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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라는 건 대놓고 이제부터 웃기겠다고 작정하고 덤빌 때보다

갑자기 허를 찌르는 농담이 등장할 때, 진지한 상황에서 한 마디씩 툭 던져 분위기를 반전 시킬 때가

훨씬 더 즐겁고 재미있다고 여겨진다. 특히 나는 그게 어떤 장르가 되든 어떤 사람이 되든

유머 감각이 있으면 일단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유머감각이 있는 정치가, 유머 감각이 있는 선생님,

유머 감각이 있는 배우, 유머 감각이 있는 작가... 허나 그런 사람이 우리나라엔 좀 드물 다는 거.

책을 읽다가 가끔 빵 하고 터질 때가 있는데 그렇게 날 웃겨준 작가는 일단 후한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 나카타 에이이치의 <기치조지의 아사히나군>도 그랬다. 이 책으로 처음 만났는데

보시다시피 표지가 참으로...제목도 그렇고 손이 안가게 생겨주셨다는 것이 반전이라면 반전.

아, 좀 더 표지와 디자인에 신경써주셨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재미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었는데 어떤가 싶어 집어들었다가 간만에 책읽다가 빵 터졌다는~

구체적으로 어디서 왜 그랬는지는 자세히 설명은 오히려 재미를 망치는 일이니 설명은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이 작가는 유머감각이 뭔지 좀 알고 있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나하고 개그감각이

좀 맞는 걸 수도 있고 말이다. ㅋㅋ

 

이 책은 다섯개의 단편 소설이 모인 소설집이다. 작고 소박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이야기 속에 비밀을 쏙 쏙 숨겨 놓았다. 그 점이 더 흥미로운 점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그

순간에는 잘 모르던 것들, 잘 안보이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야 제대로 보이고 제대로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지구를 구하고, 세상을 구하는 일들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일들이겠으나

때로는 그런 자잘한 미스터리가 때로는 누군가의 일상에 혹은 마음에 큰 파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거대한 모험들 보다 작고 사소한 생활 속에 숨은 반전들이 말이다. 우리들의 일상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런 자잘한 미스터리들과 함께 할지도. ㅋㅋㅋ

나카타 에이이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 본다.

- 다락방서 허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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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도 다 하고, 세상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고,

아주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들도 별로 없었고 하고 싶은 일 보다 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내가 그리 대단한 인물이 아님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참 버거웠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조금씩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 익숙해지고 할 수 있는 일들로 일상을

채우며 나름 열심히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순간 순간에도 한 번씩 인생이라는 게

정말 이런 걸까, 이대로 살면 되는 걸까, 나는 계속 성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후퇴하고 있는 것인지를

묻게 되는 순간들이 다가옵니다. 그런 고민은 어떤 때는 우울한 얼굴로, 어떤 때는 철없는 바람처럼,

어떤 때는 심각한 철학문제처럼, 어떤 때는 떼어내고 싶은 찐드기처럼 왔다가 또 그렇게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산다는 것은 답을 찾는 일이고 여전히

우왕자왕하고 고민하고 실수하는 것의 연속이라는 것을 어릴 때는 몰랐는데 말입니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들은 바로 그런 질문과 고민을 담아낸 책입니다. 심플한 그림, 그러나 진지한

전개, 때론 명쾌하고 때론 공감하고 때론 고개를 끄덕이고 반대로 고개를 갸웃하면서 만화책을 읽게

됩니다. 결혼은 하지 않았고 연애도 하지 않는 어쩌다 보니 삼심대 중반이 되어버린 여자들의

이야기에 친구들 얼굴이 떠오르기도 하고, 나 역시 같은 고민을 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이들의 고민에서는 역시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기기도 합니다.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번달 책 시키면서 과감히 질렀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른이 되어서

좋은 것들 중 하나는 보고 싶은 책은 만화든 소설이든 역사든 일단 크게 고민하지 않고

질러댈 수 있다는 것이네요. ㅋㅋㅋㅋ 어째든 각 권은 다 다른 이야기면서 동시에 서로 연결된

이야기입니다. 따로 읽어도 좋고 다 읽어도 좋구요.

 

서른이 넘고 어른이 되었어도 여전히 질문을 하고 고민을 하는 것이 애들에게는 공감이 안될 테고,

어른들에게는 한번쯤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일요일 오전, 봄맞이 집안청소를 싹 마치고 소파에

누워 만화책을 보는데 가슴 한구석이 찡~ 했습니다. 나, 이렇게 나이 들어도 괜찮을 걸까.. 하고

자신의 일상에 질문을 던져 본 어른들이라면 아마 누구나 다 그랬을 겁니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질문을 멈출 수 없는 어른들에게 권해 봅니다.

- 다락방서 허뭄

 

 

 

 

한번은 아침을 먹다 말고 안네가 내게 말했다.

"있잖아요. 아빠를 위해서 우리가 어제 정원에다 아주 멋진 걸 만들어 놨어요."

"그랬구나! 아이고 예쁘기도 해라! 어디 한번 가서 볼까?"

정원 한쪽 잔디밭 위로 직사각형 모양을 이룬 나뭇가지들이 꽂혀 있었다. 그리고 직사각형

한 가운데에는 시든 꽃들이 담긴 장난감 욕조가 놓여 있었다. 욕조 앞에는 또 다른 나뭇가지

들이 이리저리 이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내가 묻는다.

" 정말 예쁘구나. 아주 멋져 보여. 그런데 이게 뭘 만든 건데?"

안네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아주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건, 아빠 무덤이에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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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쩨쩨한 하케씨 이야기로 알게 된 악셀 하케씨.

유머라는 것은 때로는 새침한 아가씨처럼 까다로워서 문화와 시기와 독자의 성격을

가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세 살부터 여든 살까지 나이도 사람도

척 보면 웃게 되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쩨쩨한 하케씨>는 깔딱 넘어가게 즐거웠는데 이후 홀딱 넘어가서 찾아

읽게 된 책들은 첫 번째의 즐거운 책만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의 유머가 쩨쩨한에 이르러

정점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봐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물건너 언어 건너 넘어오면서 번역의

문제에 이르러서 그런 것인지 뭐 읽어본 이들은 모두 알 것이다. 그러다가 주말에

읽게 된 책은 <하케씨의 맛있는 가족 일기> 였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오르면서 악셀 하케의

이름을 알렸다고 하니 이 책은 어떤가 싶어 오랫만에 그의 책을 날름 읽어버렸다.

일상의 불만들을 쩨쩨하게 그러나 코믹하게 그려낸 그의 솜씨는 꼬꼬마들을 키우는

어려움과 고난 속에서 등장한 것이었음을 다시 확인하게 해준 책이었다.

미치고 팔딱 뛰게 괴로움을 안겨주면서 동시에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환희를

주는 존재인 아이들. 주말 예능에서도 애들 이야기 투성이던데 말이다.

어째든 이 책도 꼬마들의 귀여움과 앙증맞음 그리고 악마같음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그러나 그런 가족 휴먼 드라마 따위 싫고 귀찮은 당신이라면 절대로 읽지 말기를. ㅋㅋㅋ

그의 유머의 원천인 꼬꼬마들이 커 가면서 그의 유머도 줄어드는 건가... 가장 근래에

나온 책은 유머끼를 삭 빼 버린 사회과학책이던데 말이다.

주말, 살짝 미소를 띠면서 쉬엄 쉬엄 읽기는 좋았는데 기대했던 유머폭발이 없어 아쉬웠던

악셀 하케다. 깔딱 넘어갈 유머를 기대한다면 역시 <세상에서 가장 쩨쩨한 하케씨> 가 제일인듯~

- 다락방서 허뭄