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사는 라티노들의 삶에 대한 열정과 긍정!
하루를 종달새처럼 행복하게 노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마음을 잃었다.
다시 오소희 작가다.
'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해 주는 마법 같은 책.
잠시 고단한 일상을 비껴나고 싶을 때 손에 들게 되는 책.
진지함과 유쾌함을 완벽한 조화로 버무려놓아 웃음 짓게 만드는 책.
글과 사진으로 촘촘히 채워진 400여 페이지의 넘겨짐이 아까워 안절부절하게 하는 책.
그동안 만나왔던 오소희 씨의 책은 나에게 이런 의미였다.
혼자만 누리고 싶어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기에도 아까운 책.
두 권으로 나눠 출간된 90일간의 남미 여행기의 첫 번째 책이다.
(제2권 <<그러므로 떠남은 언제나 옳다>>를 먼저 읽었으나, 아직 리뷰 못 올림!)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로 이어지는 첫 번째 이야기.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와 지리적인 위치뿐 아니라, 삶의 가치와 삶의 의미도 정반대로 살아가고 있는 '그곳'의 사람들이었다.
마치 '고통받으려고 사는' 우리들과 '살아있음'을 차고 넘치고 느끼며 펼치고 사는 사람들.
인간의 욕구를 '감추고 가두고 싸매고' 사는 우리들과 '일단 물고, 일단 빨고, 일단 사랑하고 보는' 사람들.
오소희 작가는 어김없이 그들의 삶 속에 슬며시 파고들어 멋지고 아름다운 또 한 번의 '여행'을 담아내고 있다. 그녀의 이 충만한 에너지는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 에너지는 계속되는 '떠남'과 선순환을 이루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이번 남미 여행기 중에 가보고 싶은 나라를 꼽아보자면?
"콜롬비아에서는 언제나 축하하고 먹고 마시고 춤출 훌륭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천성적으로 생기가 넘치는 사람들입니다. 언제나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돌보는 사람들이죠"
p.372
그래. 콜롬비아!
친구집에 머물며 맞은 아침에 가장 먼저 한 일이 쌀 씻는 것이었다는 대목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짠~했다. 아래에 인용해보자면.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의외로 쌀을 씻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밥을 하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툭하면 귀찮아졌던 그 일, 마지못해 한 적이 많았던 그 일. 모자란 사람이 성숙하는 데에는 한 달 반의 떠돌이 생활로 충분했던 모양이다....진심으로 밥을 지었다. p.375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참 많겠지만, 내가 늘 하던 '그 일상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도 분명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그냥 했던 것들을, 그저 보던 것들을 '진심으로' 보게 하는 새로운 눈과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다시 오소희 작가와 그의 아들 중빈을 부러움 가득, 존경심 가득 먼발치에서만 바라보았다.
'떠남'.... 아직도 내게 익숙지 않은 단어이다.
내겐 '용기'가 필요하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간절함'이 필요한 것가?!
덜 발달되어 있다는 것은 불편하다는 뜻이다. 불편하다는 것은 서로 의지해야만 일이 해결된다는 뜻이다. 이곳 사람들은 작은 일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일이 '소통'하고 '배려'해야만 한다. 여기엔 분명 불편함이 주는 '따사로움'이 있다. p.252
하루를 종달새처럼 행복하게 노래하는 지하철 안의 사람들 사이에 서서, 나는 마음을 앓았다. 삶은 무릇 제사여야 하는가, 축제여야 하는가? 내가 죽음의 스펙 쌓기로 찌들어가는 한국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는 동안, 나라 발전이야 늦거나 말거나, 상파울루의 지하철은 파티장으로 가는 아이들을 잔뜩 싣고 달렸다. p.307
여행자의 우선순위는 세상의 가치들과 역행해도 좋다. 세상은 지금 물질로 뭉쳐진 것에 가치를 두고, 여행자는 예나 지금이나 마음을 찾는데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역행에는 간절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간절함은 여행자의 도덕, 간절하지 않으면서 탐하는 것은 사치 이자 비도덕이다. '마음여행'은 끝나버리고 '돈 구경'이 시작되는 것이다. 제아무리 가난한 여행자라도, 스스로 엄정하지 않으면 돈 구경만 하고 돌아오는 수가 있다. 아마 우리의 삶도 비슷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삶의 여행자들이니까. p.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