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아빠 필름 카메라로 풍경 이곳저곳을 찍었다가 아빠한테 무진장 혼났다. 개미를 찍는다고 찍어놓은 땅바닥. 꽃을 찍는다고 찍어놓은 하늘 반 꽃 한송이. 고고학자가 되고 싶었으나 방에 누워 링겔을 맞고 있는 외삼촌의 링겔줄을 차버리는 만행을 저버린 후에(심지어 조심한다고 조심한 행동이었다) 내가 고고학자가 되면 고고학사적으로 남는 유물들이 없을 것이란 만류로 살포시 그 꿈을 접어드렸다.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인형들을 모아놓고 내 공부를 가르치며 공부를 하였었다. 공부는 절대적으로 하기 싫었으나 인형들을 가르치는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누군가는 경찰이 되고 싶었고, 누군가는 의사가 되고 싶었고, 누군가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이렇게 우리는 다들 꿈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순간 눈앞에 있던 꿈은 '꿈'으로만 남아버렸다. 현실에 치여 우리는 다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잊어버렸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보다 남들이 인정해주는 일을 향해 달려가고, 좀 더 안정적인 직업을 찾기 위해 내 꿈을 저버렸다.

 

 

  이 책은 두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첫번째 이야기는 우화의 형식으로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가슴 한켠을 쿡쿡 찌르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야기에 나오는 "보통사람"들은 정말 보통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특별히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또한 "보통사람"들이다. 꿈을 이룬 사람들은 결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 중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꿈을 이루지 못한건 내가 "보통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현실에 "안주하는 보통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두번째 방식은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씌여진 글로, 앞부분보다 좀 더 기독교적이다. 다른 중요한 이야기들도 많지만 기독교적인 시각을 빼고 내가 가장 감명깊었던 부분을 말하자면 꿈을 이루지 못한 변명 중에 '현실에 치였다'는 변명은 하지 마라. 어떤 방법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내가 그 꿈을 이루고자 한다면, 이루고자 했다면 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갈 때 우리는 기차를 탈수도, 고속버스를 탈수도, 비행기를 탈수도, 배를 탈수도, 자가용을 탈수도 있고, 고속도로를 타느냐, 국도를 타느냐 여러가지 길로도 갈 수 있다. 걸리는 시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못 가는 방법은 없다.

 

 

 

  다시 기억해보자. 내가 꾸었던 꿈은 무엇이었나?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 공무원이 되는 것? 과연 우리는 행복해졌을까? 내가 꾸었던 꿈은 학교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좋아했던 나는 자라서, 학원 선생님이 되었다. 방향은 다르지만, 하는 일은 같고 결국 난 꿈을 이룬 "보통사람"이 되었다.

  의학용어와 신화의 만남. 의학용어의 기원을 신화를 통해  풀어낸다니 이 얼마나 흥미로운 조합인가? 작은 사이즈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들고왔으나 책의 내용은 기대이하였다.

 

  의학용어와 신화의 만남은 흥미로웠다.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듯한 보충자료와 내용의 연결이 약간씩 어긋나는 느낌을 받아 전체적인 몰입도가 떨어졌다. 오타도 많은데다 가장 불편했던 점은 각주가 아닌 미주. 결국 귀찮음을 이겨내지 못한 나는 미주를 확인하지 않았고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이 어렵게 느껴졌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문체가 딱딱하다보니 훨씬 재밌고 흥미로울 책의 내용이 딱딱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없었고 그러다보니 흥미위주로, 교양을 쌓기 위해 읽은 나에게는 좀 맞지 않았던 책인 것 같다. 얇고 가벼운 책임에도 책을 읽으면서 꽤나 졸아서 중간중간 책을 덮은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대한의사협회의 상징물인 헤르메스의 지팡이 이야기(세계적으로 의사단체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뱀한마리]를 상징물로 내세우고 있는 미군의무부대와 우리나라 의사협회들만 헤르메스의 지팡이[뱀두마리]를 사용한다는 이야기, 이것은 정말 결정적 실수로 헤르메스는 죽은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안내한다!!) 정도였고 나머지 이야기는 왠지 읽으면서 끼워 맞춘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책의 내용에 대해 불신이 생겼으니 나의 무지를 드러내는 일이지만 그만큼 나에게 맞지 않는 책이었다. 어느정도 신화적 지식도, 의학적 지식도 갖춘 후에 읽었을 때야 재미있고 흥미가 있는 책이지 의학적 지식도 신화적 지식도 부족한 사람이 읽기에는 많이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강력하든, 그렇지 않든 대부분의 오늘날 사람들은 부권사회에 살고 있다. 매우 강력했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점차 힘이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힘은 대단하다. 대다수가 아버지의 성을 따르고 있으며 아버지의 권위등을 매우 당연히 여기고 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없는 나라라니. 제목만으로도 충분한 흥미를 끌었지만 단 한장의 풍경사진이 더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매우 흥미로운 지역이었다. 어머니에게서 어머니로 집안을 물려주는 곳. 결혼이라는 제도가 없으며 여인은 마음에 드는 남자와 자고, 아이를 낳게 되면 바로 그 남자를 차버리는 곳. 이렇게 말로만 들으면 매우 문란할 것 같고 우리가 듣기에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지만 그 곳의 사람들은 그 문화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고, 그 곳의 문화속에서 자란 화자가 매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다보니 읽다보니 쉽게 수긍이 되었던 신기한 문화 속 신기한 지역이었다.

 

  그 곳은 너무나도 시골이고 소수민족 가운데 소수민족이라 문자도, 생일도 없지만 배곯을 일 없이 음악과 더불어 살아가는 곳. 주인공은 그 지역의 딸이었다. 어머니의 품을 떠나지 않는다는 그 지역의 전통을 깬 어머니의 밑에서 자란 딸. 여자라면 보통 집에서 어머니의 일을 배우며 다음 세대를 키울 준비를 하지만 그녀는 산위에 홀로 외로이 양을 치는 외삼촌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고 돌아온 후에는 어머니가 그랬던 것 처럼 어머니의 품을 떠나 자신의 삶을 개척하러 나간다. 자신이 살고 있던 곳의 문화, 생각, 가치관, 언어 모든것이 달랐던 그 곳에서 매우 당당하게 살아나가는 그녀의 삶을 보고 있자면 절로 미소가 피어나온다.

 

 

  다만 안타까웠던 것은 먼저 책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멋진 사진이 띄엄띄엄 넣다보니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곳에 꽃혀있는것이 많아 내용이 흘러가다가 뚝뚝 끊기는 느낌이었고, 어딘가모르게 내용전개 등이 어색하였다는 것. 글의 성격이 뚜렷하지 않아 이것저것 섞여 있는 느낌이다보니 이 매력적인 이야기를 결국 흥미롭기만 한 이야기에서 끝났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