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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은 퍽 흥미롭게 읽힌다. 삼십대 후반 여성의 복잡하게 뒤얽힌 심리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는 천운영의 이전 작품세계와 달라진 면모인데, 그녀의 소설이 삶에 대한 성찰로 다가가면서 나타나는 결과로 파악된다. 즉 작품이 삶의 결을 진중하게 끌어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삼십대 후반 여성의 복잡한 심리란 대체 어떠한 것인가. 가령 「백조의 호수」에서는 이러하다. 세칭 ‘골드 미스’라고 불릴 만한 여성이 있다. 나이가 여섯 살 아래인 마음에 드는 남성이 접근한다. “풋내기에게 모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남자가 여자의 수준에 오를 즈음이면 여자에게 싫증을 내고 남자를 떠받쳐줄 어린 여자애를 찾게 될 것이었다. 결국 여자는 존경받는 선생님으로 남는 게 훨씬 더 현실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204) 그렇지만, 외로움은 어찌 피할 도리가 없다. “봄은 여자에게 위태로운 계절이었다. 흩날리는 꽃잎과 따사로운 봄볕은 여자의 마음을 자주 흔들어 놓았다.”(207) 해외출장 갈 때마다 자신을 동행하던 애인이자 든든한 후원자인 유부남 의류업체 사장에게는 새 애인이 생겼다. “사장의 새 애인은 여자보다 열 살쯤 어려 보였다. 여자는 사장과의 관계를 정리했다.”(212)

「내가 쓴 것」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열 살 아래의 애인이 결별을 선언했다. 애인을 못 잊는 여자는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인기척에 놀라 보일러실에 몸을 숨겼다. 정사를 나눈 후 새롭게 생긴 그의 ‘애인’은 그의 ‘옛 애인’에 대한 소문의 진위를 묻는다. 그는 부정한다. “내가 총 맞았냐? 그런 나이 든 여자랑 사귀게?” 물론 그의 ‘옛 애인’이 “소설도 봐주고 뒤도 봐주고”(179) 했다는 사실도 강하게 부정한다. 즉 ‘옛 애인’의 존재가 통째로 삭제되는 양상이다. 나이 든 여자(‘옛 애인’)에 대한 젊은 여자의 시선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교수는 나를 시기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자신이 가져보지 못한 아름다움과, 앞으로도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젊음, 도무지 되찾을 수 없는 패기와 새로움. 침착한 얼굴 속에 비뚤어진 내면과 헛된 욕망, 그리고 적의. 차라리 무릎 꿇고 칭송하라, 가증스런 여교수여.”(165)

정리하자면, 인생의 봄날이 서서히 저물고 있음을 절박하게 인식하는 데서 삼십대 여성의 복잡한 심사가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두 개의 상반된 시선으로 나뉘어 있지만, 「노래하는 꽃마차」에 표현된 ‘봄’에 대한 인식은 작가 자신, 즉 삼십대 후반 여성의 분열된 시선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① “봄이 왔다. 차갑고 견고한 것들이 작고 여린 것들에게 굴복하는 시기. 벌레들이 언 땅에 구멍을 내고 여린 이파리들이 나뭇가지를 찢고 나오는, 반란과 폭동의 시기. 온갖 색과 향에 코와 눈이 머는 시기.”(145) ② “봄을 노래하지 마라. 봄은 순결한 처녀들을 꾀어내 꽃밭에서 뒹굴게 만드는 시험의 시기이니. 온갖 색과 향으로 눈을 멀게 하고 코를 멀게 하는 시기이니. 밤의 마녀들이 꽃가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사내들의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시기이니.”(148)

이전에 발표된 천운영의 소설들은 기법이 승한 반면 성찰의 면모는 그리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이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몇 가지 지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의 눈물 사용법』을 환영한다. 반갑다, 천운영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