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꽤) 유명한 작가 <아카가와 지로>는 매우 다작인 걸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특히 <삼색고양이 홈즈> 시리즈가 유명한데요, 그것말고도 아주아주 많은 작품리스트를 자랑하고 있다고 하죠. 저 역시 시리즈를 읽다 읽다 도중에 중단하고 말았지만...그의 작풍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품들도 보면 별로 고민하지 않고 쑤욱 쑤욱 써 내려간 느낌이 무지하게 강합니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들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이렇게 쉬운 분위기에서도 추리 만큼은 상당히 날카롭게 날을 갈고 있다는 것 때문일 것입니다. 추리가 형편없다면 제 아무리 캐릭터가 살아있고, 내용이 재미있어도 미스테리로서 성공은 못했을 텐데... 아주 심도가 깊은 것은 아니지만 결코 무시못할 추리 공력은 있어 보입니다.

 

아카가와 지로의 단편 소설집 <유령 후보생> 역시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우선 이 것 역시 <삼색 고양이 홈즈> 처럼 <유령시리즈>로 불리고 있습니다. <유령후보생>은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제가 원래 1편을 안 읽으면 절대 2편을 안 보는데 무엇에 홀렸는지 이 책을 먼저 구입하게 되어 본의 아니게 속도위반을 하게 되었네요^^ 일본에서는 20편이 넘게 나왔다는데...제가 보기에 국내에서는 그렇게 장수할 것 같진 않습니다.

 

우선 등장인물 부터 파격입니다.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중년 형사 우노 교이치 경감과 천방지축 미모의 여대생 나가이 유코라는 콤비는 제가 보기엔 상당히 파격 콤비네이션입니다. 사실 요새 이러한 콤비 플레이는 파격으로 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시리즈 처럼 굴지 재벌의 영계인 여형사와 그 집사(!)라는 파격적인 콤비도 있었으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재밌는 구성이긴 합니다.

 

게다가 둘 사이는 연인(!!). 그래서 몰입도가 한층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 단편 시리즈는 5개의 시리즈로 되어 있습니다.

 

1. <유령후보생> - 책의 타이틀 제목이기도 한 이 단편은 좀 깹니다. 솔직히 별로 추리적인 면에서는 약한데 내용이 다소 재밌긴 합니다. 읽어 볼만은 합니다.

 

2. <쌍둥이의 집> - 이 단편은 꽤 흥미롭습니다. 독자를 다소 헷갈리게 하는 느낌이 살아 있습니다. 까칠한 형과 사람좋은 동생...쌍둥이 형제. 힌트는 역시...쌍둥이라는 것(?)

 

3. <사자는 잠들었다> - 그럭저럭. 읽어 볼만 합니다. 추리요소는 다소 약하다 봐야겠지요.

 

4. <거리에 비가 내리듯> - 이 작품 역시 꽤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 사건이 일어난 거야? 범은 도대체 누구지?' 이러한 질문을 자꾸 던지게 하는 작품이 진정한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죠?

 

5. <잠자는 관 속의 미녀> - 유령후보생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작품이니 만큼 상당히 수준이 높고 재미있습니다. 5개의 작품 중 작가의 공력이 가장 많이 들어갔다는게 느껴지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감상평의 느낌을 읽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 <유령후보생>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걸작은 아닙니다. 하지만 읽는 재미는 뛰어나며, 그 동안 연쇄살인, 유괴, 납치 등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중범죄를 다룬 심각한 소설에 지친 미스테리 독자라면 힐링(?) 차원에서 가볍게 한번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저의 경우처럼 작년 이후로 매너리즘과 바쁜 삶에 치여서 4개월이상 미스테리 소설을 안 보다 다시 돌아올 때 부담없이 읽어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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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평을 한 마디로 이렇게 하고 싶습니다.

 

"참으로 흥미넘치는 걸작이다"

 

데니스 루헤인에 대해 더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살인자들의 섬>만 봐도 데니스 루헤인에 대한 평가는 한 마디로 'excellent'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의 작품은 사전에 아무런 의심없이 책을 읽고, 읽고 난 다음에도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작품 <밤에 살다> 또한 데니스 루헤인의 특유의 스킬이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일단 이 작품은 무척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읽어보면 상당히 리얼한 스토리입니다. 갱들의 숨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살아있습니다. 마치 영화를 바로 보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왠지 주인공 조와 영화배우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자꾸 겹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소설은 금주법이 시행되고 마피아가 판을 치던 30년대 미국 초기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차 세계대전 전까지 아직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법과 질서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던 그 시절에 일반 시민들이 악의 세계라 불리는 범죄계에서 오직 생존본능과 두뇌 하나로 성장해 가는 조 커글린의 일생을 통해 시대의 혼란상과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범죄를 찬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주인공을 비롯한 마피아들의 행태를 그다지 비판적인 시각으로 다루지도 않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입니다. 아마도 작가는 이 세계를 선과 악으로 양분하지 않고, 사회적 기준으로 볼때 극악무도한 범법자들인 갱들이 그들 만의 사회 내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어떠한 가치를 이루어가는지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과감없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참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생각해 보니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의 기준으로 보면 결코 영웅이 될 수 없는 악인들입니다. 너무 멋있게 그려진 것은 아닌지...

 

그러나 이 시대는 마피아는 범죄라는 개념도 있었지만 사업이라는 성격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세계에서든지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좋은 점만 가져다 쓸 수 있다면 이 소설에서도 배울 점은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 조 커글린은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서 업계(?)에서는 상당히 인간적인 성품을 가진 그가 냉철한 두뇌 하나로 거대한 위기를 이겨내고, 사랑과 부와 명예를 쟁취해 나가는 과정은 상당히 흥미롭게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지혜가 힘을 이길 수 있다는 성공철학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끝으로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이 전반적으로 섬세하고 리얼한 묘사가 주를 이루지만 <밤에 살다>는 소설 자체가 범죄자들의 세계를 다룬 것이다 보니 폭력적 묘사나 잔혹한 장면이 아주 리얼하게 묘사되곤 합니다. 점점 리얼해 지는 책의 수위를 두고 저 말고 다른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실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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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환타지다!'

 

추리라는 요소는 그 자체로도 명품 요리임에 틀림없지만 다른 요리를 더욱 맛있게 만들어 주는 멋들어진 향신료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출현안 어떠한 장르에 접목시켜도 그 빛을 발하는 것. 단연코 '추리 = 미스테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 <인사이트 밀>과 <덧없는 양들의 축연>을 읽어보고 독특하면서도 심도깊은 작가의 역량을 알고 있는지라 주저하지 않고 구입했는데 공교롭게도 구입한지 1년이 넘게 책장에 담겨있다 이제야 읽게 된 게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그 동안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었고 2012년 출간된 미스테리 중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도 높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읽어보니 역시 명성이 허명이 아니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영국 북부 해안의 솔론 제도 - 물론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곳입니다. 때는 영주와 자신의 영지를 다스리고, 3차 십자군 원정이 한창이던 중세시대입니다. 일본의 작가가 이런 낯설은 세상을 창조해 내 작품 쓰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별다른 고증의 흔적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어색하지 않게 시대배경을 잘 만들어 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작가는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때는 지구의 역사상 현존했던 중세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 이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던 그런 현실세계가 아닙니다.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 즉 환타지 소설의 배경인 마법 중세 시대라고나 할까요? 마법물약, 청동거인, 죽지않는 불사의 존재까지 환타지 장르를 잘 모르는 독자들은 조금은 고개를 갸웃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환타지 세계이다 보니 추리도 더욱 복잡해 집니다. 가령 예를 들어 밀실같은 경우는 현실의 잣대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라도 마법으로 하면 풀릴 수도 있다는 것이죠. 왠지 김이 좀 새기도 하지요. 솔직히 정통 추리소설에 비해 추리가 주는 즐거움은 다소 적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이 작품이 오로지 그런 수법에 의존에 추리를 풀어나갔다면 완전 식상한 작품이 되어 버렸을텐데 문제의 핵심 해결의 키는 정통 추리에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추리를 없애더라도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마치 잘만든 환타지 소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실감 나는 시대배경 또한 작품의 수준을 더욱 높여주는 듯 합니다. 머 당장 영화나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생각입니다.

 

갈수록 발전하는 일본 추리소설을 보니 부럽기도 합니다. 왠지 애국 모드로 돌아가 반전 마무리를 하자면 하루빨리 우리나라에도 추리문학이 활짝 꽃피어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이 나올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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