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슬픈것일까? 아침마다 슬픔이 나를 맞아주는 것일까? 
아니다. 나는 결심했다. 곧,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내 슬픔은 끝날 것이다. 

도저히 어린아이의 생각이라고 하기엔 믿겨지지 않는, 너무 일찍 철들어 버린 한 아이의 이야기는 비참함 그 자체였다. ’세상에 이런 부모가 또 어디있을까?’ 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처음부터 끝까지 맴돌았고 분노와 화가 치밀었었다. 그만큼 이 여자의 부모는 정말이지 지독했다.

영국의 첫 흑인여성 판사인 콘스턴스 브리스코는 어릴적 주위사람들에게 클레어라고 불렸다. 후에 알게된 본명은 콘스턴스 브리스코이다. 그녀는 도박상금을 딴 돈 때문에 평생 직장을 갖지 않았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했던 어머니, 그리고 눈치 빠르고 얄미운 두 언니와 많은 어린 동생들 사이에서 자랐다. 

사실 이렇게 간단하게 이 가족을 설명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도박상금을 딴 후로 아버지는 가정을 떠나살며 가끔 음식과 선물을 안겨 줄 뿐 자신의 자녀에게 이렇다 할 만한 양육적 도움을 주지 않았다. 또한 어머니는 클레어가 못생기고 야뇨증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다른 자녀들과 달리 학대하고 차별대우 했다. 클레어가 눈 앞에 보이기만 하면 아무 이유없이 때리고 폭언을 일삼는 어머니는 누가봐도 문제가 있었다. 또한 탐욕의 온상이라고나 할까? 양육비를 받으면서도 자녀들에게, 특히 클레어에게 넉넉한 음식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숨겨놓기도 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라는 속담은 그녀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 같았다.

저런 여자와 함께 살지 않으면 좋을 텐데. 저 여자는 내가 자기를 미워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제 저 여자를 엄마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 집안이 더욱 가관이 된 건 클레어의 어머니에게 새 남편이 생긴 후 부터였다. 새 남편 이스트먼은 자신의 자식들이 아니란 이유로 클레어를 비롯해 아이들을 스파이 짓 하면서 어머니가 자식들을 혼내도록 부추겼다. 클레어는 그런 이스트먼에게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들었고 그와 몸싸움을 하기 일쑤였다. 어린 아이와 싸우는 어른이라... 참 한심해 보였다.

13살이 되던 해, 클레어에게 가장 혹독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클레어와 두 언니를 홀로 집에 남기고 어머니가 이스트먼과 어린 동생을 데리고 이사를 가버렸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멀쩡히 살아있는 부모가 자식을 버린다는 것은 도무지 용납되지 않는 행동이다. 더군다나 못입고 못먹는 상황도 아닌데... 이 상황에서도 클레어는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찾기 시작한다. 그녀의 꿈이었던 판사가 되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학업을 꾸준히 이어나갔으며 생계를 유지하기위해 아르바이트를 늘렸다. 

"그래야지. 얘야. 목표를 높이 세워야 하는 거야. 
이 세상에는 너를 가로막을 수 있는 사람이 딱 한명 있어. 
클레어. 너를 가로막을 수 있는 건 너 밖에 없어. 
너는 멀리까지 나아갈 능력을 갖고 있단다. 그냥 가기만 하면 돼."

클레어에게 가장 귀감이 되었던 K선생님이 그녀에게 한 말이다. 사고로 인해 불행히도 불구가 되었지만 K선생님은 클레어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은 도움을 주었던 분이었다. (물론 벰할아버지와 앤절라 아주머니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클레어가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고 친 엄마 보다도 더 많은 사랑과 애정을 주었다. 어떻게 보면 K선생님은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인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돈보다 물질적인 것 보다도 필요한건 관심과 사랑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클레어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다. 보통 아이들이 자라온 환경과 멀리 떨어진 출발선에서 시작했지만 쉬지 않고 달렸다. 자신을 버리고 이사간 후 또다시 그녀를 찾아와 돈을 요구하고 학대한 어머니 또한 견뎌냈다. 그리고 그녀가 꿈꾸던 법대에 들어갔다. 그녀는 그녀의 어머니가 말해왔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년’이 아니었다. K선생님이 말한 ’멀리까지 나아갈 능력을 갖고있는 아이’ 였던 것이다. 

책의 초반은 눈살이 찌푸려 질 정도로 괴로웠던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끝은 희망과 꿈의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어 마음이 놓였다. 이 같은 삶을 사는 아이들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쓰라렸다. 부디 그 아이들이 클레어, 아니 콘스턴스 브리스코 처럼 승리하길 조용히 기도해본다.

사랑받지못한어글리

곰과 함께한 목사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린 [하늘이 내린 곰]은 읽는 내내 소소한 웃음거리를 제공했다. 또한 이 작품은 작가인 ’아르토 파실린나’의 능청스럽고도 유머러스한 면을 한껏 느끼도록 했다.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어미곰을 잃은 새끼곰을 어쩔 수 없이 떠안게 된 목사 후스코넨이 새끼곰을 돌보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평소 자신의 종교에 의구심을 갖고 교리에 어긋나는 글을 써 주교의 눈밖에 난 후스코넨은 단조롭기 그지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50세 생일선물로 새끼곰을 떠안게 되면서 평범했던 삶이 송두리째 바뀌고 만다. 그래도 싫지만은 않은지 후스코넨은 자신이 어미곰인 마냥 곰을 돌보고 교육시키며 겨울에는 새끼곰이 동면할 수 있도록 돕기까지 한다.

 이 과정에서 후스코넨은 자신의 종교와 목사라는 직업에서 떠나 세속적인 일들을 하기 시작한다. 물론 가끔 자신의 본분을 되새김질 하려는 듯이 성경구절을 읊기도 하지만 말이다. 우물속에서 수직으로 창던지기, 교리에 어긋나는 글을 신문에 기고하기, 동면을 돕기 위해 곰동굴을 만들기, 곰동굴에서 여학자와 함께 생활하기 등등 후스코넨은 보편적인 목사와는 다른 일들을 즐겨했다. 결국 이 행동들 때문에 가정에서 쫓겨나고 목사라는 지위조차 잃게 되는데 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는 새로운 모험을 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제 운명에 굴복하지 않으려면 뭐든 과감하게 시도해야 했다. 이제 곰하고 떠도는 신세였고, 무엇보다도 먼저 정신을 바짝 차려서 뭐든 할 수 있는 여행의 목적지, 목표를 직시해야 했다.

 후스코넨은 시민대학에 머물면서 곰에게 빨래와 다림질, 상차림까지 가르쳤고 운좋게도 선원이 되어 곰과 함께 북극해안과 지중해까지 함께 여행한다. 평소 후스코넨이 곰에게 가르친 묘기들(가령 성호를 긋거나 기도하는 것, 다림질?)은 배 안에서 여행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충분했고 덕분에 후스코넨은 짭짤하게 돈도 벌었다.

 핀란드 작은 마을의 목사로 평생 살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소소한 사건들은 후스코넨의 인생을 더욱 윤택하게 한 것 같다. 후스코넨이 관심은 있었지만 선뜻 연구할 수 없었던 우주외계분야에 발을 디딛게 되고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종교에 대한 의심을 떨치는것을 보면 그도 목사라는 직위에서 벗어나 평범한 한 사람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추잡한 싸움을 제발 그만두시오! 각자 자신들의 신념만 옹호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이해심을 보여야 할 것이오. 이 세상의 모든 종교는 많은 장점, 인간적은 면을 품고 있소. 모두들 제각기 신을 모시고 있으니 다들 신적인 존재란 말이오.  이 불평불만 많은 불한당들아.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찾으려 들지 말고 너희 자신과 너희 형제들과 의좋게 지내라! 아멘!

한편 이 크고작은 상황들 속에서 작가는 종교 이야기를 목사를 통해 줄곧 화두로 삼았는데 뼈있는 말로서 현대 교회의 세태를 꼬집고 있다. 그러나 이 보다는 익살스럽고 풍자로서 한 차원 비판의 강도를 줄였기에 작가의 능청스러운 면을 볼 수 있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하늘이 내린 곰]을 통해 핀란드식 유머를 즐겼다. 인간이 하는 것을 따라하는 곰의 행동들은 왠지 모르게 웃음을 자아냈고 목사의 엉뚱한 언변과 함께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던 [하늘이 내린 곰]. 핀란드 어디에선가 살고 있을 법한 이 캐릭터들 덕분에 기분 좋은 웃음을 지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실에 재미를 못느끼는 이들에게 당장 모험을 떠나라고 말하는 것 같은 이 책. 후스코넨의 대모험(?!) 막을 내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로다"

 

 

 

오랜만에 조지 윈스턴의 앨범을 받았다. December 이후로 손에 안긴 CD다. 그만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자켓은 잔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한 껏 발산하고 있다. 사실 이번 앨범은 조지윈스턴이 작업한 두번째 빈스과랄디 헌정앨범이다. 첫번째 앨범은 1996년에 발매된 [Linus & Lucy] 앨범이었는데 Linus & Lucy, A Charlie Brown Thanksgiving 등 피너츠를 대표한 곡들을 담았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빈스과랄디가 연주했던 미공개 작품이나 TV에피소드, TV스페셜에만 공개되었던 곡들을 각색했다고 한다. (사실 자켓을 다 읽어보지 않았지만 대략 그렇다고 이해함.)

1번 Time for love로 시작해 마지막 곡인 Love will come2를 끝까지 듣고 있으면 찰리 브라운과 그 친구들을 마치 눈앞에 보는 것처럼 생생하며 즐거운 기분이 온몸을 감싸는 듯 하다. 또한 과랄디만의 맛깔스런 재즈원곡들을 조지윈스턴만의 맛으로 변신(?!)했으니 원곡과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각각의 곡들은 사연이 깊은데 CD자켓의 소개된 글들은 영문으로 되어 있다. 빈스과랄디와 조지 윈스턴을 모르는 이들에게 쉽게 소개될 수 있는 팜플렛이 제공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음... 수입앨범이라 그럴지도?

 피아노 한 대 만으로 여러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를 가진 조지 윈스턴이 정말 부러웠다.

각각의 곡들을 먼저 살펴보면 총 16곡으로 이루어져있고 다양한 키(그 중 C와 F키가 제일 많음)를 사용해 음변화의 놀라움을 들려주었다. 개인적으로 과랄디 하면 복잡한 음속에서 조화로움과 균형을 들려주는 피아니스트로 각인되어 있었는데 조지윈스턴만의 재해석을 들으면서 마치 과랄디가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쩜 그의 매력을 콕콕 찝어내는지!!! 16곡 중 가장 귀를 즐겁게 했던 곡은 It was a short summer Charlie brown, Woodstock, Room at the bottom 이었다. 경쾌하고 빠른 템포에서 피너츠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의 발랄함을 느끼도록 해준 곡 It was a short summer Charlie brown, Woodstock과 예전의 조지윈스턴 스타일이 다시 부활 한 것 같은 Room at the bottom은 최고였던 것 같다. 

자신의 음악이 아닌 오직 빈스 과랄디만의 음악을 위해 준비한 그의 앨범 [Love will come]은 조지 윈스턴의 음악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실망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기대와 감동을 모두 충족시켜준 앨범이었다. 헌정 앨범인데도 불구하고 조지 윈스턴 자신만의 감성이 확실히 녹아있고 동시에 피너츠를 그립게 만들었던 힘은 이 앨범안에 분명 있었다. 

Track list

1. Time for love
2. It was a short summer, Charlie brown
3. Macedonia/ Little David
4. Woodstock
5. Fenwyck’s farfel? Calling Dr. Funk
6. Room at the bottom
7. Air music
8. Be my valentine, Charlie brown
9. Brasilia

10. You’re elected, charlie brown/ Little birdie
11. Jambo’s (Casaba)
12. Pebble beach/ Dolores park
13. Love will come/ Slow dance
14. Rain, Rain, Go away
15. Nobody else 
16. Love will come 2

조지윈스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