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클래식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당시 우리 집에서 하숙을 쳤는데 하숙을 하던 대학생 형이 가방에 담긴 클래식 모음 카세트 테이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초등학생이 유행가를 부르던 시절이 아니라 동요밖에 모르던 시절이었지요.
당시 그 형이 그 중 하나를 틀어주었는데 바로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저 지하의 심연에서부터 울리는 듯한 서주 부문의 마력에 상당한 문화적 충격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후로 학창시절 동안 테이프 -> LP판 -> CD, DVD -> MP3로 이어지는 기술의 변화 속에서도 참으로 줄기차가 클래식 감상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결코 전문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애호가라 생각하고 있으니 등급으로 따지자면 중급 감상가(왠지 온라인 게임의 레벨명 같네요 ㅋㅋ) 정도는 되지 않을까 자부합니다.
그러면 '과연 너는 클래식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라고 누가 물어본다면 솔직히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한다'라고 밖에 할 수 없겠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알고 있을 수는 있겠지만 나 역시도 클래식을 100% 이해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이렇게 물어 볼 수 있습니다. '너는 그럼 클래식을 왜 좋아하냐?'...솔직히 여기에 대한 답 역시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때에 따라서는 깊은 감동까지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가요나 팝송, 심지어는 락과 메탈까지도 좋아하지만 클래식을 들을 때 만큼의 행복감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 <클래식 사용설명서>를 읽어 보았습니다. 나의 클래식 감상에 부족한 점을 메우고 싶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겠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여러가지 점에서 나에게도 참으로 유익한 책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작가 이현모 님은 아마도 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의 즐거움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 마음이 책 곳곳에 느껴졌습니다. 정말 바쁘게 돌아가는 인스턴트 디지털 시대에 클래식은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슬프지만 제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 중에 클래식을 듣는다고 하는 사람이 실상 한명도 없으니까요.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클래식 인구는 현재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이런 점에서 많은 이들을 설득하고자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클래식은 다른 음악 장르 못지 않게 즐겁고 재미있고 유익한 것이다'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총 7개의 Track을 설정하고 각각 35가지의 경우에 걸쳐 인생이야기와 함께 음악가의 인생까지 곁들여 가며, 상황에 맞는 음악을 선정해 추천해 주었습니다. 너무나도 고마운 가르침이라 감히 생각합니다.
클래식을 20년 넘게 듣다보니 나 역시도 이젠 헷갈립니다. 방향표를 잃어버린 나침반처럼 무슨 곡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체계적인 것이 없다보니 듣던 곡을 또 듣게 되고, 어려운 곡은 외면해 버리는 경향이 있어 잠시 매너리즘에 빠진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그 동안 소홀히 했던 곡들을 모두 적어보니 오랜만에 클래식에 대한 의욕도 다시 생긴 듯 합니다.
아주 유명한 곡을 빼고 내가 이 책에 소개된 곡 중 꼭 다시 들어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목록을 매겨보니 총 117곡이 나왔습니다. 이 곡들은 사실 어느정도 클래식을 들어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곡들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곡이 있다보니 이렇게 한번쯤 감상목록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들어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바로 오늘 저녁부터 들어보려고 합니다.
<클래식>은 정말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좋은 음악입니다. 이 책을 통해 나와 나의 가정에 도움이 되는 클래식이라는 친구를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클래식>은 우리 곁에 두면 인생을 행복하게 해 줄 둘도 없는 친구가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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