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Book level : 6.1

[나홀로 원서로 고전읽기 프로젝트 9th Book]

읽은 날짜 : 9/9

 

  이 책을 classics 에 넣어야 할지 books에 넣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읽은 날짜는 훨씬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글을 썼다. 적어도 puffin classics 시리즈에 있으니 일단은 classic으로 봐도 괜찮지 않을까?

 

  가끔 Judy가 자신이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을 말하기 때문에 간혹 어려운 용어가 나올 때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쉽다. 특히 편지 형식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책이 굉장히 얇은데다 중간중간에 Judy가 직접 그린 앙증맞은 그림들도 있기 때문에 북 레벨에 비해 훨씬 쉽게 읽힌다고 생각한다.

 

 왜 나의 기억속의 Judy는 굉장히 어린 소녀였을까?

이 책을 읽기 전 내 머릿 속의 키다리 아저씨는 연애 소설이라기보다는 동화, 굳이 비교하자면 소공녀와 비슷한 그런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책을 다시보니 전혀 아니였다. 일단 주인공은 어린 소녀라기보다는 어엿한 대학생이다. 결코 어리다고만 할 수 없고 로맨스를 그리기에 충분한 나이이다. 그리고 누가 뭐라하든 이 책의 장르는 로맨스다.

 

 어느 날, 글쓰기에 나름 재능이 있는 고아소녀 Judy의 글을 보고 그녀를 대학으로 보내주겠다는 후원자가 나타난다. Judy는 그 덕분에 대학에서 문학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게 되고 그에게 그 답례로 편지로 자신이 학교에서 배워가는 내용과 학업성취도?를 알려주기로 한다. 하루하루 친구들도 사귀어 가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떠가던 그때, 드디어 그분이 나타나신다. 물론 주인공 Judy는 그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지만 연애소설 조금 읽어봤다면, 아니 드라마 한두편 제대로 본사람이라면 딱 눈치채게 되어있다. 그리고 알콩달콩한 로맨스가 이어진다. 키다리 아저씨를 왜 인자한 중후한 신사로만 기억하고 있었는지.. 오히려 조금은 거만하고 제멋대로에 소유욕 강한 어린 아이 같은 구석이 많다. 딱 요즘 로맨스 드라마에도 많이 나오는 그런 캐릭터이다.

 

Hamlet을 공부한다니깐 Hamlet 공연에 초대하고 유럽 여행도 제안하는데도 눈치채지 못하는 주인공이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보는 내내 가슴이 간질간질하니 미소짓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I've discovered the true secret of happiness, Daddy, and that is to live in the now. Not to be forever regretting the past, or anticipating the future; but to get the most that you can out of this very instant.

                                                                                                                                   - P. 132

AR Book level : 7.7

[나홀로 원서로 고전읽기 프로젝트 8th Book]

읽은 날짜 : 9/26 ~ 10/1

 

19세기의 소설은 확실히 20세기에 쓰여진 모던 클래식보다는 좀 더 단어가 어려운 맛이 있다. 그래도 한권한권 읽으며 쌓아놓은 단어량 때문인지 그 난해함에 불구하고 그렇게 포기하고 싶을 정도는 아니였다. 단지 Henry, 이 친구가 나오면 가끔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도 느꼈다. 물론 한국어로 읽었다고 해서 그가 한 말 모두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싶을정도로 난해하지만 곱씹다보면 가끔씩 말도 안되는 그의 논리에 귀가 솔깃해지기도 한다.

 

오스카 와일드라는 작가에 대하여 동성애자였다던가 하고 막연히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작품을 대한건 처음이었다.

마치 자전적 소설의 느낌이랄까,  이 작품을 읽고나면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대충 알수 있을 것 같다.

지독한 탐미주의와 헤도니즘, 그리고 젊음에 대한 예찬.

등장인물들의 말, 생각을 통해 드러나는 오스카 와일드의 이야기는 아름다우면서도 불결하다.

또한 오스카 와일드, 아니 당시의 남자들이 여자를 어떻게 봤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도 많다.

 

Men marry because they are tired; women, because they are curious: both are disappointed.  -p. 42

 

When a woman marries again it is because she detested her first husband. When a man marries again, it is because he adored his first wife. Women try their luck; men risk theirs.

 

뭔가 맞는 듯한 소리인 것 같다. 하지만 책 전반에 깔려 있는 여성에 대한 비하적 시선이, 물론 19세기 소설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조금은 불쾌하다.

 

너무도 아름다운 청년 Dorian Gray는 어느 순간 친구가 그려준 자신의 초상화가 자신대신 나이를 먹고 자신의 죄악을 떠안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언제나 순수한 상태로 늙지 않는 자신의 얼굴과 상반되게 점점 추악하게 변해가는 자신의 초상화, 그 극렬한 대비를 통해 쾌락을 얻는 Dorian은 그러면서도 누가 자신의 영혼의 추악함을 보게 될까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아름다움과 쾌락에 빠져 지내던 Dorian이 자신의 그림을 그려준 Hallward를 살해하는 장면에서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그의 광기는 완성된다. 그리고 결국 스스로 파탄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인간이 자기의 죄악을 누군가에 던져버릴 수 있을 때, 과연 그 인간은 어떻게 변해 갈 것인가? 인간의 본성과 원죄에 대하여 생각해볼 만하다.

 

분명 Dorian은 죄인이다. 선과 악으로 구분하자면 악이다. 그런데도 왜 그의 결말이 이리도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운 걸까..

 

  아픈 사랑 ..

  이 책을 바라보면 이 단어가 떠오른다. 평생을 기다리는 여자. 평생을 떠도는 남자.

  첫 만남부터 마지막 만남까지 가슴이 절절하다. 중간중간 유쾌한 장면도 분명 많았다. 어린 클레어를 괴롭힌 남학생에게 미래의 남편인 헨리가 복수해주는 장면은 정말 꿈같으면서도 통쾌하기도 하다. 그러나 처음 헨리가 일하는 도서관에서 클레어와 만나는 순간부터, 아니 정확하게는 둘이 저녁에 만날 약속을 하고 클레어의 돌아가는 뒷 모습을 창을 통해 바라보던 장면부터 울컥해진다.

 

P.6

" I see Calre running across Washington Square, jumping and wooping, and I am near tears and I don't know why.'

                                                                                                                                                      - Henry

 

  똑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것 같으면서도 언제나 함께 있지 못해 마음 아픈 사랑.

  어린 클레어는 헨리가 언제 미래에서 오는지 기다리고, 현재의 클레어는 과거 또는 미래로 간 헨리가 언제 올까 기다리고, 미래의 클레어는 과거의 헨리가 언제쯤 자기를 찾아오는지 기다린다. 게다가 딸까지도 같은 병을 앓는 환자라는 기막힐 노릇...(타임슬립을 일종의 유전적 질환으로 풀어내는 것이 굉장히 참신했다. 누구나 탐내할 만한 능력이 아니라, 주인공을 괴롭히는 병이라는 설정이 이 책의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는 듯하다. 생각해봐라. 언제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에 갑자기 나체로 떨어지는 기분을..)

 

 주인공이 한번쯤 자신의 운명에 대항해 봤음직도 할텐데 뻔히 미래도 과거도 알면서 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헨리.. 과연 Free will이란 것이 존재하는 가에 대하여 의문이다. 한번 쯤은 부인이나 딸을 위해 짜여놓은 시나리오 같은 인생에 한번쯤 거역해 봤어도 좋았을 것을... 마치 헨리의 인생은 이미 다 촬영해 놓은 비디오테입같은 느낌이었다. 그것도 비극으로 끝나는 영화 말이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책만한 영화는 만나기 참 힘든것 같다. 유독 이 책은 그게 심했는데 책을 읽고 영화를 보니 영화가 너무 재미없었다. 시간적 제약이 있어서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삭제한지라 영화만 봤다거나 아예 영화를 먼저 봤다면 모르되, 책을 보고 영화를 보니 정말 별로 였다. 특히 엔딩신도 책이 더 마음에 들어요. 그나마 배우가 두명 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인지라 꾹 참고 봤다. 그런데 고메즈 캐스팅 너무 심한거 아닌가 싶다. 굉장히 마음에 드는 캐릭터인데 tall and blond 라더니... 아무리봐도 미스캐스팅이다. 굳이 영화를 보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으나 그냥 책만 권하고 싶다.

 

  날씨 선선한 가을에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