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읽을 수 있는 책 없나요?"

학생들이 이렇게 물을 때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해준다. 책을 찾아 걸어가는 내 발걸음에 자신감이 넘친다. 우선 두께가 얇고 그림은 많고 글도 짧다. 학생들은 거부감 없이 책을 읽는다. 이 책을 읽고 실망한 사람을 나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어땠니?"

"재밌어요!"

추천해주는 사람도 추천받은 사람도 모두 만족한다.

생일 선물로 예쁜 시집을 선물한다는 어느 노래가 생각난다. 서른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요즘, 그 가사가 마음에 와닿더라. 하지만, 요즘은 선물할만한 시집이 잘 없어서.. 아니, 그런 시집을 찾지 못해서 아쉽다. 공익광고위원회에서 홍보 안해주나, 선물하기 좋은 시집. 

"감사의 마음을 담아 시집을 선물하세요."

방송에서 광고해주면 좋을 것 같다. 언젠가 다시 시집이 부흥하는 날이 오겠지. 그런 날을 기대한다. 그리고 그런날이 오기 전까지는,

앞으로는 지인들의 생일날이나, 축하 자리에 이 책을 선물로 들고 갈 것이다. 지인도 나도 모두 만족할 것임에 틀림없으니까. 심지어, 몇 번을 읽었던 사람도 이 책의 감동은 새롭고 유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특히 성인들이 읽는다면 놀라운 깨달음의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참, 이 책의 반전은 마지막에 책을 덮으면서 제목의 의미를 생각해볼 때 일어난다. 제목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경쟁의 논리에서 제명(除名)이 될 것이다.

꽃들에게희망을, 트리나폴러스, 희망, 꽃, 선물

1.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이 있다.  칸트가 인식론 설명할 때 쓴 말이라던데, 보통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발상의 전환을 의미할 때 쓰는 말이라고 한다. 교양 철학 시간에 이 문제를 틀려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어디서 이 말을 쓰면 왠지 똑똑해보일 것 같다.

2. 지동설 완성의 계보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 지동설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말이다. 자칫하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로 헤깔리기 쉽다. 당시에는 천동설이 진리였다. 천동설은 하늘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말이다. 이것도 지동설이랑 같이 외우다 보면 헤깔리기 쉽다. 어쨌든, 당시에 천동설은 진짜 진리였다. 그걸 틀렸다 하고 지동설을 주장한게 코페르니쿠스다. 물론, 코페르니쿠스가 먼저 주장한 것은 아니다. 지동설에도 계보가 있더라.

아리스타르코스 - 코페르니쿠스 - 갈릴레이, 케플러 - 뉴턴?

그리스 시대 아리스타르코스가 지동설을 주장했고, 이 책이 발견되어 코페르니쿠스가 읽게 됐고 여기서 영감을 얻어 지동설을 주장하는 책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를 쓰고 죽었다. 이후 망원경의 발명으로 갈릴레이는 지동설을 확신하고 [두 체계에 대한 대화]라는 책을 통해 지동설을 주장했고, 케플러는 행성이 타원 운동을 한다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지동설을 완성하게 된다. 그러나,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면, 왜 모든 물체는 지구를 향해 떨어지는가? 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고, 이는 뉴턴 시대에 가서야 해결됐다는 이야기.

	나의 지동설은 1400년 이상 받아들여져 온 천동설을 부정하고 새로운 천문 체계를 확립하려는 것이었지만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어요. 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아 근대 과학을 탄생시키는 견인차 구실을 하게 되었어요. 나의 지동설을 받아들였던 갈릴레이와 케플러는 지동설을 설명하는 결정적인 증거들을 찾아냈고, 이것은 뉴턴 역학을 탄생시키는 길잡이 구실을 했으니까요.
페이지 : 131

갈릴레이와 케플러는 각각 이탈리아와, 독일 등에 떨어져 살았던 바, 서신으로 그들의 연구 결과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케플러는 갈릴레이와 같은 시기에 살았던 사람이에요. 갈릴레이보다 7년 늦은 1571년에 태어난 케플러는 갈릴레이보다 12년 이른 1630년에 죽었어요. 갈릴레이는 계속 이탈리아에 살았고 케플러는 독일과 체코의 프라하에서 활동했으므로 두 사람이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연구 결과를 주고받기도 했었어요.
페이지 : 153~154

지동설의 계보라고는 했지만, 이 외에도 지동설을 주장한 사람들이 몇 명 더 등장한다. 그중 브루노라는 사람은 지동설을 주장하다가 교회의 분노를 사서 화형에 처해지기도 했단다.

	그중 한 사람이 브루노였어요. 교회는 나의 지동설을 받아들였던 그를 8개 항목의 이단죄로 재판했어요. 브루노는 나의 지동설을 발전시켜 별들은 자신들의 행성들을 가지고 있고, 다른 행성에는 생명체들이 번성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무한한 우주와 세상]이라는 책을 썼는데, 이것이 교회를 분노하게 했어요. 결국 브루노는 사형 선고를 받고 1600년 2월 17일, 로마에서 화형당하고 말았습니다.
페이지 : 129

허걱, 화형당한 날이 내 생일과 같구나..

3. 알마게스트
알마게스트는 아랍어로 '최고의 책'이라는 뜻이란다. 천동설을 주장한 프톨레마이오스의 책 <수학 집대성>의 아랍어 제목이란다. 사실, 지구 중심적 사고는 그 당시에는 진리였을 것이다. 보이는 것이 모두 지구로 떨어지고 지구를 지나가니까. 지동설의 승리는 우리에게 발상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대단히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자신이 만들어 낸 천동설을 정리하여 <수학 집대성>이라는 책을 썼어요. 이 책은 827년에 아랍 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는데, 번역본의 제목은 <알마게스트>였어요. 아랍 어로 최고의 책이라는 뜻이지요.
페이지 : 90

현재 우리가 <알마게스트>처럼 신봉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이것들은 우리의 생각 안에서만 완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이 책 참 좋은 책이다, 지동설이 나오기까지의 과학의 역사를 찬찬히 되짚어준다. 달력의 탄생부터 지구 둘레 길이 재는 이야기까지, 읽다보면 과학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같아 흥미롭기 그지없다. 게다가, 코페르니쿠스가 직접 설명해주는 것 같은 느낌은 글에 대한 집중력을 올려준다. 중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한다. 나처럼 어른이 되어서 과학사를 인과관계로 정리하고 싶은 어른이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다음엔 갈릴레이랑, 뉴턴에 도전해봐야겠다.




코페르니쿠스, 지동설, 곽영직, 과학, 자음과모음

1. 맹자 진심장 상편

맹자 진심장 상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부모구존 형제무고 일락야)

부모님 다 살아계시고 형제들 아무 일 없는 것이 군자의 첫번째 즐거움이란다. 동감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 참 나쁜 소설이다. 내 개인적 취향이 슬픈 소설을 싫어하기에 그렇고, 또 작가가 엄마를 내다 버렸기에 그렇다. 작가는 자식들에게 돌이킬 기회마저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슬픔으로 각자의 엄마를 돌이켜보게 하는 것이 과연 옳았을까. 이 소설을 읽고 엄마를 생각해 본다. 우리 엄마는 자식들에게 동정 받기를 원하실까. 당신 때문에 자식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걸 원하실까. 무엇보다 소설 읽다가 우는 아들을 어떻게 생각하실까.

슬퍼도 웃어야 한다. 엄마 앞에선 힘든 모습 보이지 말자. 공자는 논어에서 부모님 건강을 생각하는 게 효라고 했다. 다르게는 자식이 건강한 것이 효라고도 해석 된단다. 뭐가 어찌 됐든, 부모님 기억에 이상이 생기면 치매 검사 시켜드리자. 그리고 당신 앞에서는 건강한 모습만 보여드리자. 당신 때문에 우는 모습 보여드리는 건 옳지 않아.

2. 속독으로 읽기

우선 읽기가 불편했다. 자꾸 너, 너! 그러면서 작가는 독자에게 손가락질을 해대고 있지 않은가, 치부를 들추면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앞부분 읽다가 손을 놓은 것이 작년이다. 이유는 또 있다. 글의 내용이 논리적이지 않고 중구난방. 사진첩의 사진들을 좍~ 펼쳐 놓는 느낌이다. 신기하게도 사진들은 계속 나온다. 집안이 온통 사진들로 도배를 한 듯한데 아직도 나올 사진은 무궁무진한 느낌. 어느 사진에 시선을 고정시켜야 하나. 어느 사진을 중심으로 들여다보아야 하나.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었다. 이번엔 가볍게 속독으로 읽었다. 어차피 사진들을 좍~ 깔아 놓을 거라면, 속독으로 읽어도 상관 없겠다 싶었다. 역시나, 상관 없었다. 그렇게 속독으로 읽다가, 천천히 읽히는 부분은 천천히 읽으면 됐다. 그러다가 다시 사진을 펼쳐 놓을 것 같으면 다시 속독으로 읽었다. 그랬더니 읽힌다. 책 뒤 문학평론가 정홍수 씨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알려진 대로, 신경숙 소설은 단어와 문장의 축조가 아니라 흐름이다. 사실과 핍진성은 일물일어(一物一語)의 숨가쁜 대응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에서 온다. 그리고 그 흐름은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가운데 조금씩 소설적 진실을 이룬다. 우리는 하나의 유동하는 덩어리로, 흐름의 전체에서 그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엄마를 부탁해]에서 그 흐름은 더없이 간곡하고 순정한 평명(平明)의 질서에 이르고 있다.
페이지 : 289~290

’일물일어(一物一語)’는 하나의 사물을 나타내는 데는 단 하나의 단어밖에 없다는 뜻이란다. 평명(平明)은 해가 돋아 밝아지는 때를 말한단다. 신경숙 소설을 읽으려면 흐름을 타야한다는 이야기. 그러나 사진 펼쳐 놓기가 좀 과하다 싶긴 하다.

3. 영문판을 구하고 싶네.

어떻게 번역되었을까? 외국 독자들도 흐름을 느끼며 읽었을까? 영어는 주어가 확실하니, YOU, YOU! 하면서 역시나 독자들에게 삿대질을 해댔을까? 그들의 정서에 맞게 각색됐을까? 어떻게? 한국적인 것들을 죽~ 나열했을 때 그들의 반응은 또 어떠했을까? 이 소설을 읽으며 눈물을 훔치는 외국인을 화면에서 보았다. 그들에게도 흐름으로 읽어야할 소설이 익숙했을까? 영문판을 구해서 읽고 싶다.


학생들이 읽기에는 조금 버겁지 않을까 싶다. 속독으로 읽으라고 조언을 해줘야 하겠다. 단어의 의미에 개의치 말고 모르는 것은 그냥 지나치며 읽어도 괜찮다고. 풍금이 있던 자리는 단편이라 꼭꼭 씹어 읽어도 괜찮았는데, 이건 그렇게 읽기엔 너무 버겁다. 가족의 의미를 재확인 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참, 아빠는 이 소설에서 철저히 묻힌다. 수컷이 아빠로 사는 삶은 엄마의 삶 만큼이나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멋진 아빠의 모습을 소설로 써주실 분 어디 없을까나.



엄마, 부탁해, 신경숙,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