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보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공허한 십자가>는 우리에게 작가가 생각하는 의문을 던져주고 소설속의 이야기를 통해 예를 보여주면서 답은 스스로 찾으라는 것 같은 작품입니다.
그만큼 작품을 읽으면서 스토리 외에 살인의 가해자와 피해자, 속죄와 응징, 사법체계의 문제점 등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가장 정답에 가까운 해답을 찾아야 된다는 점에 있어서 다시한번 이 모든 것에 대해 고민해보게 많드는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와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최고의 미스테리로 만들어진 작품이 언뜻 생각납니다. 바로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이죠. 사형제도에 관한 고찰과 미스테리의 요소를 그야말로 완벽히 조화시킨 걸작으로 기억됩니다.
<공허한 십자가>의 주제는 <속죄나 응징이냐>하는 것에 있습니다. 소설의 줄기를 이루고 있는 2가지 사건을 통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에 대해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사형을 옹호하기 위한 작품인지 싶었지만 역시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책의 제목처럼 속죄없는 응징은 <공허한 십자가>에 불과하다는 것을 작가는 말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한테 가해자의 속죄나 응징이 다 무슨 소용일까요? 아마도 남은 평생 가슴속에 생긴 멍자국을 지우지 못한채 힘겹게 살아갈 것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렇게 잔인하게 창조된 동물이기 때문에 우리의 도처에 이러한 위험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답답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사람이 만든 제도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은 예방 백신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버둥거리며 살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슬픈 사실에 가슴이 더욱 아파지는 것 같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풍은 갈수록 진화하는 듯 합니다. 새롭게 그를 접한 독자들은 그가 과거에 본격 미스테리로 데뷔했다는 사실을 알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의 변화는 보기에도 즐겁고 응원해 주고 싶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소재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해주니 말입니다.
이 작품은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사회파 추리소설의 형태이지만 사실상 미스테리라기 보다는 사회문제를 다룬 소설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작가 태생이 미스테리 작가라 소설 속에서 스토리 전개 과정이 항상 <왜?>라는 의문 부호를 달게하면서 진행되긴 하지만 그다지 머리 아프게 범인을 생각해야 하고,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항상 <왜?>라는 생각을 갖고 책을 읽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몰입도 역시 매우 높다고 하겠습니다.
공허한십자가,
십자가,
사형,
법,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