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을 읽으면서 키득키득 웃은 것은 이 시리즈가 아마 처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이트 미스테리라 했지만 실상은 코믹 미스테리가 아닐까 할 정도입니다.

 

이미 1편을 섭렵한 독자라면 다 알겠지만 이 시리즈는 3명의 등장인물이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단편집입니다.

 

인물설정부터가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참 재미있습니다. 거대기업의 영애이지만 신분을 감추고 열혈 형사로 일하는 히로인 레이코, 눈치없지만 왠지 밉지않은 가자마쓰리 모터스의 상속자이자 레이코의 상관인 가자마쓰리 경부 그리고 언제나 아가씨 레이코를 놀려 먹으면서도 척척 사건을 해결해 내는 정체불명의 집사 명탐정 가게야마! 참으로 기묘한 인물 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갈수록 재미있는 장면은 여형사 레이코는 사건해결이 안되면 은근히 가게야마의 도움을 바라지만 직접 물어보면 자존심도 상하고,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가게야마의 독설때문에 한참 망설이며 자기 딴에는 기발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사건 전말을 소개하는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집사 가게야마도 사건이라면 사죽을 못쓰고 궁금해하는 모습도 재미있고, 가자마쓰리 경부의 코믹한 모습도 재미있습니다. 유쾌 종합선물세트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 2편에서는 총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원하십니까?> 주제는 알리바이깨기 인데 마츠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이나 모리무라 세이치의 <고층의 사각지대>와 같은 복잡한 알리바이 깨기가 아닙니다. 간단히 범인이 주장하는 알리바이를 깨버리는 가게야마의 모습을 기대하십시오.

 

<살인할 때는 모자를 잊지 마시길> 과연 살인현장에서 모자가 사라진 이유는? 여러분은 과연 모자의 용도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살의 넘치는 파티에 잘 오셨습니다> 화기애애한 파티에서 벌어진 사건!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사건의 배경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성스러운 밤의 밀실은 어떠십니까> 눈이 내린 크리스마스... 사건현장인 집 주변에는 자전거 자국과 목격자의 발자국 밖에 없다?? 도대체 범인은 어떻게 들어가 어떻게 나온 거지?

 

<머리카락은 살인범의 생명입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왜 죽은 거지? 그리고 머리카락은 왜 자른 거지?

 

<완전한 밀실 따위는 없습니다> 보기드문 액션극 ㅋㅋ 피날레를 할 정도의 작품은 규모도 조금은 커야 할까?

 

추리자체가 무겁지 않고 간단하면서도 꽤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역량있는 작가들이 작정하고 쓴 추리소설들과 비교한다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습니다만 그냥 편하게 읽는다고 생각한다면 이 정도 수준이 딱 좋다는 생각도 듭니다.

 

벌써 3편을 읽고 있습니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이 시리즈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져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 군요^^

 

일본의 거대기업 호쇼

수수께끼, 집사, 형사, 경부, 경찰

히가시노 게이고를 보고 있으면 다윈의 <진화론>이 생각납니다.

 

분명 트릭을 중시하는 추리소설작가로 시작했는데 <백야행><용의자X의 헌신> 등 수도 셀 수 없는 다양한 작품을 쏟아내며 본격 추리물을 떠나 다양한 형태의 미스테리 장르를 섭렵하는 베스트셀러 미스테리 작가로 성장하더니 이제는 추리소설의 범주를 뛰어 넘어 여러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쓰는 역량넘치는 작가로 진화했습니다.

 

이건 작가의 역량도 역량이지만 미스테리 소설이 다양하게 진화 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는 일본 추리소설 시장의 힘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독자층이 두꺼우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성공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솔직히 아무리 뛰어난 작품을 쓴다한들 아무도 그 책을 읽지 않는다면 애시당초 좋은 씨앗을 심되 물은 주지 않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부터도 반성합니다. 국내 미스테리 소설... 진짜 많이 읽어봐야 겠습니다.

 

<나미야의 잡화점의 기적>은 정말 가슴 따뜻한 휴머니즘이 물씬 풍겨나는 힐링 소설입니다. 혹시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을 보고 추리소설인 줄 알고 고른 독자(이를테면 저같은 ㅠㅠ)가 있다면 이번 한번만 눈 딱 감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휴머니즘과 유머에 한번 빠져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참 잘 만들어 졌고, 각박한 세상에서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그런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제목에서도 알려주고 있다시피 고민 상담으로 유명했던 <나미야 잡화점>과 인근에 있는 아동보호시설인 <환광원>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하나로 이어지는 장편소설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소설의 완성도를 위해 과감히 현실성을 버리고 환타지 설정... 정말 각박하게 본다면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말도 안되는 설정을 제시합니다. 사실 현실성이 극히 중요시되는 미스테리 소설로 유명했던 작가가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을 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파격입니다.

 

즉 이 소설의 감동은 이 말도 안되는 설정 때문에 시작됩니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에피소드에서 연결되는 과거와 미래의 조합이 때로는 감동적으로,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숙연하게 전개되어 감동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기에 현실이니 비현실이니 하는 쓸데없는 고민은 하나도 들지 않게 되어 버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에피소드인 <한 밤중의 하모니카를>을 가장 감동깊게 읽은 것 같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좀도둑 3인조과 음악의 길과 생선가게 아들의 길에서 고민하는 주인공의 문답에 처음에는 웃다가 마지막에는 숙연한 감동에 젖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눈을 좀 씻은 기분입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입니다! 

히가시노게이고, 나미야잡화점의기적, 고민, 상담, 환타지

독자가 책을 고를 때는 무엇인가 그 책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이 책을 골랐을 때 기대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불세출의 천재 작곡가인 모차르트의 죽음을 과연 어떻게 재해석 했을까에 대한 기대심리 였습니다.

 

과거 중학교 시절에 <아마데우스>라는 명작 영화를 본 후 느꼈던 충격과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모차르트의 최후에 대한 새로운 미스테리를 제시하고 진실을 파헤치는 모습을 지켜보고자 이 책을 골랐지만 그 기대는 여지 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작가 스스로도 장르를 혼돈하고 있는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겉보기에는 미스테리 추리소설 같지만 사실 이 소설은 요즘 흔하디 흔한 액션 영화에 약간의 스릴러라는 조미료를 뿌린 것에 불과합니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하드보일드(?)성 작품 정도 되겠네요.

 

아무튼 추리나 미스테리는 절대 아닙니다. 처음에는 모차르트의 죽음의 비밀에 대해 쓰려고 한 것 같은데 결국 남는 것은 주인공 벤 호프의 화려하지만 행운이 너무 많이 따르는 도박성 복수 액션과 허무한 결말이 주 내용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도대체 모차르트 죽음의 비밀이 누구나 알수 있고 사실 인터넷이나 다른 책에 많이 소개된 내용으로(스포일러 땜에 공개를 자제하지만 사실 공개해도 관계 없을 정도로 모차르트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이유입니다) 전혀 색다른 것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이 정도 내용 때문에 이 책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 수를 생각하면... 첵의 전체적인 내용이 전부 영화나 다른 소설에서 본 듯한 내용밖에 없습니다.

 

너무 좋지 않은 평만 잔뜩 쓴 것 같아 조금 미안한 마음에 이 책의 장점에 대해서도 말하고자 합니다.

 

일단 액션 묘사와 스토리는 재미있습니다. 바로 영화로 크랭크인을 해도 될 정도로 영화적 장면을 생각하며 소설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이 책의 장점입니다. 더 이상은 할 말이 없네요.

모차르트, 프리메이슨, 클래식, 경호원, 음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