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는 말했다. "행복해지기 위해 어린아이에게 더 기다리라고, 노인에게 이미 지나갔다고, 노예나 매춘부에게 포기하라고 말해선 안된다. 누구나 지금, 그 자리에서 함께 행복해야 한다." 공부 또한 그러하다.
페이지 : 193

1. 일리히 [학교 없는 사회]
책의 주제는 분명하다. "공부하다가 죽어라!" 다. 사실 공부의 달인이라는 책 제목은, 학교 공부법 책을 연상시킨다. 수능 잘 보기, 내신 잘 보기 등 말이다. 그러나 필자가 말하는 공부는 학교 교육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공부다. 그래서, 일리히의 [학교 없는 사회]를 필자는 여러번 인용한다.

	학교는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근본적으로 노예로 만든다.  - 일리히, [학교 없는 사회]에서
페이지 : 32

	학교는 교육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자금, 사람, 그리고 선의를 독점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회제도가 교육에 관여하는 것을 단념하게 만들고 있다. - 일리히, [학교 없는 사회]에서
페이지 : 32

	이반 일리히에 따르면, 학교가 유포한 환상 가운데 가장 나쁜 것이 사람들을 제도적 서비스에 길들이는 것이라 한다. 즉, 서비스가 좋아질수록 삶의 질이 향상된다고 착각한다는 것. 예컨대, 의료체계가 복잡해지면 건강해진다고 여기고, 학교가 많아지면 교육수준이 높아진다고 착각하고, 고속도로가 뚫리면 생활수준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식으로. 하지만 그 결과는 자립적 활동력을 상실한 신체, 곧 제도에 길들여진 노예들을 길러낼 뿐이다. 오호, 유감스럽긴 하지만 맞는 말인 거 같다. 우리 교육 현실이 딱 그 꼴이다. 시설과 서비스는 나날이 좋아지는데, 학생들은 창의성은커녕 나날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으니 말이다.
페이지 : 63

	일리히에 따르면, 의무교육이 교육기회의 평등처럼 생각되는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것과 학습(공부)을 하는 것을 동일한 것으로 혼동하게 된다. 학교가 공부에 대한 모든 표상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지 : 64

	제도로부터 얻어진 분별력에 의해 우리는 아이들에게 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없는 사회]
페이지 : 79

2. 코뮌
필자가 말하는 공부는 고전 읽기 공부가 중심이 된다. 그래, [리딩으로 리드하라]와 같은 주제다. 내용도 비슷하다. 다만, 공부를 혼자 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과 한솥밥 먹으며 함께 하라고 한다. 그리고 스승을 섬기고 우정을 쌓는 공부를 하라고 말한다.

	코뮌이란 기성의 권력과 습속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구성하고자 하는 이들의 자유롭고 창발적인 집합체 혹은 네트워크를 말한다. 스승을 만난다는 건 바로 그 코뮌에 접속한다는 뜻이었다. (중략) 뭔가를 배운다는 건 어떤 경지에 오른 스승을 만나는 것이자 의기투합하는 벗을 모으는 일이었다. 초학자뿐 아니라 일정한 경지에 오른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후학들을 지도함과 동시에 더 높은 수련을 위해 다시금 스승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러다 보면 스승과 친구, 제자 사이의 경계를 서로 넘나들게 된다. 그리하여 스승이면서 친구이고 제자이면서 동시에 평생의 지기가 되는 ’코뮌적’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페이지 : 81~82

 
확실히 학교 교육과는 다르다. 학교 교육은 ’의무적’이지만, 코뮌적 관계는 ’자발적’이니까.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일러주는 교육이 필요하겠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잡지를 읽은 기분이랄까. 내용 전개가 논리적으로 깔끔했으면 좋았을텐데. 구어체라  중구난방. 개념들이 휙휙휙~ 던져지는데 어지러워서 받아 먹기 힘들다. 출판년도를 보니 [리딩으로 리드하라] 보다 먼저 출판되었구나. 내용 전개가 깔끔하고 쉬운 설명이 덧붙었다면 [리딩으로 리드하라]보다 앞선 유명세를 탔을 것 같은데 아쉽다. 그래도 내가 읽은 책은 10쇄나 되었구나. 1000부씩 찍었다면, 적어도 만 부는 팔렸다는 이야기.

중고생이 혼자 읽기에는 힘들 것 같다. 좀 더 친절한 설명과 깔끔한 전개가 필요할 듯.  



공부, 달인, 호모, 쿵푸스, 고미숙

참으로 로맨틱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책 읽어주는 남자라. 이런 남자는 어떤 남자일까? 왠지 교양과 매너를 갖춘 남자일 것 같다. 지적인 외모에 낭독하기 좋은 목소리를 가진 남자. 글을 읽을 때 쉬어 읽고, 끊어 읽고, 몰아쳐 읽고, 감정 이입해서 읽고, 때로는 등장인물에 맞춰 목소리 연기도 할 줄 아는 남자. 게다가, 책 읽어줄 시간이 있다면, 이것을 직업으로 삼지 않는 이상은 경제적으로 혹은 정서적으로 안정된 남자......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전에 먼저 내게 책을 읽어줘야 해.
페이지 : 49쪽.

이 책은 15세 소년과 30대 중반 여인의 사랑 이야기다. 불륜은 아니다. 여인은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사회적으로 용인될 사랑도 아니다. 지금이었다면 미성년자 보호법에 저촉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둘의 관계는 비밀스럽다. 이 관계는 한동안 단절되었다가 성인이 되어 다시 이어진다. 이 때 관계를 이어주는 것이 바로, ’책 읽어 주기’다. 이 설정이 참으로 기가 막힌다. 용서도 화해도 미움도 모두 ’책 읽어 주기’로 대신하는 주인공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면 말이다. 

1부는 사랑의 시작과 끝, 2부는 드러나는 비밀, 3부는 재회.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겠다. 3부가 압권이다. 자세하게는 얘기 못하겠다. 약간의 미스테리적 요소도 포함되었으니까. 다만, 갈등의 시작은 대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란 것을 말해 둔다. 게다가  인간의 자존심이란 적당히 세우는 것이 좋겠다는 것, 그리고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님께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것 등을 얘기할 수 있겠다. 

자유론

	네가 어렸을 때 엄마가 네게 무엇이 좋은지 너보다 잘 알고 있으면 네가 마구 화내던 것 생각 안 나니?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도 그런 이야기를 어느 수준까지 하는 게 좋은 건지가 정말 문제겠지. 이것은 철학적인 문제야. 하지만 철학은 어린아이들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아. 철학은 아이들 문제를 교육학에 넘겨주었어. 그런데 교육학이 아이들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어. 철학은 아이들을 잊었어.
페이지 : 152쪽

주인공이 아버지와 의논하는 부분이 있다. 이때 아버지의 첫말은 그 결과가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더라도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생기더라도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사고 방식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떠오르게 한다. 주인공 아버지는 철학자니까 개인의 의사를 더 중요시 해야 한다고 아들에게 상담해주는 듯하다.

	"하지만 어른들의 경우에는 내가 그들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들 스스로가 좋다고 여기는 것보다 우위에 두려고 하면 절대 안 돼." "나중에 가서 그들 스스로 그로 인해 행복해질 경우에도 말인가요?"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는 지금 행복이 아니라 품위와 자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 넌 아주 꼬마였을 때부터 그 차이를 잘 알았잖니. 엄마의 말이 늘 옳은 것이 네겐 별로 마음 편치 않았잖아.
페이지 : 153쪽

행복론

	"아니다, 네 문제는 마음 편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만약에 네가 서술한 상황이 그 사람에게 어쩌다가 생긴 것이거나 아니면 유전적인 것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라면, 너는 당연히 행동을 해야 한다. 네가 상대방을 위해 무엇이 좋은 건지 알고 있고 그 사람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너는 당연히 그 사람이 그에 대해 눈을 뜨도록 해주어야 한다. 물론 최종 결정은 본인한테 맡겨두어야 한다. 하지만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해야 해. 그 사람과 직접 말야. 그 사람 등 뒤에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단다."
페이지 : 154쪽

주인공의 아버지는 진짜 철학자셨구나. 진짜 철학자는 모든 답을 다 알고 있을 것만 같다. 행복은 대화에 의해서란다. 철학은 철학이고 현실은 현실인 것을 잘 알고 있는 주인공의 아버지.

	"상대방과 이야기할 수 없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는 나를 미심쩍은 눈길로 쳐다보았다. 나는 그 질문이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음을 물론 알고 있었다. 더 이상 도덕적인 생각을 할 필요는 없었다. 이제 결정만 내리면 그만이었다. "네게 도움이 되지 못했구나."
페이지 : 155쪽

그러나 주인공은 대화를 거부한다. 주인공은 법대를 다니는 엘리트였건만, 한나와의 관계에서 만큼은 15살 소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른스럽지 못한, 15세 소년 그때의 마음로 갈등을 해결하려 한다.

. 내용 전개가 깔끔해서 잘 읽힌다. 하지만, 성인의 시각으로 서술되기에 청소년이 읽기에는 다소 벅차보인다. 남성이 주인공이어서 여성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다.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꼬마야, 지난번 이야기는 정말 멋졌어. 고마워. 한나가.
페이지 : 198쪽

리더, 책, 베른하르트, 슐링크, 소설

	미성년자는 자유를 누릴 자격이 없다!!! 자유란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 성인에게만 원칙이 적용된다!
페이지 : 14쪽

우선 만화가 재밌다. [국부론] 만화보다 재미면에서 우수하다. 그림이 재밌으니 신기하게도 이해하기 쉽다는 느낌이다. 건빵이 글이라면 별사탕은 그림일 테다. 머리 아픈 이야기를 달콤하게 들려준다. 그리고 국가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학생들에겐 더 흥미로울 것 같다.

다수의 횡포. 그것이 정치적 탄압이건, 여론의 강요이건 간에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자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마치 밀이 말해주는 것처럼 조근조근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이야기해준다.

읽으면서 느낀점은 이게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의 얘기이고 또 나의 얘기들이다. 왕따 이야기도 나온다.

	이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직접적으로 못되게 굴지는 않아. 그러나 그들을 대하는 다수 사람들의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고약해졌지. 따라서 생각이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그 생각을 뿌리째 잘라 버리는 일은 없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다수 여론 앞에서 자기 생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다른 모습으로 위장하게 되었단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꺼리기도 하고 말이야.  그런데 이런 상태를 매우 만족스럽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어. 어떠한 박해를 가하지 않고도 자신들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킬 수 있게 되거든. 이것은 어찌 보면 지성이 대단히 평화로운 상태라고 할 수 있어. 생각이 다르다고 투옥되거나 사형에 처해지는 사람도 없고 누구나 자기 생각을 품을 수 있으며 그 생각을 자유롭게 공표할 권리를 갖는 거니까. 이런 상태는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여. 하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왕따가 되는 게 두려운 나머지 스스로 자기 의견을 검열하는 상태가 된 거야. 밀은 이런 겉모습뿐인 지성의 평화를 위해서 인간 정신의 도덕적 용기 전체가 희생된다고 말했어. 따라서 이제 세상은 개방적이고 두려움 없는 인품을 가진 자들과 일관된 논리를 자랑하는 지식인들을 더 이상 배출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았지. 활동적이고 탐구심 강한 지식인들은 스스로 확신하는 논리가 있어도 그냥 가슴 속에 묻어 둘 것이고 속으로 수긍하지 못하는 주장이 있어도 일반 대중 앞에서 억지로 맞장구나 치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 지식인들도 결국은 자기가 살 방도를 찾아야 할 테니까.
페이지 : 112~114쪽

진실을 찾기 위한 올바른 토론의 자세도 이야기한다. 악마라 할지라도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단다.

	고대 로마의 위대한 웅변가 키케로는 자기 문제에 대해 아는 것만큼이나 자신과 입장이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이해하는 데에도 힘을 기울였다는 기록이 있어.
페이지 : 126쪽

이 이외에도 다양한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당히 공감되는 내용이다. 청와대에 한 권 보내고 싶은 책.

어떻게 보면 자유론은 예언록 같기도 하다. 현재의 모습을 200년 전에 예측하다니. 달리 말한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다. 라는 식의 논리가 아니라 진리를 위해서는 고통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라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진리를 향한 고독한 싸움에 밀의 외침은 큰 응원이 될테니까.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낫다.
페이지 : 24쪽

밀, 자유론, 만화, 인문, 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