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천재가 있다고 믿습니다. 아쉽게도 나는 천재가 아니지만 분명 시대별로 각 분야마다 남다른 통찰력과 재능으로 시대의 발전을 한 단계 진보시킨 천재들이 있습니다.

 

음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단 클래식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듣는 모든 음악의 기틀을 만든 한 천재가 있습니다. 그 천재의 이름은 바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입니다.

 

흔히 음악의 천재라고 하면 모짜르트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맞습니다. 모짜르트는 천재의 개념에 딱 맞는 말 그대로 진정한 천재입니다. 모짜르트는 말 그대로 신이 그에게 음을 만들어내는 재주를 주었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도 많은 아름다운 곡들을 인류에게 선물한 천재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바흐가 천재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바흐가 남긴 수많은 음악들은 클래식 음악의 체계를 만들었고, 그의 작품에서부터 한층 진일보된 클래식 음악은 현존하는 모든 음악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또한 그가 남긴 주옥같은 작품들은 21세기인 지금까지도 매스미디어를 통해 방방곳곳에서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아마 바흐는 살아 생전에 자기자신이 이렇게 유명해지리라고 꿈도 꾸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시 동시대를 살던 많은 사람들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바흐는 모짜르트 처럼 불행한 인생을 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생애가 영광과 찬미로 가득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바흐는 당대에도 명성이 높았는데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작곡가로서 아니라 오르간 연주자로서의 명성이었습니다. 당시 작곡가로 명성을 떨쳤던 것은 타펠무지크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탈레만이었다고 합니다.

 

바흐의 음악을 들어보면 바로크 시대의 음악이고, 신을 찬미하는 마음이 가득하지만 왠지 당대의 작곡가들의 작품과 확연히 다른 차이점이 느껴집니다. 말 그대로 천편일률적인 바로크 음악이 아니고 뭔가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을 창조해 내는 능력은 모짜르트를 능가할 정도입니다.

 

그러면 왜 당시에는 그의 작품들이 인정받지 못했을까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남습니다. 왜 일까요? 그것은 음악은 종교의 부속품이라고 생각했던 막강한 종교계의 권력과 시대를 앞서가는 바흐의 음악에 대한 청충들의 몰이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당시 바흐를 비판했던 작곡가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지금 이름조차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남아 있습니다. 

 

골든베르크 변주곡이나 브란덴브루크 협주곡, 평균율, G선상의 아리아,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그리고 몇몇 유명한 칸타타 등 아무리 클래식에 대해 관심이 없더라도 우리는 그의 음악을 어떤 형태로든지 듣고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의 음악은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평소 클래식에 관심이 많다고 자부하던 나였지만 시공 지식총서 <바흐>에는 그야말로 바흐에 대해 아주 자세히 나와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 책에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가계 - 바흐 가문은 그야말로 음악의 가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음악가를 배출했습니다 - 와 시대배경, 그리고 바흐의 거대한 족적과 주변과의 갈등, 당시 음악계와 종교계와의 관계, 신에 대한 그의 사랑, 그리고 죽음, 작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이런 방대한 자료를 국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흐와 클래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야말로 고마운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바흐, 오르간, 바로크, 독일, 클래식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마치 땀으로 범벅이 된 불쾌하고 지저분한 몸과 마음이었다면, 읽고 난 후에는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온 후의 상쾌함이 느껴집니다. 내 마음과 영혼을 깨끗히 씻고 나온 느낌이 매우 좋았습니다.

 

솔직히 고해하건대 저는 카톨릭 신자도 아니고 게다가 태어나서 살아온지 꽤 되었건만 공지영 작가의 책도 처음 읽어본 사람입니다. 더욱이 공지영 작가는 책을 접하기도 전부터 TV에서부터 여러매체를 통해 이름을 접한 유명인이라 왠지 접하기 힘든 선입관이 먼저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책을 접했는데 카톨릭에 대한 문외한이 겪는 낮설음도 잠시...점점 더 작가의 이야기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역시 이분의 필력이 남다름이 있구나'하는 감탄을 하면서 책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이 책은 카톨릭 사제의 길을 걸어가는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두고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나는 요한 수사의 입장에서 하나님과 예수에게 끈임없이 묻고 답을 구하며 그 길을 꾿꾿이 가고자 하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네 젊은 청춘이 대개 그러하듯 갑자기 찾아온 사랑과 세상의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을때 방황하고야 마는 인간 정요한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 청춘의 고뇌는 일제시대와 6.25, 광주민주화 항쟁과 부조리한 현세대의 모습까지 여러형태의 모순과 부조리와 더불어 더욱 깊어져만 갑니다. 한 여자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사랑, 인류에 대한 사랑, 하나님과 예수에 대한 사랑...그리고 죽음의 벽에 신음하는 인간의 본성,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고 '내가 바로 너의 하나님이다'라고 했을때 분노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으며 '더욱 사랑하라'는 책 중의 말은 비단 예수님을 믿지 않더라도 부조리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이 좀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점은 책의 내용이 카톨릭을 중심으로 그리고 있지만 우리 세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W시 수도원 안에서만의 일이 아닌 세상속으로 시선을 돌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모순과 부조리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노력이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역시 사랑 얘기를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청춘의 첫사랑은 왜 이리 언제나 아픈 걸까요? 아파야만 성숙해지는 걸까요?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은 어쩌면 신이 우리에게 평생을 간직하다 작은 기쁨을 느끼고 싶을 때 한번씩 꺼내 보라고 선사한 선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찌보면 덧없이 짧은 인생이지만 아픔이 있으니 더 소중한 것 아닐까요? 저야말로 아주 평범한 인간의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잠시나마 요한 수사와 일심동체가 되어 때론 기뻐하고, 때론 슬퍼했던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공지영, 깊고푸른사다리, 첫사랑, 수도원, 예수

코요테(Coyote)는 알래스카에서 중앙아메리카까지 분포된 개과의 야생동물입니다. 한때는 북미대륙을 누비고 다녔을 이 영리한 개과 생물은 지금은 멸종위기라고 합니다. 인류의 손때가 묻은 도시문명이 이들의 삶의 터전을 자꾸만 파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제목이 라스트 코요테일까? 이 작품은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코요테는 이제는 LA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방인이자 외톨이에 불과한 존재로 바로 외로운 형사 해리 보슈에 대한 투영이라 여겨집니다. 존재는 있으나 유령처럼 살아가야 하는 도심의 코요테야 말로 물과 기름처럼 세상에 섞이지 못하는 해리 보슈의 모습 그 자체일 것입니다.

 

해리 보슈는 LA의 살인반 형사입니다. 고아원 출신이고 베트남 참전용사이며, 엄마는 창녀출신에다 거리에서 살해당해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범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게다가 애인은 떠나버리고, 지진으로 집까지 부서져 퇴거해야 하고, 본인은 폭력성향으로 정직 중...아 이런 정도로 엉망진창인 상황이 있을까 싶습니다.

 

이 소설은 형사 해리 보슈가 모든 것이 뒤죽박죽 되어버린 상황 속에서 그 동안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잘못 채워져버린 첫 단추...바로 엄마의 살인범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리 보슈는 사실 정의로운 캐릭터가 아닙니다. 사실 좀 꼬인 캐릭터죠. 대책없는 폭력성향에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수단이나 절차따위는 개똥보다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애시당초 이 캐릭터에게 냉철한 판단력이나 절제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다보니 이 책의 장르는 자연스레 하드보일드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그냥 영화처럼 스토리를 쭈욱 따라가다보면 결론이 나오기 때문에 그다지 머리 쓸 일은 없지만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그렇게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반전이 있긴 하지만 보통 수준 정도인 듯 하구요. 이 소설의 재미는 역시 스토리와 해리 보슈의 꽤 마초같은 모습을 보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공허하고 외로움, 답답함 등은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 마이클 코넬리는 유명 작가입니다. <블랙 에코>, <시인>,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등 유명 작품들이 국내에도 많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작품도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이 작품 하나로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내용은 재미있으되 그렇게 많은 것이 남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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