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권에서 주인공이 무료 진료소를 채우고 인도인들을 불쌍해하는 외국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면, 2 권부터는 주인공이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갱의 일을 시작하게 된 그를 판자촌의 사람들은 걱정하기 시작하고, 결국 그 곳에서의 삶 대신 호텔에서 사는 삶, 좀 더 나아진 삶을 그는 선택한다.
그러다 그가 봄베이의 삶에 정착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친구가 자신이 선물해준 택시를 밤늦게까지 몰다가 사고로 죽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형제처럼 지내던 이까지 부자 암살범으로 지목당해 죽게 되자 주인공은 어마어마한 상실감과 죄책감을 갖게 되어 끊었던 마약에 손을 대게 된다.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으로 겨우 다시 마약에서 벗어난 그는 마피아의 두목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가하게 되고 그 곳에서 수많은 죽음을 경험하고 다시 인도로 돌아온다. 그 곳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는 졌지만 돌아온 곳에서 시작한 갱들간의 전쟁에서는 승리한 그는 온전하게 인도에 정착하는 것으로 내용이 끝난다.
나는 주로 이동시간에 책을 읽는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자주 내려야 할 곳을 놓쳤는지 모른다.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와 걸핏하면 위기에 직면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호주 감옥도 가보았고, 판자촌에서도 살아보았고, 인도 감옥에도 다녀왔으며 아프가니스탄을 향해 가는 산도 넘었다. 또한 나는 탈옥범이었고 여행객이었고, 무료 진료소를 운영하는 사람이었으며 마피아였다.
작가가 실제 자신의 삶을 모티브로 쓴 책이다보니 생동감이 장난이 아니었고, 그러다보니 나는 한국과 인도의 삶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덮을 때에만 비로소 내가 지금 있는 곳이 한국이며 달리는 버스 안이고 내가 지금 집에 가고 있다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그리고나서 나는 인도에 여행을 다녀온 친구보다 더 깊숙한 인도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고, 비로소 인도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인도에 있는 것은 타지마할도 아니다. 힌두교 사원도 갠지스강도 아니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오로지 인도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사랑이다.
주인공은 그 어디에서도 받지 못한 사랑을 인도에서 넘치도록 받았고 그 인도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곳의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나 또한 그 주인공과 더불어 인도에서 넘치도록 사랑받았고 그것이 바로 이 무명소설을 사랑하게 된 이유이다.
인도에 있는 것은 힌두교 사원이 아니다. 타지마할도, 갠지스강도 인도에 있는 것을 대표할 수는 없다. 인도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랑. 그 곳을 스쳐지나가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인도인 특유의 넘치는 사랑을 그 소설 속에 살고 있는 주인공은 넘치게 받았고, 그 주인공이 받은 사랑을 나 또한 넘치게 받았다.
그것이 내가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영화를 기대하는 이유이고, 이 무명소설에 별을 다섯개 주는 이유이며 이 소설을 구입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