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황제 마이클잭슨. 나이가 어린(?) 탓에 나는 마이클 잭슨의 그 영광스러운 시간을 공유하지 못했다. 내게 있어 그 위대한 마이클잭슨은 성형중독자였고, 아동성추행범이었고, 미스테리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었다. 아 하나 더, 내가 아끼는 장우혁씨가 매우 존경하는 가수였다는것까지.

 

  장우혁의 춤이나 동방신기의 춤에 이미 노출되어 있는 나로서는 왜 그가 대단한건지 느끼지 못한다. 물론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 시절엔 그렇게 춤을 출 수 있는 사람도 노래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고 마이클잭슨이 두각을 나타냈으며 사람들은 열광할 수 밖에 없었고 그는, 순결한 어린아이와 같은 이미지를 죽는 그 순간까지도 유지했다. '피터팬 콤플렉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어린아이 같았던 그를 나는 불쌍해했다. 그의 위업은 전혀 모르고서.

 

 

 

  그러던 내가 읽게 된 이 마이클잭슨의 유일한 자서전은 천천히 그를 돌아보게 하였다. 그는 '피터팬 콤플렉스' 따위로 정의될 수 없는 그저 맑은 영혼이었다. 그는 정말 아이들을 사랑했으며, 이 세상을 사랑했다. 그저 시골의 촌뜨기였던 그가 어떻게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읽으면서 그 어린 마이클잭슨과 함께 성장한다. 정말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세계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그에게는 그 아동기가 아련한 추억이고, 아쉬운 추억이다. 누릴 수 없었던 아이의 세계를 그는 다 컸지만, 여전히 누리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저 노래가 좋았고, 춤이 좋았던 그를 우리는 우리의 잣대대로 재고 평가하고 그의 어린아이같은 마음을 갈갈이 제도해버렸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사악한지라 자신들이 상처준것은 쉽게 잊어버리고 그가 죽은후에야 그를 애도하며 그에게 씌웠던 악의 굴레들을 벗기려했다. 그러나 그 악의 굴레들을 벗기려해도 이미 (나같은) 악의 굴레만 보고 자라온 사람들은 그의 위업에 대해 눈을 돌려 버린다. 그 외면을, 다시 그에게로의 관심과 그리움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소중한 책이 아니었나.

  책의 포맷은 독특하다. 건축가인듯 추측되는 저자는 일도 가족도 모두 내려놓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다니면서 그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스케치로 남겼고 그것들을 묶은 것이 이 책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을 모아 책으로 만든것은 많이 보았는데 스케치를 모아 만든 것은 처음 보아서 매우 신기하게 보았고, 아무래도 글보다 그림이 많기 때문에 후딱 .넘겨 보았다.

 

  책의 단점은 저자가 작가가 아니다보니 그림 말고는 볼 것이 없다. 부족한 글 솜씨에 부정적인 시각이 가득한 여행기에 이 여행이 좋구나, 나도 여행을 가고 싶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럴 바엔 왜 갔니?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평, 불만이 가득해 읽는 내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물론, 그런 것들도 다 여행을 다녀온 추억이긴 하지만.. 뿐만 아니라 스케치와 함께 종종 사진들을 실어놓기도 했는데 그 사진들마저도 어둡게 나와서 정말이지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이상한 여행기였다.

 

  그러나 책의 장점은 역시 스케치이다. 사진으로서는 남길 수 없는 그때의 기분, 감정들이 담아져 있는듯한 스케치는 설레는 마음을 선물해주었다. 그림을 정말 못 그리는 나로서는 이렇게 멋들어진 스케치들을 남기는 사람을 보면 부러움을 감출 수 없는데, 이 책은 그러한 스케치로 가득차 있으니 작가의 재능이 어찌 안 부러울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필기체로 그림 밑에 흘려 쓴 글씨까지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동경하는 마음을 누르지 못하고 결국, 스케치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나도 언젠간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으로만 그 추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 때의 기분까지도 더해지는 스케치를 남기리...!

  왕들은 자손을 많이 나아야 한다. 그래야만 왕권이 강화가 될 수 있고 나라 통치를 잘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왕비가 아닌 정부가 필요하다. 특히, 왕들은 정략결혼을 해야했기에 자신이 원하는 여인을 선택하기보다 국가가 원하는 여인을 선택했어야 했고, 그 왕비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면 물론 좋겠지만 대부분 국가가 원하는 여인이 왕 자신이 원하는 여인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왕비와의 관계는 정략적인 것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었고, 왕비와의 성관계 또한 사랑해서, 즐기는 것이 아닌 자손을 낳기 위한 것 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왕에게 정부란 시대적으로 반드시 생겨날 수 밖에 없었던 구조였다. 왕에게도 쉴 곳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왕은 나라일을 하는 것도 힘들었고, 집에서 쉬기에도 너무 힘들었다. 그런 왕이 쉴 수 있는 곳은 오로지 정부의 품속 뿐이었다.

 

  그러나 왕비는 이런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고 이해할 수 없었다. 때문에 기록에 남아 있듯 그들은 그 정부에게 질투를 하였고 정부들을 시시때때로 견제하였다. 신하들도 정부를 인정할 수 없었다. 왕의 정부는 때론 자신보다 지위가 낮았고, 때론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의 부인이자 딸이었다. 특히 기독교 국가에서의 왕의 정부는 절대 당당할 수 없는 존재였고, 공공연한 비밀로 남아 있어야 했다.

 

 

 

  이 책은 이러한 정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우리는 흔히 왕의 정부라고 한다면 매우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러면서도 욕심이 많아 시시때때로 왕비의 자리를 위협하는, 그리고 신하들에게 온갖 뇌물을 받아먹으며 정치를 좌지우지하려는, 왕에게 가장 많은 간언을 하는 여인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 책의 여인들은 대부분이 우리의 상상과 멀어져 있는 여인들이다. 어떤 여인은 나이가 많았고, 어떤 여인은 아름답기만 했으며, 심지어 어떤 여인은 아사하지 않을 정도로만 부유했다. 그들이 해야 할 의무는 많았고 그들이 받을 수 있는 봉급은 적었다. 그러나 그들은 왕을 사랑했고, 왕을 사랑함에 따라 따라오는 권력을 사랑했다. 그렇기에 온갖 손가락질과 비난에도, 그들은 왕이 부를때면 늘 웃으며 왕에게 달려갔고 왕을 맞이했다.

 

 

  이 책은 왕의 정부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다보니 그들을 옹호하게 된다. 특히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경우, 다이애나에 대한 칭찬과 찰스에 대한 비난, 찰스의 정부에 대한 비난을 주로 들어왔는데 이 책에서는 다이애나의 편보다는 약간이나마 찰스의 정부의 편이 될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정부들의 예시를 들었기 때문에, 같은 정부들의 같은 사건들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차라리 정부들로 챕터를 나누었더라면 좀 더 명확하게 그림이 그려지고 머릿속에 더 잘 들어왔을 것 같은데, 사건별로 챕터를 나누다보니 계속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반복하고 누구의 정부였는지, 무슨 이야기가 있었는지에 대한 부분이 헷갈려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