좀비, 순정, 강풀, 당신, 순간, 만화

페이지를 넘기다가 나도 모르게 푸하하! 웃어버렸다. 계산을 이렇게 풀이할 수도 있다니! 아메리카를 발견한 콜럼버스의 기분이랄까? 신세계를 발견한 기분이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연실  웃음이 난다. 또 어떤 방법이 있다는 것이냐? 뇌가 짜릿짜릿 하면서도 신기하게 답이 나오는 문제풀이 방식에 터져나오는 감탄을 참을 수 없다. 신기하다. 내가 수학문제를 풀면서 웃고 있다니!

들어가는 말도 참 좋다.

	인도에서는 어려서부터 수학을 가까이 하고 좋아하며 부모들도 수학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고민한다. 학교 교육도 수학을 더욱 효율적이고 높은 수준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진도를 조정하고 교육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는 모두 수학이 가장 중요한 과목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을 잘함으로써, 화학, 물리, 생물 등 기초 과학의 개념을 잘 이해하는 기본이 되고, 또 절대로 화를 내지 않고 모든 문제를 말로써 풀어가야 한다는 사회의 기본 윤리에 어울리는 논리적인 사고를 갖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페이지 : 5쪽

집중력에도 좋단다. 안 반할 수가 없다.

	인도에서는 요가를 집중력을 높이는 데 사용하고 있다. 호흡과 스트레치를 조절해서 뇌에 효율적으로 산소를 보내고 들이쉬면서 머리와 몸을 활성화하는 요가와 명상으로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다. 집중력이 높아지면 두뇌가 활성화되어 두뇌가 좋아지며 심리적인 안정감과 지구력도 키워지게 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베다수학은 쉽고 간단하고 빠르게 문제가 풀려 집중력이 생기며 수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이고 그 다양한 방식으로 인해 창의력 또한 개발된다. 그래서 두뇌의 요가라 부른다. 베다수학을 단순히 수학 실력을 높이는 방법, 계산력을 높이는 방법이 아닌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베다수학을 어른들이 익히면 우뇌가 발전되고 기억력 감퇴, 건망증을 방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배우면 수에 대한 감각과 흥미를 느끼게 된다.
페이지 : 7쪽

이 책 얇지만 버릴게 없구나! 

수학이 날 기쁘게 만들 줄이야. 살다보니 별 일이다. 남녀노소 완전 강추!




인도, 수학, 베다, 두뇌, 달인

	나는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읽는다. 다시 말해 굉장히 천천히 읽는다. 나에게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저자와 함께15일 동안 집을 비우는 일이다. - 앙드레 지드
페이지 :  116쪽

그랬다. 빨리 읽는 것만이 만능은 아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꼭꼭씹고 사색하면서 읽는 맛도 좋은 것이다. 저자는 빨리 읽으려면 뭐하러 책을 읽느냐고 반문한다. 

	빨리 읽으려면 뭐하러 책 읽느냐는 것이 내 지론이다. 그리고 엄밀한 의미에서 빨리 읽는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빨리 하는 것은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빨리 보는 것은 책 읽는 행위와 전혀 다른 것이다.
페이지 : 120쪽

에밀 파게의 <독서술>에 나오는 대목도 소개해준다. 역시 천천히 읽기 예찬이다.

	세상에는 천천히 읽을 수 없는, 천천히 하는 독서를 견딜 수 없는 책이 있다는 것인가. 물론 그런 책이 있다. 그러나 그런 책은 바로, 결코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다. (중략) 천천히 읽는 것, 이것이 첫번째 원칙이며 모든 독서에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페이지 : 122쪽

’전작주의’라는 개념도 소개해준다. 조희봉의 <전작주의자의 꿈>이라는 책에 나온 말이라는데, 깊이 읽기 중에 책벌레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란다.

	전작주의란,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흐르는 흐름은 물론, 심지어 작가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징후적인 흐름까지 짚어내면서 총체적인 작품세계에 대한 통시/공시적 분석을 통해 그 작가와 그의 작품세계가 당대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찾아내고 그러한 작가의 세계를 자신의 세계로 온전히 받아들이고자 하는 일정한 시선’을 의미한다.
페이지 : 147쪽

 전문가 수준의 글 읽기다. 한 작가의 팬이라면 도전해볼만하겠다.

한편, 실용서, 소설, 인문서를 읽는 방법이 나온다. 다른 독서법 책들과 비교해볼만 하다. 
우선, 실용서를 읽는 법을 설명한다.

	실용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볼 필요는 없다. 더욱이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을 몇 권 읽었다면 새로운 것만 골라 읽으면 된다. 중복되는 게 많은 탓이다. 대체로 서문과 결론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안다.
페이지 : 143~144쪽.

소설은 감정이입하면서 읽으란다.

	소설은 실용서처럼 읽어서는 안 된다. 꼼곰하게 감정이입하며 읽어야 한다. 각별히 문학은 이른바 전작주의 독서법을 권할 만하다. 한 작가의 작품을 다 읽어 보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작가의 독자적인 세계관과 오롯이 만날 수 있다.
페이지 : 144쪽

소설을 전작주의 독서법으로 읽으라는데 그렇게 되면 소설보다는 작가가 더 중요하게 보일 것 같다.

인문서는 같은 주제의 책을 비교하면 좋단다.

	인문서는 같은 주제를 다룬 서로 다른 경향의 책을 함께 읽어 보는 것이 좋다. 특정한 입장만 강조하는 책을 읽어서는 균형 잡힌 시선을 확보하기 힘든 까닭이다.
페이지 : 144쪽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나온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에서는 대한민국 학교 교육이 피지배층을 양성하는 교육 모델을 따르고 있다며 교육이 오히려 계층간의 격차를 벌린다고 비판하는데, <호모 부커스>에서는 학교 교육이 자본의 노예를 양성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나는 이즈음 자본의 책략이 다수의 사회구성원을 ’어린이-만들기’ 시스템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말장난을 하자면, 교육의 핵을 제거한 난자에 오로지 돈 되는 것뿐인 체세포를 융합해 학교라는 자궁에 이식, 자본이 필요로 하는 줄기세포만 선택적으로 양성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이다. 다 쓴 난자는 그 생명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내버려지듯 한 인간이 품고 있는 다른 가능성은 묵살되는 것이다.정리하자면, 당장 자본이 필요로 하는 분야는 어른으로 만들어 주지만(생산적 노동자 만들기), 나머지는 어린이로 만들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소비자 만들기). 예의도 없고 열망도 없고 교양도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랫동안 교육이 꿈꾸어 온 전인성은 다른 말로 하면, ’어른-만들기’였다. 여기에는 변화와 성장이 열쇳말이었다. 그렇다면, 그것을 가능케 하는 매체는 무엇이던가. 바로 책읽기였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은 읽기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되물어 보자. 책읽기가 들어설 수 없는 우리의 교육은 어린이-만들기라는 자본의 요구에 충실할 뿐이다.
페이지 : 98쪽

마지막으로, 러셀의 자서전 서문에 나오는 이야기라는데 개인적으로 울림이 컸다.

	러셀은 서문에서 자신의 인생을 지배한 세 가지 열정을 털어놓았는데,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그것이었다. 사랑에 탐닉한 것은 지독한 외로움을 덜어 주었기 때문이란다. 물론, 희열도 만끽할 수 있었다. 사랑만큼이나 빠져 들었던 것은 지식에 대한 열망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싶었고, 하늘의 별이 왜 반짝이는지 궁금했으며, 파타고라스를 이해하고 싶었단다. 사랑과 지식이 러셀을 천국으로 이끌었다면, 연민은 "지상으로 되돌아오게 했다."
페이지 : 48쪽

필자의 독서량을 짐작하게 하는 책이다. 번역체가 아니라서 글 읽는 맛도 있다. 후반부 넘어가면서 다소 산만해지지만 견딜만 했다. 독서를 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독서법, 호모, 이권우, 그린비,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