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날짜 : 8월 7일
1부의 부제 : 만약 빵집 주인이 칼 마르크스를 읽는다면
2부의 부제 : 몸에 좋은 빵을 찾아서 + 빵집 홍보..
경제에 관련된 책을 읽어보자 결심하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을 골랐다.
빵집 개업을 결심하고 자본주의의 병폐에 고민하던 주인공에게 아버지가 '자본론'을 읽을 것을 권하게 된다. 1부를 마칠 때만 해도 모시도라 신드롬을 일으킨 ‘만약 고교 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과 같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 같아 푹 빠져들었다. 수첩에 간단한 메모도 그려가며, 노동의 가치에 대하여 생각도 해보고, 자본주의 구조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좀 더 생생하게 다가가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2부로 가서는 전혀 다른 책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자본주의에 맞서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그것보다는 완벽한 빵을 만드는 것이 주 내용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자신의 빵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데 지나치게 이야기가 반복되는가도 싶고 자본론은 갑자기 사라져 버린 듯싶다. '
물론 부패'와 '발효'에 대비하여 경제를 이해하는 작가의 경제에 대한 관점이 마음에 와 닿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작가를 보면서 자극을 받았지만 말이다.
비록 책은 구미에 완전히 맞지 않았지만 작은 혁명가인 작가의 삶을 응원한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자연 효모로 만든 빵을 맛보고 싶다.
"비료를 안 준 작물은 살기 위해서 흙에서 양분을 얻으려고 필사적으로 뿌리를 내리지. 작물 스스로가 자기 안에 숨은 생명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살아보려 한다는 거야. 그 생명력이 자손을 남기기 위한 과실이나 씨앗으로 결실을 맺는 거지. 밀이나 쌀로 치면 생명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 한 톨 한 톨에 모든 생명력을 응집시킨다는 말이야. 우리같이 자연재배를 하는 농사꾼들은 바로 그런 매커니즘 때문에 작물에 강한 생명력이 깃든다고 믿는다네. "
- p. 132
사람들은 돈이라는 이름의 비료를 대량으로 투입해 경제를 뒤룩뒤룩 살찌게 한다. 내용물이야 어떻든 이윤만 늘면 된다. GDP만 키우면 된다. 주가가 오르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 비만이라는 병에 걸린 경재는 거품을 낳고, 그 거품이 터지면 공황이 찾아온다. 거품 붕괴는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살쪄서 비정상이 되어버린 경제가 균형을 되찾는 자정작용이다.
그런데 부패하지 않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공황도 거품 붕괴도 허용하지 않는다. 적자 국채를 발행하는 등의 재정출동이나 제로금리정책과 양적완화 같은 금융정책을 통해 돈이라는 이름의 비료를 대량으로 살포하는 수법을 써서 한없이 경제를 살찌우려고만 한다.
- p.147
천연 균은 살아가는 힘이 없는 것들을 부패시킨다. 리트모스 시험지처럼 생명의 활동을 잘 따른 음식을 선별해서, 자연의 힘으로 억세게 살아가는 것들만 발효시킨다. 어떤 의미에서 부패는 생명에게 불필요한 것들 또한 불순한 것들을 정화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는 이윤이 아니라 순환과 발효에 초점을 맞춘 부패하는 경제에 도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