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엔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 두 순정' 이렇게 세 편이 실려있다. 두 순정을 읽다가 울컥했다. 난 이런 이야기에 마음이 무너진다..

 

레디메이드 인생. 읽고서 깜짝 놀랐다. 이 소설은 당시 시대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린 소설로 평가된다. 1934년 세계 대공황 시절에 쓰여졌는데 2011년 지금의 현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사회 상황과 이에 대처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문학이 빚어낸 인간 보편성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됐다. 

 

레디메이드란 '기성품'을 의미한단다. 기성품은 '이미 기, 이룰 성' 자를 써서 '이미 만들어 놓은 제품'이란 뜻이다. 요즘 제품들은 대부분 기성품이다. 만들어 놓은 것을 진열해 팔고 있다. 필요한 사람이 돈을 주고 집어가면 된다. 물건이 이런 것인데, 이 소설. 사람이 물건 같다고 말한다.

 

	인텔리 - 인텔리 중에도 아무런 손끝의 기술이 없이 대학이나 전문학교의 졸업 증서 한 장을, 또는 조그마한 보통 상식을 가진 직업 없는 인텔리 - 해마다 천여 명씩 늘어가는 인텔리 - 뱀을 본 것은 이들 인텔리다.   부르주아지의 모든 기관이 포화 상태가 되어 더 수효가 아니 느니 그들은 결국 꾐을 받아 나무에 올라갔다가 흔들리우는 셈이다. 개밥의 도토리다.   인텔리가 아니었으면 차라리 노동자가 되었을 것인데 인텔리인지라 그 속에는 들어갔다가도 도로 달아나오는 것이 99퍼센트다. 그 나머지는 모두 어깨가 축 처진 무직 인텔리요, 무력한 문화 예비군 속에서 푸른 한숨만 쉬는 초상집의 주인 없는 개들이다. 레디메이드 인생이다.
페이지 : 24~25

 

몸 파는 여자 이야기가 나와서 학생들에게 추천하기는 좀 그렇다. 학생 때 읽었으나 기억이 안나는 이유는 이런 내용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생들이라면 읽어볼만 하겠다. 그들이 취업난으로 인해 마주치는 현실이 과거와 다를 것 없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레디메이드, 채만식, 인생, 실업, 공황

경제 관련 책을 읽으면서 불황을 준비한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가 시한 폭탄이라지 않나. 뻥! 하고 터질 때 어디로 몸을 숨겨야 하는지 알고 싶어서 이 책을 들었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케인즈 경제학의 이론을 창시한 영국의 경제학자이다. 불황에 맞서 정부의 재량적인 정책에 따른 유효 수요의 증가를 강조하며 거시 경제학의 시초가 되었다.
페이지 : 겉표지 앞면.

케인즈의 수정 자본 주의는 복지 국가, 사회보장제도와도 연결되는 고마운 이론이다. 

	뉴딜 정책을 대표하는 사업으로 기억되는 것이 바로 테네시 강 유역의 종합개발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테네시강 유역에 26개의 대형 댐을 건설하고, 수로를 정비하여 수상 교통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강 유역에 유원지, 낚시터 등을 세워 주민들을 위한 편의 시설을 만드는 종합적인 개발 사업이었죠. 테네시 강을 따라 미국 남부 7개 주에 걸쳐 이루어지는 엄청난 대공사였습니다. (중략) 테네시 강의 개발 사업과 같은 대규모 공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 사람들은 못하던 가족 외식도 하고, 아이들에게 옷과 장난감도 사 주고, 돈이 없어서 못하던 소비들을 늘릴 수 있겠죠. 이렇게 여러 분야에서 산업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거죠. 바로 '유효 수요'를 만들어 내게 되는 겁니다.
페이지 : 93~94

이명박 정부의 사대강 사업은 뉴딜 정책의 테네시 강 개발 사업을 따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으로부터 '철학의 부재'로 비판 받는 사업인데, 올 여름 잘 견딜까 모르겠다.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와 경제적 효과는 있는 것인지, 사대강 사업의 결과가 기대된다.

요즘 의료보험 민영화에 대해 걱정하는 글을 많이 본다. 사람이 죽어가도 돈 없으면 거들 떠 보지 않는 다른 나라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나라 이야기가 되지 않기를 기도했다. 미국엔 집에 불이 나도 회비를 안내면 불을 안꺼주는 지역도 있다하지 않던가. 무서운 나라다. 무서운 신자유주의다.

또 한편,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도 눈에 들어온다. 처음엔 성장을 우선으로 하는 오세훈 시장의 고집과 여론을 등에 진 민주당의 뚝심 싸움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투표 내용이 약해진 느낌이다. 역시 대세는 복지인 것 같다.

돈 전쟁의 시대다. 다행히 옛날처럼 전쟁으로 인한 유혈사태를 많이 줄일 수 있는 건 돈으로 전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도 전시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국가만 아니면 돈 많이 안 벌고, 많이 안 쓰면서 내 시간 많이 갖고 살고 싶은데, 돈이 돌아야 경제도 돌고 그래야 국가도 유지되는 것이니, 어느 정도 돈도 벌고 소비도 하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동네 가게에서 우유와 빵을 집어들었다. 기왕이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싶어서.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앞으로도 경제관련 책을 찾아 읽어야겠다.



케인즈, 수정자본주의, 복지, 국가, 경제

학창시절 나에게 세계사란 흥미롭지만 공부하기는 결코 만만치 않은 과목이었다.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재밌었던 반면, 외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고 특히나 사람 이름 외우기가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조금씩 관심 가져졌다. 그러면서 세계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물론,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공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계사와 국사는 철학과 더불어 학문의 뼈대라고 생각된다. 이걸 모르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수두룩하다.)

세계사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훑어보고 싶었다. (인과관계를 밝혀 읽는 재미가 세계사를 읽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그때 마침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청소년 도서 목록에 있는 책이니 이해하기 쉽고 금방 읽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쉽고 재미있으나, 그림이 많지 않다. 그래서 상상력을 발휘하며 읽어야 한다. 역사책을 읽는데 상상력이라니! 개인적으로는 상상하며 읽는 것이  마음에 꼭 들지만,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장벽이 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요즘처럼 학습만화가 지배적인 시대에 그림 없는 책으로 공부하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좋다.  마치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기분이다. 딱딱하지 않고 편안하며 다음 내용이 기다려지는.

	이 책은 학교에서 사용되는 역사 교과서를 대신할 의도로 집필된 것이 아니다. 이 책은 학교에서 읽히는 교과서와는 전혀 다른 목적을 갖고 있다. 나는 독자들이 필기를 하고 또 이름이나 연대를 외워야 한다는 부담 없이 느슨한 마음으로 읽어 나가기만을 바란다. 그리고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꼬치꼬치 질문을 하지 않으리란 점도 약속하겠다.
페이지 : 18~19

세계사를 부담 없이 쭉 훑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곰브리치, 세계사, 입문, 비룡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