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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접어들면 매번 노벨문학상에 관한 물음을 받게 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고은 시인이 몇 년째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세인의 관심은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발표하는 순간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 자긍심이 터무니없이 드높은 국민성까지 감안한다면, 이러한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 판단된다. 6,70년대부터 키워온 노벨문학상에 대한 기대인 만큼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파악할 수도 있겠다. 하기야 좋게 생각해서 노벨문학상을 받아서 나쁠 일은 없지 않겠는가.

노벨문학상을 둘러싼 국민적인 열기에 대하여 다소 삐딱하게 바라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노벨문학상을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서 냉정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세계적인 상이니 일단 받고 보자는 입장이라면 그 자체가 벌써 왜소한 의식을 드러내는 데 머무르고 만다. 나름의 기준과 평가를 포기해 버린 양상인 까닭이다. 둘째, 특별한 한 사람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한국문학의 수준을 증명할 수 있는가. 최근 유행하는 한국문학의 경향에 대한 우려가 짙기 때문에 이러한 자문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고은의 문학이 자신과 세계에 대한 물음이 없는 오락적인 문학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기억해 둘 만하다. 셋째, 노벨문학상에 대한 국민적인 열기는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이라기보다는 한국에 대한 애정에 가깝다. 그러니 이는 흥겹거나 아쉬운 이벤트라고 이해하는 것이 온당한 듯싶다. 지금 한국문학은 (준)국가기관까지 나서서 “힘내라! 한국문학”을 외치며 지원하고 있는 고사 직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더욱 반가웠던 것이 가을에 활발했던 외국문학과의 교류였다. 10월에는 <한·중 문학인대회>가 열렸으며, 11월에는 <2007 아시아·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이 펼쳐졌다. 이러한 교류는 첫 번째 비판 지점을 담론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젊은 작가들에게 세계문학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해주는 면도 있어서 두 번째 비판 지점과 닿아있기도 하다. 아직 세 번째 지점까지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으나, 이는 장기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봐야 할 사안이다.

이번 달에는 한국소설의 수확이 풍성하였다. ‘이 달의 책’으로 뽑은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이념의 전환기에 대응하는 작가의 시선이 이전의 작품에서처럼 회의에 가득 차 있다. 그렇지만, 구원으로서의 사랑으로 나아갈 방향을 열어두었다는 점에 변화의 조짐을 보여준다. 노년의 시선으로 세계의 한 자락을 따뜻하게 감싸는 박완서의 『친절한 복희씨』 또한 완성도가 높다. 진지한 성찰이 이끄는 깊이의 울림에 공감하여 두 작품을 별다른 이견 없이 선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소설과 세계문학의 소통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모옌의 장편소설 『홍까오량 가족』을 뽑았다. 모옌은 이미 세계적으로 적극적인 평가를 받고 있을뿐더러, 그의 소설이 다루는 세계는 한국사회에 내재한 기억과 겹치면서 갈라지는 부분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모쪼록 한국문학의 현장과 비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중국소설의 한국 소개는 올 한 해 특히 붐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한류(韓流)’에 대응하여 ‘화류(華流)’라고 불리고 있다. 이러한 출판계의 상황도 한편 고려의 대상이 되었다.

이대흠의 『이름만 이삐먼 머한다요』는 전라도의 방언을 구수하게 복원해 놓은 기록이다. 언어에 대한 감각도 감각이지만, 하나의 표준화된 세계(표준어)로 수렴되지 않고 다양한 가치의 공존을 모색하는 것도 문학에 응당 요구되는 정신이다. 삶에 밀착한 방언의 이와 같은 기록은 다른 방언의 기록과 보존에도 유의미한 사례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